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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건설산업 비전포럼 공동대표
요즘 서울 한복판에서는 대규모 복합도시 개발사업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한강 르네상스와 연계해 용산의 철도기지창을 옛 나루터와 연결하는 초대형 복합도시 개발사업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이미 사업자를 선정했다. 상암동 DMC 지역에 들어설 150층이 넘는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이 조만간 사업자를 공모하고, 세운상가 일대도 대대적인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시내 16곳의 재정비촉진지구 개발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복합재개발 사업의 경우 사업비도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용산 국제업무지구의 경우 물경 28조원에 이른다.
그동안 규모가 큰 사업인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의 경우, 대개 대형 건설회사들이 사업 주체로 선정되어 왔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 보니 ‘건설회사 위주’의 개발사업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주거나 상업시설, 용도를 불문하고 건설회사가 개발 주체로 나설 경우 속성상 ‘분양’ 중심의 ‘치고 빠지기식’ 개발을 피하기 어렵다. 도심재개발사업에선 개발이나 분양보다는 운영이나 유지관리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 재개발된 시설물이 몇 년도 채 가기 전에 공동화하거나 퇴락하는 것도 운영이나 유지관리 측면을 도외시한 채 사업을 추진한 탓이 크다.
미국이나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는 이른바 재벌급 디벨로퍼가 ‘명품’ 부동산을 개발한다. 도쿄 도심의 롯폰기 힐스는 디벨로퍼인 모리부동산이 재무적 투자자의 도움을 받아 6년여에 걸친 재개발 끝에 세계적인 명품을 탄생시켰다. 도쿄 미나토구 옛 방위청 용지에 지어진 미드타운 복합단지는 미쓰이 부동산이 전국공제농업협동조합연합회, 메이지야스다 생명보험 등 업종을 뛰어넘는 기업들을 컨소시엄으로 끌어들여 성공할 수 있었다.
최근 아파트 분양열기가 식으면서 우리나라에도 대형 건설업체들이 디벨로퍼 역할을 할 부동산개발 전담회사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건설업체들은 일괄 도급계약 후 하도급이라는 다단계 건설생산방식에 익숙하다 보니 높은 공사비와 불투명한 건설관행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건설업체가 디벨로퍼로 변신하기보다는 재벌급 회사나 대기업이 나서 부동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디펠로퍼를 설립하거나, 혹은 은행이나 보험·펀드·연기금 등이 주축이 된 디벨로퍼가 더 바람직하다. 금융과 개발업체가 합치면 국내외에서 무궁무진한 국가적 부를 창출할 수 있다.
디벨로퍼는 단순한 주택사업자가 아닌 만큼 건축과 토목 등 엔지니어링 기술은 물론 경제·사회·문화·법률·금융 등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지식과 직관력·창의력·분석력·예술적 감각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창조 경영, 상상력 경영의 표상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두바이도 에마르(Emaar), 낙힐(Nakheel) 같은 대형 디벨로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 이러한 디벨로퍼들을 발굴하고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일에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김종훈 건설산업 비전포럼 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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