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서전 성격의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경제경영서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남성호 교보문고 팀장은 “자서전이란 키워드로 찾아볼 때 예년에 비해 특히 두드러진 통계치는 나오지 않지만 경제경영서 중에 저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들이 부쩍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마시멜로이야기, 배려, 청소부 밥 등 저자의 상상에 기반을 둔 경영우화가 인기를 끌었던 지난 2005년과 지난해 상황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트렌드다.

전문가들은 “언제나 가정과 회사에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어김없이 그를 도와줄 멘토가 나타나는 식의 내용에 독자들이 식상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게 저자가 직접 자기 경험을 들려주고 교훈을 주기 위해 멘토로 등장하는 자서전류 책들이다.

최근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된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는 물론, 시야를 넓히면 전옥표 전 삼성전자 상무가 쓴 ‘이기는 습관’ 등도 여기에 속한다. 이 책들 외에 요즘 눈에 띄는 자서전 3권을 꼽아봤다.

■ 육일약국 갑시다 ■

오기와 전략이 빚어낸 성공 드라마

김성오 지음/ 21세기북스/ 1만2000원

김성오 엠베스트 사장이 15㎡(4.5평)의 약국을 마산의 랜드마크로 만들어낸 성공신화다. 600만원의 빚으로 시작한 약국에서 시가총액 1조원에 달하는 메가스터디의 공동 CEO가 되기까지 과정이다. 현재 메가스터디 계열사 중 중등교육 전문 교육서비스를 하는 엠베스트의 CEO로 있는 그는 600만원 빚으로 약국을 시작해 지금의 성공 신화를 이뤄냈다.

제목 ‘육일약국 갑시다’는 김성오 사장이 마산에서 처음으로 약국을 개업할 당시 택시기사들에게 무턱대고 자신의 약국인 육일약국으로 가자고 한 데서 비롯됐다. 책에 나온 일화가 재미있다.

“나는 택시를 잡는 순간부터 입속으로 ‘육일약국 갑시다’를 되뇌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도 않는 15㎡의 영세한 약국. 다른 사람도 아닌 그곳의 주인인 내 입으로 ‘육일약국을 가자’고 말해야 하는 낯간지러운 상황이었지만 용기를 냈다.”

저자는 택시를 탈 때마다 일단 ‘육일약국을 가자’고 얘기한 후, 그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약국의 위치를 부연 설명했다. 그렇게 3년 정도 지나자 한 택시기사가 이렇게 말했다.

“마산, 창원에서 택시기사 한 달하고 육일약국 모르면 간첩이라 안합니꺼.”

그야말로 오기와 치밀한 노력 끝에 얻은 평가다. 저자는 발전된 내일을 위해 전국 유명 약국을 찾아다니고, 성공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남몰래 노력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겠다’는 의지가 성공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큰 도전이 두렵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먼저 자신을 가두는 게으름을 멀리하고 성실함과 열정으로 사소한 습관부터 바꾸라는 것이다. 또 한두 번 실패했다고 절망하지 말고 그 안에서 뭔가 배울 점을 찾으라고 주장한다.

■ 글로벌 광대 김덕수, 신명으로 세상을 두드리다 ■

옛것을 오늘에 되살린 ‘거인’

김덕수 지음/ 김영사/ 1만2000원

국내 최초로 사물놀이를 창시한 사람은 누굴까. 바로 광대 김덕수다. 그는 5살 때 아버지를 따라 무대에 선 이후 50년간 6500회 공연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 전통음악에 재즈, 힙합, 클래식 음악까지 융합시키며 세계를 놀라게 한 전설적 인물인 그가 최근 자서전을 냈다.

‘글로벌 광대 김덕수, 신명으로 세상을 두드리다’는 가장 한국적인 사물놀이란 소재로 세계의 귀와 눈을 사로잡은 글로벌 문화 비즈니스 성공비결을 책에 녹였다.

광대라고 하면 전통적인 한국 사회에서 가장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낱말 중 하나다. 김덕수씨는 어릴 때부터 자신이 광대로 불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대신 타고난 끼를 제대로 살리는 데 힘썼다.

