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은 4일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주관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한국진보연대가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를 포착하고 사법처리를 적극 검토키로 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대책회의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두 단체가 촛불집회 초기인 5월 6일부터 불법행위를 직·간접으로 주도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진보연대가 지난 5월 중순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광우병 투쟁지침’을 통해 ‘매일 촛불집회를 열고, 특히 주말에는 총력 집중해 달라’는 등의 제안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또 ‘48시간 비상국민행동을 위한 행동 제안’에서 ‘모래주머니를 5m 폭으로 쌓을 경우 13만5000개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국민대책회의도 ‘48시간 공동행동 제안’을 통해 ‘명박산성보다 더 높은 국민토성 쌓기’ 등 불법행위를 선동한 사실이 조사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대책회의는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무엇이 불법행위를 주도적으로 기획·전개한 것인지 경찰은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공개된 자료만 가지고 딴소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가 이 단체를 통해 입수한 국민대책회의 서한은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항의 편지 샘플과 청와대에 전달될 수 있는 이메일 주소를 담고 있고, 한국 언론사와 포털업체 다음의 아고라 토론광장에 게시된 경찰의 시위대 폭행 장면 동영상 등이 첨부돼 있다.

이 서한은 “한국 경찰이 식품 안전과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한미 소고기 협상에 반대하는 시민들에 대한 폭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 정부가 경찰에 시위대 탄압을 지시했고, 이로 인해 400여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서한은 또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린 채 무리하게 경찰력이 동원되고 있다는 보고가 접수되고 있다”면서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평화 시위에 참가한 비무장 여성을 경찰이 곤봉으로 구타했고, 중립적인 의료진과 취재 기자들까지 폭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한은 “평화 시위에 대한 폭력적인 탄압과 시민단체에 대한 단속이 계속될 것이고, 이 대통령 정부와 보수언론이 마녀사냥과 희생양 만들기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민중·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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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7시 서울 신대방동 농심 본사 2층 프레젠테이션룸.네티즌 불매운동 등으로 곤욕을 치른 농심이 '소비자와 네티즌의 쓴소리를 듣겠다'며 마련한 '고객 경청회' 자리다.

하지만 30여 좌석 중 태반이 빈자리였다.

손욱 회장 등 농심 임직원 10명 외에 소비자는 일반시민(2명),대학생(2명)과 사진을 찍으러 왔다는 다음 아고라의 네티즌 1명 등 5명뿐이었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불매운동의 선봉에 섰던 용감무쌍한 네티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농심은 '쓴소리 소비자'를 맞기 위해 며칠 전부터 분주했다.

보다 많은 네티즌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아고라 게시판에 행사를 공지하고 지난 1일부터 시작한 기업 PR광고에도 이런 내용을 담았다.

일명 '쓴소리방' 사이트(www.promise-tree.com)도 마련했다.

참석자가 몰릴 것에 대비해 중강당(120석)과 대강당(500석)까지 개방할 준비를 해놓고 네티즌들을 기다린 게 무색해졌다.

'조촐한' 고객 경청회가 시작되자 이물질 사태에 대한 농심의 입장,네티즌들의 불매운동에 대한 대처 방안 등을 묻는 질문과 회사측 답변이 오갔다.

하지만 정작 '쓴소리'라고 할 만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질문 내용도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오죽하면 회사측은 "들리지 않는 쓴소리도 '찾아서' 들으라는 질책으로 받아들이겠다"며 1시간30분 간의 행사를 마쳤다.

사실 농심의 고객 경청회에는 동병상련인 식품ㆍ유통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네티즌들의 광고 중단 압력과 불매운동 여파로 대다수 업체들이 초여름 대목을 놓칠 판이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네티즌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속시원히 들을 수 있기나 하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지금도 일부 네티즌들은 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전화해 업무를 방해하는 '숙제'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열린 공간'이라고 자부하는 인터넷 포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그들도 막상 멍석을 깔아주면 '광장'으로 나오길 꺼린다.

컴퓨터 키보드 앞에서만 용감한 '키보드 워리어(warrior)'의 실체를 새삼 확인하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 없다.

김진수 생활경제부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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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세단위까지 공개ㆍ원칙 어긋나면 경고 후 퇴출

자유토론방 아고라를 운영하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오는 7일부터 토론자 관리를 대폭 강화한다.

아고라가 악플(악성 댓글)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는 데다 포털의 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한 대응 조치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4일 홈페이지에 아고라에 글을 게시하는 이용자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인터넷 주소(IP)를 세 단위까지 공개한다는 등의 '아고라 토론방 개선 안내'를 띄웠다.

예컨대 '123.456.***.789'처럼 네개 단위로 구성된 IP 일부를 노출시키겠다는 얘기다.

현재는 로그인을 해서 들어온 이들에 한해 경찰의 요청에 따라 IP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력한 사전 검열인 셈이다.

주민등록번호 등 본인임이 확인돼야 글을 쓸 수 있는 현행 본인확인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조치다.

다음 관계자는 "'ㅋㅋ'처럼 토론 내용과 무관한 의미없는 글이나 욕설을 반복하는 스팸,유명 네티즌의 아이디를 사칭해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포털 측의 이용자 모니터링 기준도 한층 강화한다.

하루(24시간) 동안 누적 게시글이 일정 수를 넘는 네티즌을 집중 관리키로 한 것.이들이 쓴 글을 최우선적으로 모니터링해 게시글 관리 원칙에 어긋날 땐 글쓰기를 제한하고,경고를 어길 경우 아이디를 정지시켜 토론방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제재 내용은 해당 네티즌의 프로필(개인정보) 페이지에 올려져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정 견해가 토론방을 지배한다는 지적에 따라 다음은 '실시간 논쟁글'을 신설하는 등 토론글 서비스 방법도 바꾸기로 했다.

'실시간 논쟁글'이란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선 양측의 주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그러나 신문의 1면 톱 기사에 해당하는 '아고라 핫이슈'를 다음 측이 임의대로 선정하는 등 편집권은 그대로 행사하기로 했다.

다음의 이번 조치는 악플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는 아고라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방송인 정선희씨와 아나운서 황정민씨가 촛불 시위를 폄하했다는 이유로,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포털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가 아고라 토론자들로부터 각종 욕설에 시달렸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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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16척 수주

대우조선해양은 덴마크 AP 몰러로부터 최근 745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16척을 수주했다고 4일 밝혔다. 수주액은 23억3000만달러로 단일 계약으로는 사상 최고 금액이다. 대우조선은 이날까지 올해 목표액의 56%에 이르는 98억3000만달러(선박으로 59척)를 수주했다.

