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


지난 11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1641만7000개인 총 가구수는 2030년 1987만1000개로 21% 증가한다. 반면 인구는 2018년 4934만명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인구는 줄어드는 데 가구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자녀 없는 부부 가구와 1인 가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의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2026년이면 우리나라 인구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어가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인구 5명 당 1명이 노인이 세상이 되는 것이다. 또한 2030년이면 고령화의 또 다른 측면인 인구 감소도 시작된다. 자본주의 200여년 역사상 자연재해나 전쟁이 아닌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는 처음 있는 일이다.

고령화는 정치ㆍ경제ㆍ문화 등 사회 각 부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2005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혼율 급증, 신체기능 노화에 따른 교통 사고율의 급증, 연금 등 사회복지 부담의 증가 등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경제 차원의 문제다. 왜냐하면 고령화는 정부 부문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많아지면 의료비와 연금 등의 증가로 의료보험과 연금은 적자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자금 부족이 발생하면 정부 재정으로 이를 충당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 재정의 재원은 국민들이 낸 세금이므로 이는 자연스레 세금 인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세율이 높아지고 각종 연금과 의료보험 등에서 기업 측이 내는 분담금 비중이 높아지면, 기업들의 투자 의욕은 점차 줄게 된다. 이 때 기업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보다 좋은 경영환경을 제시하는 다른 나라로 공장 등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세계화가 진전된 상황에서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국가들은 다른 나라와의 `제도 경쟁'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자 한다. 제도 경쟁의 우위 즉, 저임금과 낮은 세율 등을 제공하면, 기업들은 이런 조건을 찾아 생산기지를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기업들이 해외 이전을 단행하면, 국내 실업률은 높아지고, 실업자가 된 사람들은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처럼 고령화 문제를 정부 부문이 직접 나서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자 하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사회적 비용을 가장 적게 들이는 방법은 바로 금융산업, 그 중에서 자산운용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자산운용업을 발전시키자는 취지는 젊어서 번 돈을 잘 운용해 그 돈으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는 시장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예금 등 안전 자산 위주로 자산을 운용해서는 화폐의 구매력을 전혀 지킬 수 없다. 따라서 개인들이 주식형 펀드와 같은 투자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는 게 불가피하고, 그 불가피성을 실현할 수 있는 주체 중 하나가 바로 자산운용업인 것이다.

고령화 시대의 또 다른 해법은 해외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돈 중 일부를 노년층에 이전해 왔다. 효도나 연금제도도 바로 대표적인 사례다. 노년층이 많아지면, 이런 해법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 반면 돈이 있는 노인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자산을 팔아서 생활비를 충당한다. 노년층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들의 자산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경우, 50~70대가 일본 금융기관에 맡겨 놓은 돈의 85%를 소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년층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돈을 젊은 나라의 국가들에게 투자하고, 그 대가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즉, 글로벌 차원에서 젊고 성장하는 국가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두고 제레미 시겔 미국 워튼 경영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해법'이라고 부른다.

국내 자산운용업은 최근 적립식 펀드와 해외 펀드 등의 인기로 새로운 도약기를 마련했다. 향후 고령화 사회의 힘겨운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업에 종사하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자산운용업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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