5살에 조치원 장터에서 ‘새미(무동놀이에서 사미승복을 입고 어른들의 어깨를 올라타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는 아이)’로 데뷔한 그는 지난 59년 전국농악경연대회에서 7살의 나이에 대통령상을 거머쥐며 천부적 재능을 보였다. 이때 그를 눈여겨봤던 서울국악예술학교의 기산 박헌봉 교장이 그를 불러들인다. 체계적으로 이론과 실기를 가르치고 싶다는 뜻이었다.

김덕수의 서울 생활은 처절했다. 고독감과 배고픔이 함께 그를 괴롭혔다. 한겨울 추위를 이기려 난로를 끌어안고 잠들었다가, 이불을 태우기도 한 일화도 등장한다.

김덕수가 창안해낸 사물놀이는 김덕수의 이런 고생이 빚어낸 작품이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우리 전통예술이 근대화와 함께 사라져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전통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지는 않았다. 그에겐 시대를 읽는 눈이 있었다.

당시 많은 전문가가 사물놀이는 전통을 무시한 형태라고 폄하했지만 김덕수는 시대가 변하면, 전통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맞섰다. 결국 그는 글로벌 광대로 승리했다.

저자는 옛것과 새것이 충돌하면서 문화가 발전한다고 믿는다. 그의 자서전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읽을 수 있다.

■ 일본을 이긴 한국인 ■

극적으로 성공한 재일동포 이야기

장훈 지음/ 평단문화사/ 1만원

 

일본 프로야구에서 3000안타라는 대기록을 올린 바 있는 장훈 선수의 자서전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살아야 했던 한 사람의 인생과 그에 얽힌 일본 프로야구 신화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장훈은 어릴 때 화상을 입어 오른손에 장애를 느꼈고 그래서 왼손잡이로 전향하기도 했다. 그의 투혼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남들과 달리 자기 위치가 특히 불리하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내용이다.

 

【 자서전, 어떻게 쓰나 】

◆ 자신이 직접 쓰거나 구성작가 활용 가능

= 한때 유명인이 쓴 책이 죄다 대필로 이뤄졌다는 소문에 출판업계 전체가 술렁인 적이 있다. 그러나 사실 업무에 바쁜 사람들이 자기 시간을 쪼개 자서전을 A부터 Z까지 직접 완성하는 경우는 현실 제약상 거의 없다. 유명인과 대필작가를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한 출판기획자는 “철저히 비밀리에 작업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그는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국내 최고의 드라마작가가 수억원을 대가로 대필했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는 소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자서전이라면 실질적으로 타인의 손을 무조건 거쳐야 출판이 가능할까.

절대 아니다.

자신이 직접 쓸 수도 있고 일부 작업만 구성작가로 불리는 전문가 손길을 빌릴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로 자신이 직접 자서전을 쓰기 위해선 평소 자신의 삶을 꾸준히 기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낸 신간 ‘나를 기록하라’에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돼 있다. 저자인 현혜수 생활칼럼리스트는 “하루에 원고지 석 장만 쓴다면 1년 안에 1000장 원고지를 채워 책 한권을 낼 수 있다”면서 “일단 시작만 하면 특별한 사람만 책을 쓰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책은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으로 자기 삶을 재미있게 글로 담을 수 있는지를 예시를 통해 잘 보여준다.

두 번째로 언급된 구성작가를 통한 방법은 대필이 사회적 문제가 된 이후 각광을 받았다.

대필작가와 구성작가는 일반인에게 헷갈리는 개념이다. 브랜드매니지먼트사 HNC의 대표 컨설턴트자 CEO독서경영포럼 ‘학사재’를 운영하고 있는 심상훈 작은가게창업연구소 소장은 “대필작가는 인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음지에서 일하지만 판권 정보에 등장하는 구성작가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인세 대신 원고지 장당 대가를 받는 대필작가와는 달리 구성작가는 나름의 명예와 인세 수입을 챙길 수 있다. 잘나가는 CEO 자서전이라면 수고 명목으로 1000만원 이상은 기본으로 받는다는 부연설명이다.

[이윤규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26호(07.10.17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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