아고라에 올라오는 게시글 3단위까지 공개

다음은 7일부터 아고라에 올라오는 모든 게시글의 IP를 전체 4단위 가운데 3단위까지 공개한다고 4일 밝혔다. 반복되는 글로 게시판을 채우는 일명 '도배', 스팸, 타인 사칭행위 등을 막기 위해서다. 24시간 이내 누적 게시글이 일정 수 이상인 이용자를 모니터링해 관리 원칙에 어긋나는 경우 글쓰기 제한, 아이디 정지 등의 조치도 취할 예정이다. 이용자 제재 내역을 프로필 페이지에 연동해 아고라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P 초청 '2008년 한국경제 전망' 세미나

국제금융센터와 은행연합회는 국제 신용평가 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를 초청해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2008년 한국경제 및 신용시장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세미나에서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국제 경제 환경 변화, 이들 요인이 한국 경제와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 등이 논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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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노조·민교협 회원 등이 4일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찰청 앞에서 경찰의 촛불집회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철훈기자
ㆍ대학·종교 등 가세 규모 커질듯

ㆍ불교계 법회 “더 큰 불로 권력참회 촉구”

주말인 5일 촛불집회의 주제는 ‘국민승리의 날’이다. 지난달 주최 측 추산 70여만명이 참여한 ‘6·10 국민대행진’ 이후 최대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집회에는 시민사회단체 외에 범종교·노동계까지 대거 가세할 예정이어서 7월 촛불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제2의 ‘6·10’ 재현되나=최대 관심사는 집회 규모다. 지난달 6·10 국민대행진에는 전국에서 최대 70만명 이상(광우병국민대책회의 추산)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직후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촛불행렬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대책회의 측은 6·10에 버금가는 인원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말 집회 참가자가 2만~3만명 선을 회복한 데다 천주교·개신교·불교 등 종교단체들이 집회를 주도한 이후 평일에도 1만여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언론과 우익단체, 한나라당 등 범 보수세력이 촛불을 집중 공격하면서 ‘보수 대 진보’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진 점도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고라대학생연합과 전대협한총련 졸업생 모임은 “경찰의 강경진압에 맞서 촛불행진의 전면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강남학부모모임과 부동산모임, 촛불자동차모임 등 이색 동호회의 참여도 줄을 잇고 있다. 잠시 주춤했던 가족단위의 시민과 주부 등도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중·고교가 방학을 맞이하게 돼 청소년들이 얼마나 참여할지도 관심사다.

지난 대행진과 달리 이번엔 민주노총이 합류한다. 민주노총은 4~5일 5만여 조합원이 참여하는 수도권 상경투쟁을 벌이는 한편 노조원들의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야3당도 촛불집회에 총동원해 장외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한국노총은 4일 산별대표자회의를 갖고 전 조직적 차원에서 미국산 쇠고기 사용 금지를 위한 특별단체교섭을 사용자 측에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한국노총은 어청수 경찰청장 해임·촛불시위 구속자 석방·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책연대를 파기할 수도 있다고 정부 여당에 경고했다.

지방의 촛불 열기도 되살아나고 있다. 부산에서는 각 종교단체 성직자들이 신도들과 함께 5일 집회에 최대한 참석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 20여명도 일반 시민들과 함께 집회가 끝날 때까지 릴레이 단식 농성을 벌인다. 경북·전북지역 일부 교수들은 촛불집회 시위자들을 탄압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시국성명을 내고 집회에 참여한다.

집회 양상은 예측불허다. 국민대책회의는 야당과 진보적인 종교계 단체가 모두 참가하는 ‘비상시국회의’를 한시적으로 결성해 이날 집회를 주최할 방침이다.

경찰은 경비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100대 이상의 전경버스를 동원, 청와대로 향하는 주요 길목을 차단키로 했다. 컨테이너 장벽을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지만 ‘명박산성’에 대한 비난이 거셌다는 게 부담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무리하게 청와대행을 고집하지 않는 한 큰 충돌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종교단체도 많이 참여하는 만큼 되도록 물대포 등을 사용한 진압은 자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불교계 시국법회=불교계는 4일 천주교 시국미사, 개신교 시국기도회의 바통을 이어받아 시국법회를 열었다. 불교 시국법회 추진위원회는 오후 5시 조계사 앞에서 모여 즉석에서 만든 종이컵 연등을 들고 거리행진을 벌인 뒤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시국법회 공동추진위원장 수경 스님은 ‘여는 말씀’을 통해 “2008년 100만 촛불은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사실을 뜨겁게 확인시켰다”며 “더 큰 불로 세상을 밝히자”고 말했다.

스님들은 “생명과 국민의 주권을 지키고 소통하는 권력이 되기를 기도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종훈 신부의 연대사도 이어졌다. 이날 법회에서 참여자들은 108배를 통해 권력의 참회를 촉구하고 숭례문~을지로~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참회와 희망의 거리행진을 벌였다. 앞서 오후 4시에는 인터넷 승단모임 회원 50여명이 조계사 앞에 모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까지 나라 살리기 호국불교 3보1배 행진을 벌였다.

법회를 끝낸 시국법회 공동추진위원장인 수경·법안 스님 등 20여명의 스님들은 사제단의 단식을 이어받아 현장에서 단식수행에 들어갔다.

<송진식·유희진·오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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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현장]불교계 시청광장 시국법회


[2신 : 8시]

스님 700여명 등 조계사~광장 거리행진 입장

대형 촛불소녀 연등 앞장, 법고로 분위기 돋워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시국법회’는 6시께 중창단 ‘천공’이 무대에 올라 <아침이슬>과 <광야에서> <희망의 나라로> 등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5살의 김윤성 어린이가 “성불하십시오. 훌륭하신 부처님처럼 스스로 깨닳아서...”로 시작되는 노래를 불렀고, 노래패 ‘우리나라’도 무대에 올라 <지금 당장 재협상> 등의 사전 공연이 이어졌다.

그사이 참가 시민이 1만여명으로 늘어났다.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평일에 비해 많이 늘었다. 무대 위엔 ‘국민주권 수호 권력참회 발원 시국법회’라고 쓰인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다. 무대 왼쪽엔 하얀색 옷을 맞춰 있은 30여명의 ‘조계사 합창단’이 자리를 잡고 있다.

6시30분께. 사회자인 진명 스님이 시국법회 시작을 알렸다. 그러자 ‘법고’(큰 북) 소리가 광장 안에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쿵 쿵 쿵….” 송광사와 화계사 등에서 온 스님들이 법고를 잡고 있다.

