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44)은 일선 애널리스트 시절 조선·기계업종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명성이 높았다.

업종 애널리스트 출신인 만큼 코스피와 같은 시장지수를 대하는 관점도 일반 스트래티지스트와는 조금 다르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그는 흔히 증권사에서 발표하는 시장 적정지수 산정에 있어 독특한 철학을 설파했다.

이 센터장은 “적정지수 산정에 적용되는 미래 개별 기업 이익전망치는 재무제표를 분석해 나온 양적인 측면뿐 아니라 이익의 내용과 변동성, 그리고 신뢰성 등 질적인 사항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질적인 분석에서 특히 신뢰성은 가장 중요하다.

“실제 주가는 실적이 아닌 시장 기대치에 따라 움직입니다. 실적이 좋더라도 기대치에 못 미치면 주가는 하락하고 실적이 나쁘더라도 기대치를 넘어서면 주가는 오를 수 있습니다.”

이 기대치는 업종 애널리스트들이 발표하는 개별 기업 수익 예상이 얼마나 정확한가에 달려있다.

이 센터장은 그러나 요즘 증권가 보고서 중 많은 수가 시장을 정확히 예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시장을 급하게 쫓기 위해 상황에 맞지 않는 분석틀을 억지로 적용하는 형태가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만큼 이익 추정의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나오는 개별 종목 목표주가를 보면 천차만별인데 모두 신뢰도가 높은 이익추정치를 사용했다면 말이 안 되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11월 주식시장 급락 요인을 따져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등 국제적인 요인과 함께 내부적으론 신뢰도 낮은 이익추정치에도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올 들어 1분기와 2분기 실적 발표 이전엔 시장 평균 기대치(컨센서스) 상향조정이 이뤄졌다. 다행히 실적치가 전망치를 넘어섰지만 3분기는 그렇지 못했다.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20% 증가했지만 9월 전망치인 30%대에 못 미쳤다. 이는 4분기 전망치에 영향을 줘 시장은 기존보다 하향조정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는 “내년 500대 기업 영업이익 기준의 기업 이익이 올해와 비교해 18%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낙관론자들로 인해 혼선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의 이런 생각 아래 NH투자증권은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 유가 상승, 원·달러 환율 하락 등 수익 예상에 어려움을 주는 각종 요인을 지수 예측에 적극 반영했다.

이 센터장은 그 결과로 내년 상반기 중 급격한 조정을 예상한다. 내년 전체 코스피 목표치를 2100으로 제시하고는 있지만 상반기에 1650선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2분기 이후에나 과감한 투자 가능 ■

올해 주식시장 상승을 이끈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이 약화되고 국내 경기 역시 조정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에서 그는 조정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반기 중에는 주식투자 비중 축소를, 회복이 예상되는 하반기에는 비중 확대 전략을 제안했다.

상반기 조정은 건전한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산업별로 투자 쏠림과 편중 현상이 심해졌던 분위기가 시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글로벌 경기가 다원화되고 국내 경제 성장세가 안정화되면서 기업이익이 예전만큼 폭증하지는 않겠지만 견조한 상승세가 가능해 대세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란 얘기도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그간 상승과정에서 소외된 주식의 약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인 접근을 당부했다. 내년 이후를 본다면 점진적인 상승을 꿈꿔볼 수 있는 종목들이다.

“IT, 금융, 경기 관련 소비재, 통신섹터 등 지난해 이후 상승과정에서 소외 정도가 심한 업종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업종 이익모멘텀은 둔화됐지만 은행업종 경우 국제적으로 너무 저평가돼 있다는 점에서 이젠 투자할 만하다는 생각이다.

종목별로 볼 때는 LG화학, 롯데쇼핑, 하이트맥주, LG전자 등을 유망하다고 꼽았다.

[이윤규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34호(07.12.12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