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정선구] 지난해 6월 막걸리 전문점을 운영했던 표승우(36)씨. 막걸리라면 누구보다 많이 안다고 자부하던 터라 돈 벌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서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점포 임대료를 내기 힘들 정도가 돼 업종 전환을 결심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도누가(www.donuga.com) 체인점. 지난해 10월 서울 구로동에 문을 열었다. 한 사람당 6900원이면 육류와 해산물 구이를 맘껏 먹을 수 있는 업종이었다. 전에 썼던 주방시설과 인테리어를 최대한 재활용했다. 요즘 월평균 매출 4800만원을 올리는 데 대해 그는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창업 붐이 일고 있다. 생계형 창업 환경이 예전 같지 않아 신규 창업은 주춤한 대신 기존 창업자들의 불황 타개형 업종 전환이 성행하는 것이다.

◆왜 리모델링 창업인가=리모델링 창업은 업종 자체를 변경하는 업종 변경과 메뉴를 복합화하거나 전문성을 높이는 점포 업그레이드로 나뉜다. 업종 변경의 경우 쇠퇴기에 접어든 업종이나 점포 입지와 어울리지 않는 업종을 선택한 경우다. 트렌드에 민감한 외식업계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점포 업그레이드는 메뉴를 복합화하거나 판매방식을 다각화함으로써 매출을 극대화하고자 할 때 이뤄진다.

 

리모델링 창업의 최대 이점은 기존 점포를 활용한다는 것. 초기 투자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유사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점포를 업그레이드하는 경우 기존 주방시설과 인테리어를 대부분 재활용할 수 있어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 점포 운영 경험이 있어서 새로운 일을 할 때에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어떤 업종이 뜨는지, 자기 점포 주변에 어떤 계층의 소비자가 많은지, 직접 눈으로 확인한 만큼 신규 창업보다 실패율을 낮출 수 있다.

◆점포 입지와 궁합 맞는 리모델링=경기도 이천에서 라이스치킨 전문점 콤마치킨(www.commacmc.com)을 운영하는 서은원(42)씨는 점포 입지와 궁합이 맞는 업종으로 전환한 경우다. 그는 2003년 지금의 점포에서 꼬치구이 전문점을 열었다. 처음 대여섯 달은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배달 없이 매장 판매만 하는 업종 특성상 추가 매출 증가가 힘들었다.

또 점포가 아파트 단지 내 상가 건물에 있어 고객층이 한정됐다. 주말 매출 증가를 기대했으나 아파트 주민들이 주말이면 야외 나들이를 떠나 오히려 주말 매출이 거의 없었다. 하루 20만원 매상도 힘들었다. 그가 고심 끝에 택한 업종은 콤마치킨. 역세권도 아니고 사무실도 없는 점포라면 배달 판매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가족 단위의 배달 수요가 많은 치킨전문점을 골랐다. 그러고는 2005년 말 2500만원을 들여 재창업했다. 그는 89㎡(27평) 규모의 점포에서 현재 월평균 매출 1700만원, 수익 800만원을 올린다. 그는 “배달 판매를 늘리는 계획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시에서 볶음·찜·샤브 전문점 두레 다복다(www.dabokda.com)를 운영하는 윤창동(51)씨 역시 점포 입지에 맞는 업종으로 전환해 성공했다. 그는 2005년 지금의 점포에 저가 삼겹살 전문점을 냈다. 점포 주변이 모두 아파트 단지라 가족 고객을 잡아야 했지만 저녁 술 손님이 고객의 전부였다. 점심 장사도 하지 않아 월 매출은 200만원 조금 넘는 선에서 더 이상 늘지 않았다. 고민하던 그는 업종 전환을 결심하고 두레 다복다를 선택했다. 볶음과 찜 요리는 누구나 즐겨 먹는 대중적 음식이면서도 제대로 취급하는 곳이 드물다는 점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122㎡(37평) 점포에 1500만원을 들여 바닥재를 교체하고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처음 1주일간은 5000원짜리 꼬막해물칼국수와 돌판김치볶음밥을 3000원에 판매했다. 10% 할인권도 만들어 고객들에게 나누어줬다. 요즘 월평균 4800만원어치를 팔아 1200만원 정도 남긴다.

정선구 기자

전문가 도움말 타이밍 잘 맞춰야

자금 무리해선 안 돼


리모델링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은 경험과 비용 면에서 신규 창업자보다 유리하다. 하지만 다시 실패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따라서 신중하게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하게 자금을 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실패가 반복되면 재기할 힘을 잃고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동시에 업종 전환의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본전 생각에 계속 막연히 기다렸다가는 자칫 업종 전환 시점을 놓쳐 적자가 늘어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선택한 업종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면 성장기 업종으로 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다른 경쟁업체와 차별화할 자신이 없다면 업종의 라이프사이클을 더욱 민감하게 지켜봐야 한다.

또 현재의 경기상황과 소비자 취향도 주시해야 한다. 불황기에는 일반적으로 저가형 아이템이 바람직하지만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

주변 상권의 변화 과정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거나 대형 관공서, 아파트단지 입주, 지하철역 개통으로 기존 소비자 계층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동안 장사가 잘되는 업종이라 하더라도 업종 전환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이밖에 리모델링 시행 전후로 적극적인 홍보도 중요하다. 공사 기간 중 현수막 설치로 업종 전환을 알리는 것 역시 점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

▶정선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sun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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