6시 45분께. 대형 촛불 소녀 인형으로 만든 연등을 앞세운 700여명의 스님과 3천여명의 불자들이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5시45분 조계사를 출발해 1시간 남짓 종로 등지에서 거리행진을 했다. 앞에선 스님들 뒤에는 ‘국민의 뜻이 부처의 뜻입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든 시민들이 섰다. 이들은 곧 무대 가운데 시민들 사이로 들어와 무대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대열 맨앞 법안 스님 옆에는 문규현 신부가 함께 앉았다.

행진에 참여한 법진 스님(해인사)은 “이번 쇠고기 협상으로 우리의 주권을 잃어버렸다는 게 불교도들의 생각이며,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며 “행진은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시민들이 박수를 많이 쳐줘 기운이 났다”고 말했다. 스님들의 손에는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 어딨어’ ‘촛불이 지킨다 촛불이 길이다’ 등의 손팻말이 들려 있다.

6시55분. 삼귀의례가 진행됐다. 스님과 시민들은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는 가사의 노래를 일어나 합장해 불렀다.

곧바로 예불이 이어졌다. 스님들이 불경을 외우며, 수 차례 일어났다 엎드렸다 하면서 절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 진지한 표정이다. 장내도 숙연해졌다. 시청앞 광장이 불당 같다. 시민들도 이 장면을 차분히 지켜봤다. 문규현 신부도 스님들과 함께 절을 했다. 국민건강권을 지키는 데 종교는 더이상 중요한 게 아닌 것이다.

수경 스님에 이어 무대에 오른 청화 스님은 “한쪽 눈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은 소고기는 보면서도 광우병은 보지 못하고, 부시의 웃음은 보면서도 국민들의 눈물은 보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뒤이어 사회자인 진명 스님의 선창으로 “한 눈으로 보면 촛불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촛불 속의 영혼이 보인다”를 스님들과 시민들이 함께 외쳤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1신 : 5시30분]이번엔 목탁촛불, 스님 600여명 ‘권력 참회’ 촉구

윤남진 대변인 “3.1운동 때도 각 종교 힘 합쳐”

신자 8천명 동참…민교협 교수들도 촛불 들어


천주교와 기독교에 이어 4일 불교계가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촛불을 든다. 불교 시국법회 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와 58번째 촛불문화제가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다.

시국법회를 앞둔 5시30분. 잠시 뒤라도 비가 쏟아질 듯 우중충한 날씨지만, 시청앞 광장은 활기에 넘친다. 스님들은 법회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고, 프레지던트 호텔 앞쪽에 세워진 무대차량 14.5톤 트럭 주변에서는 음향 설치 등으로 분주하다. 무대 위에선 청룡유치원에 다니는 20여명의 아이들이 어설픈 발음으로 “성불하십시요. 훌륭하신 부처님처럼 스스로 깨달아서…”로 시작되는 노래 연습에 한창이다. 시민 200여명이 무대 주변에 모여 이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귀울이며, “잘한다”고 박수를 치며 응원하고 있다. 서울 광장에는 시민 3천여명이 모였다.

윤남진 시국법회 추진위원회 재가대변인은 “평화적인 촛불집회가 흔들리지 않고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국법회를 준비했다”며 “3.1운동 당시에도 천주교, 개신교, 불교가 힘을 합쳐 독립을 외쳤다. 시국법회가 국민 화합과 정교 분리 정신을 위배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고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국법회 추진위원회는 오늘 시국법회에 스님 1천여 명, 불교신자 8천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국법회를 앞둔 광장엔 불교신자뿐 아니라 시민들, 다음 아고라 깃발을 들고 나온 누리꾼,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소속 10여명의 교수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종교계의 시국선언과 촛불문화제 동참을 환영했다. 변희경(37·서울 용산2가동)씨는 “그동안 국가가 위기에 빠지거나 민주주의가 훼손됐을 때마다 종교계가 참여해 왔다”며 “정치와 결탁하는 종교는 문제지만,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종교계가 나서는 것은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수찬(69·서울 중곡동)씨는 “정치와 거리를 뒀던 종교계가 오죽하면 시국선언에 나섰겠냐”며 “종교계까지 나섰으니, 정부가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6월30일 사제단의 시국미사 이후 ‘비폭력·평화’ 원칙의 촛불문화제가 닷새째 계속되는 가운데, 오늘도 경찰버스의 모습은 시청앞 광장에서 사라졌다. 광장 한켠에 촛불교회, 사제단 단식천막, 진보신당 천막 등이 세워져 있지만, 평화로운 기운만이 넘쳐 흐르고 있다. 사제단 천막 앞에는 “신부님 힘내세요”라는 손팻말이 꽂혀 있고, 시민들이 격려차 갖다 놓은 꽃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청화 스님의 시국법어 전문

‘대통령’ 콩깍지 씌어 한 쪽 눈 시력 잃어 

 두 뿔로 들이받는 쇠귀신은 보지 못하면서

 안 보이는 금송아지 꼬리만 보인다고 하나


 

 현 시국을 두 눈으로 봅시다

 우리는 80년대의 험한 산을 힘겹게 넘어 왔습니다. 그리고 가까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이제 더 이상 넘을 산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돌연히 또 하나의 높은 산이 나타나 국민의 앞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실로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는 무슨 큰 일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른바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하라고 요구하는 국민과 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는 정부와의 강경 대결이 이런 예측 불허의 긴장된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차와 기차가 맞보고 달리면 그 결과는 공멸뿐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대결 상황을 이기고 지는 문제로 접근하면 해결 방법은 없습니다. 어느 쪽이건 진다는 것은 명예의식이 용납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쇠고기 문제는 잘잘못으로 성찰해야 합니다.

 물론 그 성찰에는 인간의 불완전함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누구나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도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위대합니다. 바로 그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아량과 겸허함과 이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인간다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잘못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한 눈을 감았거나 아니면 대통령이라는 콩깍지가 씌어서 한 쪽 눈의 시력을 잃었습니다. 그로인해 한 가지만 보거나 한 쪽만 보는 잘못이 있습니다.

 예컨대 쇠고기는 보면서 광우병을 보지 못하고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보면서 한국의 국민들은 보지 못합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촛불시위의 허물은 보지만 대통령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추가 협상까지는 보지만 재협상은 보지 못하고 뼈아픈 반성까지는 보지만 고쳐야 할 것은 보지 못합니다.

 이런 눈 때문에 중고등 학생들도 아는 생명의 가치를 대통령은 모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쇠고기 협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곧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와 광우병 위험물질까지를 그것도 아주 쉽게 수입하기로 결정한 대통령의 태도에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광우병쯤은 감수하라는 주문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중고등 학생이나 국민들은 경제만 살아난다면 광우병에 걸려도 좋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대로 한국 경제가 연간 7%씩 성장하고, 국민소득이 4만 불이 되고, 그리고 세계 7대 선진국에 진입한다고 한들 광우병에 걸려서 죽는다고 하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입니다.

