‘사랑도 리폼이 되나요?’

홍익대에는 야무진 손으로 특별한 봉사를 하는 리폼 동아리 ‘피크닉샤인’이 있다.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헌옷을 모으는 일이다. 처음에는 자기가 갖고 있거나 주변친구의 헌옷을 모았는데. 최근에는 블로그(blog.naver.com/picnicshine)를 통해 전국의 네티즌들로부터도 헌옷을 공수받고 있다.

이렇게 모아진 옷은 피크닉샤인의 디자인회의를 거쳐 뚝딱뚝딱 새로운 무언가로 태어난다. 긴팔 옷이 민소매 티셔츠가 되고. 우아한 레이스 블라우스가 화장품 파우치가 되는 건 ‘약과’다. 청바지로 가방을 만들기도 하고. 모자로 다이어리를 만들기도 한다. 리폼에 관한 이들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은 아직 말라본 적이 없다.

피크닉샤인에서 활동 중인 5명의 미술학도들은 원래 ‘피크닉’이라는 홍대 전시동아리 멤버들이다. 뭔가 만들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의기투합한 이들은 몇개월전 동아리 속 동아리격인 피크닉샤인을 결성하고 특별한 봉사를 시작했다. 바로 리폼 봉사. 이들은 블로그를 통해 리폼한 옷을 팔고. 그 수익금은 시각장애인 개안수술비를 지원하는데 쓰고 있다. 지난달에는 지금까지 번 돈의 수익금을 처음으로 한국실명예방재단에 기부하는 뜻깊은 일을 하기도 했다.

회원 김다혜(25·여)씨는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옷을 사갈뿐 아니라. 헌옷도 많이 보내주고 있다. 리폼하기에 아까울만큼 좋은 옷도 많아서 너무 감사하다”면서 “좋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순조롭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크닉샤인의 물건은 감각이 남다른 여대생들 작품이다보니 인터넷에서 인기가 좋은 편이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이라는 희소성. 누구나 부담없는 착한(?) 가격 역시 고객들을 끄는 요소다. 특별히 잘 만들어진 물건의 경우 재입고문의가 쇄도하기도 한다. 회원들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단 한번도 반품을 요청받은 적은 없다고. 블로그에 “꺄악. 너무 귀여워요”. “제가 원하는 티셔츠가 바로 이거에요”같은 리플을 보는 것이 회원들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가끔 구매자들이 좋은 일에 보태라며 제품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입금하는 경우도 있다. 이세희(24·여)씨는 “좋은 마음에서 일하는 걸 알아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힘이 난다”면서 “제품배송할 때는 손으로 직접 쓴 편지와 초콜릿을 넣어서 고객들에게 이런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피크닉샤인의 활동이 이만큼 자리잡기까지는 멤버들의 노력이 컸다. 처음에는 재봉틀이 익숙지 않아 일일이 손바느질로 작업하느라 바늘에 찔려보지 않은 멤버가 없을 정도였다. 결국 의상디자인학과 친구를 초빙해 특별강의를 들었고. 이제는 멤버 모두가 재봉틀을 다루는데 베테랑이 됐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 동대문 도매시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도매상으로 보이지 않아 판매를 거절당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꼼꼼히 동대문을 찾는 사람을 관찰하고 이제는 나름대로 노하우를 쌓았다. 김희재(24·여)씨는 “큰 가방과 수첩을 들고 도매상의 ‘전문 용어’를 외우면서 명함을 건네면 친절하게 설명도 들을 수 있고. 샘플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뜻으로 모였지만 봉사활동이 마냥 즐거울 수는 없다. 크고 작은 어려움도 많지만 마음을 꽉 채우는 보람이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다. 김씨는 “대학졸업 뒤에도 자비를 들여서라도 계속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얼마 전 이들은 왕십리에 새로운 작업실을 얻었다. 이를 기념해 회원 서미나(24·여)씨와 양지선(24·여)씨가 머리를 맞대고 피크닉샤인의 새 홈페이지를 제작 중이다. 김씨는 “홈페이지가 완성되면 제품에 일러스트를 그려줄 작가를 모아 더 많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김나래(연세대) 이정민(한국외대)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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