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 상장기업들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다음주부터 본격 개막된다.

이번 주총시즌에는 최근 '장하성펀드'가 지분을 매입한 기업들에서 치열한 표대결이 예고되는 등 주주들과 경영진의 힘겨루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펀드 열풍으로 해마다 힘이 세지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올해는 얼마나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제 목소리를 낼 지도 관심이다.

아직 주총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비자금 의혹 '특검' 수사와 관련된 공세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넥센타이어' 9년째 주총 1호

12월 결산 기업들 중 정기주총을 가장 먼저 개최하는 곳은 역시 넥센타이어다. '주총 1호' 전통을 9년째 유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오는 12일 오전 9시에 경남 양산 본사 강당에서 최대주주인 강병중 회장과 강호찬 부사장 재선임건과 주식분할 안건 등을 의결한다.

코스닥기업 중에서는 인지디스플레이가 넥센타이어와 같은 날에 주총을 연다.

올해도 상장기업들의 '떼거리 주총' 관행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월 29일과 3월 14일, 3월 21일은 수 십개의 상장사 주총이 집중될 전망이다.

세간의 이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금요일이라는 특성속에 자연스레 관심이 분산되기를 기대하는 상장사들의 주총이 벌써부터 이 날짜에 몰리고 있다.

◆장하성펀드 '대격돌' 예고

올해 정기주총 시즌에서는 '장하성펀드'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주총장이 어느 곳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장하성펀드는 정기주총 의결권이 확정되는 작년 12월말을 앞두고 잇따라 지분 보유기업들을 발표하며 격돌을 예고했다.

장펀드는 최근 에스에프에이, 삼양제넥스, 대한제분, 성지건설 등에 대해 잇따라 지분 대량 신고를 냈다.

이중 대한제분과 성지건설에 대해서는 각각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비상근 감사 1명을 추가로 선임하는 주주제안을 이사회에 전달한 상황이다.

성지건설은 대주주 측 지분이 24.31%이지만 의결권 없는 자사주 10%를 제외하면 14.31%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표대결이 펼쳐질 경우 접전이 예상된다. 대한제분 역시 오너인 이종각 회장의 14.56%, 특수관계인까지 합쳐도 31.93%로 높은 편이 아니다.

특히 감사 선임 안건은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발행주식총수의 3%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장펀드의 주주제안이 통과될 지 여부가 관심이다.

장펀드는 또 그동안 대주주의 불투명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했던 벽산건설에 대해서도 비상근 감사 선임을 추천키로 했다. 장펀드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 중에서 정기주총 날짜를 확정한 곳은 신도리코(3월 14일) 뿐이다.

◆삼성그룹 주총 언제?

해마다 2월말에 열리던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총일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부사장)은 지난달 15일 실적발표회에서 "(특검 수사 때문에) 주총 일정을 못 잡고 있다"고 밝혀,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2월 첫째주에 주총소집통지를 한 후 2월 말경에 주총을 열었다. 작년에도 2월 28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일제히 주총을 개최했다.

상법과 증권거래법상 정기주총은 결산일로부터 90일내에 열어야하고, 주총 2주전에 소집통지 공고를 내야한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2월 중 주총을 개최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하지만 주요 계열사 사장과 고위 임원들이 특검 조사에 소환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3월로 넘길 공산이 크다.
 

박수익 기자 sipark@
김재은 기자 ala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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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익|김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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