 결국 경제라는 것은 사람이 폼 나게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조건으로서 요구되는 것이지 죽은 다음에야 황금산을 가진들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인간의 생명 위에 존재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계속해서 한국 경제를 위해서는 재협상을 할 수 없다고 뭉개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공권력의 폭력을 합법화해서 촛불시위를 제압하려는 의도를 굳히고 있습니다. 최근의 공권력이 자행한 무자비한 폭력을 보면 이명박 대통력이 과연 민선 대통령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왜냐면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이나 쓸 법한 후진국 수준의 낡은 방법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좌시할 수 없어 종교계의 성직자들까지 거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이 나라에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는가. 이명박 정부는 그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진지한 성찰을 통해서 이제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으로서 잘못을 깨달아야 합니다.

 캄캄한 방에 촛불을 밝히면 일시에 어둠이 사라지듯, 잘못을 깨달으면 그 잘못의 허물도 금방 일소됩니다. 양쪽을 다 보지 못하고 한 쪽만 본 것 때문에 쇠고기 협상에 있어서 대통령으로서 막을 것을 막지 못하고 지킬 것을 지키지 못한 점, 그러면서 반대급부도 없이 오히려 주기만 하고 물러서기만 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면 시력은 정상적으로 회복될 것입니다. 따라서 두 눈으로 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것도 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재협상의 당위성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민의 뜻을 좇아 재협상을 선언하고 그로인해 부정적으로 보였던 모든 고정관념이 해소되어 다시금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대통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한 눈으로 보면

 촛불만 보이지만

 두 눈으로 보면

 촛불 속의 영혼까지 보입니다.

 

 씽씽 바람이 되는 이여

 알아야 합니다

 영혼이 있는 촛불은

 폭풍도 끄지 못한다는 것을.

 이 촛불 앞에서

 두 눈으로 보면

 안 보이던 종달새의

 노래 소리도 다 보이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한 눈을 감고

 두 뿔로 들이 받는 쇠귀신은 보지 못하면서

 안 보이는 금송아지 꼬리만 보인다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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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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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강화 모녀살해 '제3의 인물 개입'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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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일장기에 점령당했다.’

전세계 1400만명이 이용중인 3차원 가상현실 게임 ‘세컨드라이프’ 속에서 일어난 일이다. 독도 영유권 분쟁이 사이버 테러전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민간 외교·홍보 활동 온라인 단체 코리아스코프는 “지난달 29일,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바로 알리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세컨드라이프에 만들어 놓은 ‘독도 랜드’에 일본 네티즌들로 보이는 이들이 무단 침입했다”고 4일 밝혔다. 독도 랜드는 세컨드라이프 내 ‘Seoul Korea’ 지역 동북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바다로 둘러싸인 동도와 서도가 3차원으로 축소되어 약 18000여평방미터(약6000평)의 공간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독도의 자연환경, 생태계, 관광자원 등에 대한 다양한 시각·동영상 자료를 갖춘 박물관과 전 세계 유저들이 즐길 수 있는 휴게장소가 설치되어 있다.

세컨드라이프 내 한국 커뮤니티 사이트 ‘조이윈드’ 운영자인 강현우씨는 “‘세컨드라이프 제국 애국결사’라는 문구가 씌여진 검정색 방송차량이 일장기를 앞세우고 독도에 난입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운영진측에 항의해 해당 계정을 접속 차단하고 차량을 제거하긴 했지만 그동안 유저들의 문의가 빗발쳤다”고 덧붙였다. 차량이 난입한 동안 독도 랜드를 방문한 세계 각국의 유저들은 방송 소음으로 인해 제대로 된 게임을 즐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내 세컨드라이프 운영업체인 세라코리아 관계자도 “2주 전 검은색 시위버스 5대가 섬 ‘놀이터’에 출현해 한국 네티즌들의 세컨드라이프 이용을 방해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작년에도 일본 국적 이용자들이 ‘욱일승천기’를 들고 한국 유저들의 영토에 몰려와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고 한다.

문화사회연구소 김성윤 상임연구원은 “오프라인에서의 영토 분쟁이 가상세계의 영토 선점 다툼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현실적 규제가 없는 정부 통제권 밖이어서 충돌은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극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독도를 구하기 위한 미션이 한창 진행중이다. 한 유저가 발의한 ‘일본에 점령당할 뻔한 독도 구하기’라는 청원에는 하루만에 수십 명의 누리꾼들이 성원을 보냈다. 목표 금액은 한화로 약 480만원. 해당 모금은 사이버 독도에 경비시스템을 설치하는데 쓸 예정이다. 이러한 경비시스템은 근처에 특정 국적의 사람이 위치한 거리를 측정하는 것에서부터 ‘불법 아이템’을 영토에서 자동으로 치워주는 등 다양하다.

/fxman@fnnews.com 백인성기자

■사진설명=사이버 독도에 위치한 일본 시위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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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다음 아고라, 방송 토론 프로그램, 국민 대토론회 등 촛불 정국에 불붙은 토론 문화의 허실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주 의원 오늘의 MVP, 확실한 자살골을 멋지게 쏘셨네! 계속 쭉~.”(ID 개나리)

6월20일 새벽, 전국에서 키보드를 두들기는 손이 바쁘다. 다음 아고라 ‘100분 토론방’에 ‘잠이 확 깼다’는 네티즌들의 시청 소감이 쏟아졌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촛불집회는 천민민주주의” “고대녀는 가짜 대학생” 발언이 떨어지기가 무섭다. 눈은 생방송 중인 문화방송 <100분 토론> 화면을 좇으며 손으로는 실시간 시청 소감을 올리니 온라인은 방송 토론의 확장판이다. 방송 시간인 밤 12시15분~2시에 스튜디오에 나와 토론을 하는 패널은 찬반 2명씩 4명에 불과하지만 온라인 토론 인구는 주렁주렁 끝이 없다.

시청 앞에 삼삼오오 앉아 경청하는 풍경

이날의 시청률은 전국 평균 4.9%, 점유율 19%(서울 지역 시청률 7.7%, 점유율 26%, AGB닐슨미디어리서치). 동시간대 TV를 시청한 4가구 중 한 집꼴로 이 토론 프로그램을 선택한 셈이다. 한 달 전, 방송 시간이 밤 11시15분에서 12시15분으로 한 시간 밀려 시청률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던 것과 달리 6.9%(6월5일), 5.8%(6월12일) 등 높은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영배 PD는 “<100분 토론>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는 아니치만 최근엔 시청률에 더해 온·오프라인의 시청자 참여가 뜨거워져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6월5일의 토론 주제였던 ‘이명박 정부 100일, 정책과 민심은?’에 대한 온라인 게시물은 다음 아고라 100분 토론방에만 3만2471개다. 방송 후반부에 소개할 ‘네티즌 의견’과 ‘전화 의견’이 넘쳐난다.

