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근 연세대 교수
최근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이른바 신(新)3고(원화 강세, 고유가, 고금리)에다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그리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대외적 악재에 노출되어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고, 세계 자금시장은 신용경색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기업과 투자자들이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외적 교란에 단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미국 금융당국은 그래도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정책 금리도 내리고 달러 평가절하도 유도하며 나름대로 신용 경색과 경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지만, 우리 금융당국은 금리나 환율을 정책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우리나라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소국(小國) 개방경제는 어차피 대외적 변수에 휘둘림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은 여기에 더해 우리가 노력하였으면 피할 수 있었던 금융구조의 취약점까지 안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그간의 우리 금융시장 개방이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 일변도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돈은 들어오면 또 나가야 하는데, 우리는 돈이 일방적으로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는 않아 쏠림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 경제가 큰 부담으로 안고 있는 과잉 유동성과 원화 가치의 과도한 절상의 근본적 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이 같은 구조적 취약점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적극 실행해야 한다. 정부 당국은 우선적으로 우리의 금융구조를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 일변도 형태에서 국내 자본도 외국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는 양방향 개방화 형태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경제 흐름은 양방향으로 진행이 되어야 안정성을 갖게 된다.

다행히 정부도 다소 늦긴 했지만 양방향 개방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내국인의 해외 투자 규제 완화 등 제도적 뒷받침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실행을 좀 더 앞당기고 해외 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 기업인들이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는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함은 물론, 우리 경제를 양방향 구조로 가져가 안정화시킨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14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해외 펀드 형태로 국내 투기성 핫머니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국내 부동산 가격도 낮추고 환율도 안정시키는 등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빈말이 아니다.

물론 묻지마식 해외 투자는 또 다른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금융구조를 양방향 구조로 개편하는 것을 미룸으로써 우리 경제가 거시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국가적 비용은, 이미 우리 국민의 해외투자 실패로 인한 국가적 부담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우리 통화당국은 과잉 유동성과 시장금리 상승 문제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뒷짐 지고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대외적인 요인에 의하여 금융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현 상황을 특수 상황이라고 보고, 시장 금리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과도한 채권 발행 물량을 적절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여러 대외적 경제 불안 요인이 한꺼번에 우리에게 다가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통제 밖에 있는 대외 변수를 손 놓고 쳐다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대내적인 불안 요인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금융시장의 양방향 개방화는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성근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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