‘토론’은 촛불 정국의 열쇳말이다. 50일 넘게 이어진 촛불은 토론에 불을 붙였다. ‘오늘의 방송 프로그램’ 코너에서 토론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포털 인기 검색어에 ‘토론이 만든 스타’ 혹은 ‘열사’가 떠오르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가에서 토론대회가 열리고 포털들도 다음 아고라의 약진으로 ‘소통’ 비즈니스를 우선시하는 분위기다. 온라인에서, 방송에서, 서울시청 앞 거리에서 토론은 2008년 여름을 달구고 있다.

‘촛불’의 미래도 토론에 달려 있다. 지난 6월24일 밤 9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광우병 쇠고기 촛불운동,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란 주제로 두 번째 국민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미 6월19일 토론으로 촛불의 목표와 진행 방향, 의제 확장, 국민참여 확대 방안 등 핵심 논의 주제를 선정해둔 터다. 평일 밤 9시, 서울시청 앞엔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시민들은 돗자리와 과자와 음료수 혹은 병맥주를 들고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았다. 3천여 명(주최 쪽 추산, 경찰 추산 900여 명)이 꽉 들어찼지만 조용히 서로의 말을 경청하는 분위기 속에 ‘광장의 토론’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소그룹으로 ‘자체 토론’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이날 무대에는 9인의 시민 패널이 올랐다. 운수노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단체 출신’에 아고라인, 안티 이명박 카페 회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문화방송 <100분 토론> 전화 토론자까지 소속도 다양하다. ‘<100분 토론> 고대녀’ 김지윤씨가 “우리 헌법에 4·19 정신을 계승한다고 해 국민의 저항권을 인정하고 있다. 재협상과 정권퇴진 운동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하자 사방에서 “옳소!”라는 외침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100분 토론> 광주 양 선생님’인 양석우씨가 “이명박 퇴진은 아닌 거 같다. 우리나라가 잘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자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100명 시민 토론단 앞세운 케이블 ‘토론쇼’

이날 토론은 무대에 올라온 패널들의 토론, 인터넷 댓글 소개, 종이에 의견을 적어내 발표하는 현장 토론, 무대에 올라와 바로 말하는 자유발언 등의 차례로 진행됐다. <한겨레> <프레시안> 등이 생중계에 나서기도 했다. 현장 토론자로 참가한 신현호씨는 “보수 쪽에서도 정권퇴진을 주장하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퇴진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고, “토론자들은 전문가 수준에서만 말하지 말라. 지금은 우리 운동의 폭을 최대한 넓힐 때다. 게릴라전이 필요하다”는 다음 ID ‘조삼모사’의 댓글도 소개됐다. 모두들 자신의 자리에서 ‘게릴라전’ 양식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4시간가량 지속된 이날 토론은 새벽이 돼서야 끝났다.

토론회를 지켜본 한 시민은 “지금까지 여러 집회 현장에 서봤지만 이번처럼 집회의 성격이나 목표 설정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회를 연 것은 처음 본다”며 “촛불집회가 토론을 통한 새로운 집회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형식의 토론 프로그램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 XTM은 ‘신개념 무제한 버라이어티 토론쇼’라는 수식을 붙여 <백지연의 끝장토론>(이하 <끝장토론>)을 내놨다. 4명의 전문가 패널과 100명의 시민 패널이 뒤섞여 토론을 벌이는 형식이다. 6월6일 ‘MB 스타일! CEO인가, 대통령인가’를 주제로 벌인 첫 토론은 케이블 시청률 인기 기준이라는 1%를 훌쩍 넘어선 1.761%를 기록했다. 3회까지의 평균 시청률은 1.3%다.

이 프로그램의 임택수 PD는 ‘새롭지 않을 거면 시작도 안 했다’는 문구로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토론 프로그램에서 왜 시민들은 병풍처럼 앉아 있나, 분위기는 왜 이렇게 점잖고 경직돼 있나, 왜 웃겨도 크게 웃지 못하나 등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끝장토론>은 현재 월요일에 녹화돼 금요일 밤 12시에 방송되고 있다. “일반인들은 생방송이라는 분위기에 눌려 할 말을 다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녹화 시스템은 시민 패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사회자 백지연씨는 “기존 토론 프로그램보다 자유롭다 보니 무게중심을 잡아야 하는 사회자가 더 힘들다. 형식이 ‘파격적’이어서 패널들의 발언 강도도 더 세진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일부러 교통정리를 안 하고 지켜보는 상황도 있고 시민 토론단과 전문 토론단 양쪽의 분위기를 모두 살리기 위해 개입하는 경우도 있다. 웃기는 대목에선 웃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시사 이슈 방담도 인기

토론이 벌어지는 스튜디오는 늘 시끌벅적하다. 10대의 카메라가 양쪽 2명씩 4명의 전문가 패널과 100명의 시민 패널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토론 프로그램의 일반적 화면인 ‘버스트샷’(머리부터 가슴까지 나오는 화면)을 벗어나 과감한 클로즈업도 시도한다. 사회자인 백지연씨의 웃음 소리도, 토론자의 발언 도중 터져나오는 환호와 야유도 여과 없이 방송을 탄다.

제작진은 “기존 공중파에서 20년 넘게 하던 관행대로 토론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다. “손석희의 <100분 토론>, 정관용의 <심야토론> 등은 토론 프로그램의 ‘FM’이고 클래식이다. 하지만 토론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은데, 한 가지 음식만 강요받는 느낌이다. 왜 신성한 클래식장에 청바지 입고 왔느냐는 느낌으로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우리 쪽에 더 어울리는 주제와 패널이 있다고 생각한다.” 임택수 PD는 “토론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다. ‘말 잘하는 분’이 정권을 향한 비판을 풀어내고 일반인들이 시민 패널로 참가하고자 하는 욕구도 크다”고 말했다.

김성주, 박미선, 이경규, 김구라, 이하늘 등 연예인과 방송인들이 모여 시사 이슈에 대해 방담을 한다는 콘셉트의 문화방송 <명랑 히어로>도 인기다. 지난 3월 말 시작한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세상사에 관심은 많으나 별 영향력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한 주간의 뉴스에 태클을 건다’는 것이다. 토요일 밤 11시45분에 방송하는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6월 들어 6.5%(7일), 8.2%(14일), 8.2%(21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촛불집회, 고유가 시대의 대책, 이혼숙려제 등 ‘진지한’ 주제가 예능 프로그램을 파고들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최근 강화된 토론 문화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음’의 표출”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회, 정당, 언론이 국민의 뜻을 대변하지 못해 정치적 언로가 막힌 상태에서 인터넷을 통해 전문가 수준의 정보를 접하고 토론에 훈련된 대중이 토론의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식인들이 독점하던 의제와 정보를 인터넷으로 공유하는 상황에서 대중은 ‘판에 박힌’ 정치인, 교수, 전문가 집단의 토론을 답답하게 느끼고 오히려 시민 토론자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직접 토론에 뛰어들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토론의 양적 팽창으로 보이는 ‘의사 표출’ 분위기 확산이 ‘질적 성장’까지 의미하진 않는다. ‘토론이 질적으로 성숙했다’는 평가에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방송 <심야토론> 사회자 정관용씨는 지금의 분위기를 2004년 ‘노무현 정부 탄핵 정국’과 비교한다. “양쪽 세력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상황이 비슷한데, 이 경우 토론의 분위기가 흥분되고 고조돼 합리적인 토론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토론 문화가 정착됐다는 서구에선 몇백 년에 걸쳐 역사를 만들면서 상호 공감대의 폭, 상식 공유의 폭을 넓혀와 토론할 게 별로 없다. 이 때문에 토론의 주제가 미세하고 세밀하다. 한데 우리의 토론 주제는 훨씬 커서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원인을 그는 “한국이 고도 압축성장을 하면서 풀어야 할 숙제와 가슴속 앙금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본다. 토론 문화의 성숙에는 서로 상식의 폭을 좁히는 ‘역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정부 일방통행 땐 촛불·토론 계속될 것”

<끝장토론> 사회자인 백지연씨는 “아직 우리 사회엔 독선과 아집 없이 논거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논리적인 주장을 펴는 토론자가 별로 없다”며 “‘내가 미워하는 사람에게 소리 지르고 때려주는 사람’이 토론자로서 인기를 끄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아직도 토론을 ‘웅변’하듯 한다는 지적이다. 백씨는 “논리적으로 읽고 쓰고 사고하는 ‘프레임’이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토론을 잘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에는 그런 교육이 부재했고 지금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토론에 대해서도 한계가 지적된다. 다음 ID ‘헤라’는 아고라 토론방에 “아고라는 이미 토론방이 아닙니다… ‘MB 반대’의 반대글을 올리면 무조건 알바라고 몰아세우고…”라는 비판의 글을 올렸다. 아이디 ‘Balmung’는 “솔직히 말해 토론방이란 여러 의견이 있어야 정상인데 아고리언들은 반대 의견을 못 참는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 같은 소리를 이구동성 떠들다니 이게 뭔가”라고 글을 올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터넷과 방송, 거리에서 정보 교류와 토론을 경험한 2008년 세대 앞에서 ‘소통’ 없는 일방통행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은 “프랑스에서 토론은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필수요소다.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특히 청소년층이 시민적 주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경험을 했다. 이제 예전과 같이 정부가 막무가내식 일방통행, 상명하달식으로 일을 한다면 또 다른 촛불의 항쟁을 만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너머로 몰려오는 온갖 이슈를 바라보며 ‘토론공화국’의 앞날을 점치는 까닭이다.

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 인터뷰

차이만 확인하는 말싸움은 멈춰라

▣ 이태희 기자hermes@hani.co.kr

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는 ‘한국형 소통’을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다. 그는 ‘인간의 관계를 연결해주는 모든 매개’를 소통이라고 정의한다. 인문학과 스포츠 그리고 정신분석학, 여기에 자신의 임상 경험을 묶어 다양한 소통의 방법을 연구한다. 이런 식이다.

“말을 할 때도 묵직한 직구를 던질 생각을 해야 합니다. 맞아도 외야수가 처리할 수 있는. 누구도 절대 칠 수 없는 마구를 던지려고 하면 폭투가 나오고 결국 자기 어깨를 상하게 합니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대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상대방이 50% 이상 반박할 수 없는 답을 찾아야죠.” 이런 문제의식으로 <소통의 기술>(미루나무), <관계의 재구성>(궁리) 등 다양한 책도 펴냈다.

그는 ‘한국형 토론’을 이렇게 비판했다. “탁구를 칠 때 보통 3구째에 스매시하기 좋게 서브를 넣지 않습니까. 한국에서 토론을 할 때도 그래요. 자기가 받아치기 쉬운 말이 되돌아올 질문만 던져요. 그건 토론이 아니라 말싸움이죠. 합의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차이만 확인하는.”

최고의 토론은 ‘소통’이라는 전제 아래, 그에게 잘 소통하는 법에 대한 답을 구해봤다. 한국적인 소통의 노하우다. 물론, 대화를 중심으로 했다.

먼저 그는 <소통의 기술>이란 책에서 한국형 소통의 대가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1) 인간심리에는 도사들이다. (2) 인사성이 바르다. 전봇대만 봐도 인사를 한다. (3) 항상 웃는 얼굴이다. (4) 대답을 시원시원하게 잘한다. (5) 오픈 마인드(Open Mind)! 자기를 보여주고, 실수도 그대로 인정한다. (6) 소박하고 친근하다. 자신의 실수도 잘 털어놔 상대방이 경계심을 풀고 편안하게 느끼게 한다. (7) 상대방과 공감을 잘한다. (9)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

소통의 대가가 될 수 있는 느낌이 오는가? 좀더 알아보자.

1. 먼저 들어라. 먼저 말하고 싶어도 한번 참아라. 들어야 제대로 된 말이 나온다. 2분을 말하고, 8분을 들어라. 들을 때는 “정말?” “아하” 등 추임새를 잘 넣어줘야 한다. 대화는 독주가 아닌 합주다.

2. 듣기 위해서는 먼저 질문을 잘해야 한다. 질문을 하려면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지켜봐라.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고 정말 알고 싶다는 태도로 질문을 한다. 질문을 할 때는 의견을 구하는 방식으로 하면 좋다. 오랜만에 만난 손아래 친척이나 친구에게 “언제 결혼하냐”고 묻는 식의 질문은 폭력이다. 물어볼 게 없으면 솔직히 “뭐 하고 지내냐”며 다가가라. 모르는 것을 인정해야 상대방이 자신의 정보를 공개한다.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관계는 진전된다.

3. 공격적인 말은 결국 손해다. 당장은 시원하겠지만, 해봤자 보탬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직접적인 반감은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다 전달된다.

4. 한국인에겐 자존심이 제일 중요하다. 한국인들은 누구나 잘났다. 원칙적으로 내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자존심도 중요하다. 자존심만 살려주면 관계는 술술 풀린다. 내 자존심을 살리려면 결과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말을 하게 된다.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 한국인은 무슨 말을 해도 안 듣게 된다. 자존감이 강할수록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5. 솔직한 대화가 신뢰를 만든다. 진실 어린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한국인들은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다. 이론적으로 생각하려 하지 말고 감성에 솔직해지면 자신의 진심이 보인다.


토론 프로그램 제작기

“전화 해놓고 잠드는 사람도 있죠”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현장에서 토론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은 ‘토론’을 어떻게 생각할까. 재밌을까, 징글징글할까. 연사(패널), 전화 토론자, 시민 논객은 어떻게 섭외할까. 직접 물었다.

토론 주제는 어떻게 정하나.

=재밌는 주제와 중요한 주제 중에 중요한 주제 쪽으로 선정한다.(한국방송 <심야토론> 정관용)

=작가와 PD, 사회자를 포함해 제작진이 모여 회의를 통해 정한다.(XTM <백지연의 끝장토론> 임택수 PD·사진)

최근 전화로 참여한 시민들이 ‘스타’로 떠오르곤 한다. 어떻게 선정하나.

=전화가 워낙 많이 온다. 토론의 인기가 많긴 한가 보다. 10명의 직원이 전화를 받고 내용을 정리해 작가에게 전달한다. 현장에서 의논해 가장 논리적이고 전달력이 있는 사람, 전화 연결 상태가 좋은 사람을 선정한다. 미국의 이선영씨는 사전 통화보다 말을 잘해 놀랐고, “(광우병 쇠고기도) 삶아먹으면 되지 않냐”는 발언을 한 ‘최 선생님’은 갑자기 방송에서 그런 소리를 해 놀랐다. 심야에 전화하기 때문에 토론자로 선정돼 전화 인터뷰를 기다리다가 잠드는 사람도 있었다.(문화방송 <100분 토론> 이영배 PD)

100명이나 되는 시민 토론단은 어떻게 모으나.

=처음에는 대학생들을 모집하기도 하고 각종 포털 토론방에 연락도 했다. 지금은 모집 공고를 보고 오는 사람들 중 면접을 거쳐 선발한다. 한 번만 나오고 말기도 하고 여러 번 참여하기도 한다. 반응이 좋다.(<끝장토론> 임택수 PD)

패널 섭외는 어떤가.

=생각보다 잘되는 편이다. 원하는 사람들이 섭외가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상대쪽에 나오는 사람을 묻기도 한다. 가끔 왜 나왔나 싶을 정도로 ‘몸 사리는’ 분들이 섭외되기도 한다. 케이블 채널이라고 ‘격’을 따지는 이들도 있다. 더 높은 분들이 출연했으면 좋겠다.(<끝장토론> 임택수 PD)

=재밌는 연사와 그 문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연사 사이엔 후자를 택한다.(<심야토론> 정관용)

토론이 끝나면 패널들과 술이라도 한잔 하나.

=패널들과 관계맺기를 의도적으로 안 하는 편이다.(<심야토론> 정관용)

만들면서 보기에도 ‘토론 프로그램’이 재밌나.

=현장 분위기가 진짜 활기차고 재밌다. 내가 편집 다 해놓고 보면서 또 재밌어한다.(<끝장토론> 임택수 PD)

=스튜디오 분위기가 뜨겁다 보니 중간에서 괴롭다. 4시간 정도의 녹화가 끝나면 체력적으로도 힘들다.(<끝장토론> 백지연)

=요즘처럼 양쪽이 뜨겁게 대립할 때 사회자의 역할은 오히려 제한된다.(<심야토론> 정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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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많아 토론 안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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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711호부터 715호까지 대토론회… 촛불은 계속되어야 하지만 그런 ‘전제’는 달갑지 않네

▣ 정리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광장에서 이명박 정부 정책과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대토론회’가 벌어진 6월24일 화요일, 한겨레신문사 한쪽 회의실에서는 <한겨레21> 기사에 대한 ‘대토론회’가 펼쳐졌다. 3주 연속 이어진 ‘촛불집회’ 관련 표지 이야기를 할 때는 독편위원의 개인적인 소회가 풀려나왔다. 김기홍씨는 진주에서 촛불문화제 공연에 불려나가 피리를 불었으며, 강인경씨는 천안 시내를 아이와 함께 걸었다고 한다.

711호 10대 레즈비언은 어떻게 확신할까

이미지: 특별히 네 개의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먼저 표지이야기. 그동안의 ‘인권OTL’에 비해 훨씬 좁은 소재를 밀도 있게 다룬 점이 돋보였다.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레즈비언 모임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한데 표지사진 설명은 어디로? 영화 포스터라던데. 궁금증을 뒤로하고 다음 쪽으로 넘어가보면 나오는 이스라엘 독립 60주년 특집 기사가 나온다. 누군가에겐 희망의 시작(욤 하츠마우트)이었던 그날, 1948년 5월14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재앙의 시작(나크바)이었다는 지적이 신선했다. 세대 간 괴리를 다룬 점도 눈길을 끌었다. “처음엔 이내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고향을 그리는 노인과 “난 요르단인일 뿐”이라며 냉랭한 젊은이는 곧 분단 60주년을 맞는 우리의 모습은 아닐지. 이어 심각한 기사들의 질곡을 지나 ‘레드’ 면에 들어서면 한 청량한 기사가 나를 맞는다. 영양실조 걸리는 메뉴 개발자? 제목부터 눈길을 사로잡은 이 기사는 메뉴 개발자란 생소한 직업을 그리며 그들의 고충과 업계 일반의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버무려내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기사 주인공들은 ‘술집’ 메뉴 개발자. 메뉴 개발자 전체로 일반화할 수 있는 예일까? 마지막은 다시 앞으로 넘어와 미국산 쇠고기 파문에 대한 두 교수님의 기고. 필자 선정도 훌륭했지만, 그동안 추이 보도에 그쳐 아쉬웠던 촛불 이야기를 톺아보는 계기가 돼 좋았다.

홍경희: 조금 다르지만, 10대에 정체성이 정해지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어렵다.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인데, 그것을 어떻게 확신할까에 대해서 기사 첫머리에 알려줬으면 좀더 공감하기 쉽지 않았을까.

김기홍: 레즈비언 사이에 새로 개발된 은어가 나온다. 이것을 다 밝힐 필요가 있었을까. 자기들끼리만 알고 있는 용어인데, 그것을 변경했던 이유가 이런 ‘외부의 폭로’ 때문이 아닐까 한다.

712호 죽음의 품격, 표지의 품격

임현욱: 한 장의 다큐멘터리 사진이 연상되는 표지가 눈에 띄었다. 표지이야기인 ‘죽음의 품격’이 느껴지고, ‘표지의 품격’도 느껴졌다. “인간답게 죽고 싶다”는 절박한 호소가 가슴을 파고드는 표지이야기는 인간으로서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인상적인 기획이었다. 특집 부처 대변인회의 참고자료 기사는 놀라웠다. 특히 상자기사로 다룬 문화부 홍보지원국 교육자료는 충격적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보도 그 뒤’는 서명용 펜이라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소재에 접근해 재밌게 이야기했다. 특히 마지막 문장 “모나미 300원짜리 플러스펜”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프로농구 최고령 선수인 이창수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스포츠’는 오랜 시간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온 이창수 선수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홍경희: 사회복지의 성긴 그물망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영향에 가장 취약한 자들이 겪는 고통을 보여주었다. 호스피스는 가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도다. 인권을 다룰 때 ‘빼앗긴 권리’ ‘없는 권리’를 많이 다루는데, 이번에 보편적 제도의 결여가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생히 담았다. ‘피해자-가해자’의 접근법이 아닌 기획은 독자가 인권을 받아들이는 폭을 확장시킨다.

한성곤: 차용규의 카작무스 의혹 내용을 읽어보면 차용규씨가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국내 투자에 대해 이런 것 같다, 저런 것 같다는 의혹만 제시하고 있다. 한번 찔러보기만 하는 의혹 기사는 아닌가. 경제 ‘3등은 소중하다’ 같은 내용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적 실정과는 다르다. 시장 경쟁적인 상황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며 이렇게 되면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3등이라고 해봤자 꼴찌가 3등이다. 그리고 이 서너 개 기업이 담합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기름값 담합에서도 잘 나타나지 않나.


713호 이동관의 씁쓸한 코미디

한성곤:713호부터 촛불과 관련되 기사가 표지 전면에 배치됐는데, 계속 타오르는 촛불이 두려워 깨진 유리창을 어떻게든 맞추려는 경찰이 황당하면서 어이가 없다. 그러나 촛불집회를 하면서 같은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집단으로 비난하는 모습 또한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더불어 쇠고기만큼이나 관심이 높은 수돗물 민영화에서는 기업과 권력의 유착이라는 연기가 피어오르지만 아직 미미하다고 여겨진다. 오히려 <한겨레>라는 느낌이 드는 기사는 이번 청와대 인사에서 불사조로 환생한 이동관 대변인의 어찌할 바 모를 춘천 땅이라는 씁쓸한 블랙코미디와 굶주리는 북한의 실상이었다. 북한 기사는 같은 동포로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이미지: ‘인권OTL’에 미국 비자 발급 굴욕기는 어울리지 않았다. ‘지문 찍기’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정작 기분 나빴던 건 에티켓 때문이더라.

임현욱: ‘난 네가 병원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에서 성형외과가 나오는데, 검찰청 등의 기록 보관도 문제다. 검찰청에서 근무하다 보면 사건 기록들이 무방비로 방치된 채 있는 걸 보게 된다. 성폭행 증거 사진, 살인사건 사진 등을 스캔해서 가져갈 수도 있다. 검찰청에서도 그런데, 세무서에서도 안 그럴 리 없겠다.

714호 예비군복과 맨발 청춘의 대비

홍경희: 표지이야기 ‘협상 타결 전에 쇠고기 거래됐다’는 쇠고기 거래가 한-미 간 거래라기보다 이해관계가 얽힌 경제자본의 거래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협상의 유·불리만 논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협상을 둘러싼 실체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보여줬다. 이렇게 파헤치고 추적하는 기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 특집 ‘16빛깔 촛불 무지개’는 현장성을 재치 있게 보여준 기획이다. 다른 목소리들을 한데 불러모았다. 예비군복 입고 나온 이와 그런 이들이 불편하다는 ‘맨발의 청춘’의 대비가 서로 다른 것 같지 않았다. 지역성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대구 기사의 소개가 반가웠다. 대한민국 집속탄 생산국 기사의 사진을 보며 혐오감과 호기심이 동시에 일었다. 한국(기업)이 대량살상무기에 이 정도로 엮여 있을 줄 몰랐다. 비판의 칼을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로도 겨눠야 할 것이다. 레드 기획 ‘야구는 미친 짓이다’에 담긴 열정이 빛났다. 기사의 어조, 내용, 무엇보다 취재 대상에 담긴 뜨거운 기운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했다. 야구에 문외한인 사람도 함께 즐거울 수 있는 기사였다.

윤이삭: 714호의 표지는 낚시성 아닌가 싶다. 표지를 보면 ‘협상 타결 전에 쇠고기가 거래’됐으며, 이를 수입업자 25명이 양심고백했으며, ‘30개월 이상 계약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는 고발인 것처럼 했다. 하지만 내용에서는 수입업자의 모임에 참석한 것이고, 표지에 나온 말은 한두 줄만 나온다. 그 내용에 대해서도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면 수입업자들은 당연히 수입을 할 것이고 타결 이후를 위해서 가격 협상과 계약을 한 게 무슨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수입업자들의 양심고백 부분과 ‘협상 타결 전 거래’ 부분을 두 개의 기사로 분화시켰다면 좀더 깔끔했을 것 같습니다. 해당 기사의 의도는 미국 축산기업의 막강한 권력을 강조함으로써 우리쪽 일부 수입업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허가제를 기반으로 한 자율규제가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쇠고기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국 축산기업과 우리 쪽 수입업자들이 협상타결 여부를 정확히 예측하고 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편집자)

715 국내는 아고라, 국외는 블로그

강인경: 비슷한 느낌의 야간 촛불집회 표지가 연속 3주 이어져 다소 지루한 느낌이다. 한 번쯤은 발칙하고 환한 분위기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두께가 얄팍한데도 헌법 전문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는데, 편집장 칼럼을 보니 의무감 아닌 다른 마음으로 헌법을 일독해보고 싶다. 아고라를 통해 촛불 민심을 읽어보려 한 기획을 통해 촛불에 담긴 다양한 의견을 엿볼 수 있었으나,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은 ‘촛불은 계속 타올라야 한다’는 전제가 설문의 결론인 것처럼 읽힐 수 있어 문항 구성이 적절치 못했다.(설문조사 대상이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이 아니라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커뮤니티 회원들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설문과 달리 그런 전제가 어느 정도 깔려 있었습니다-편집자) 미국산 쇠고기에 관한 ‘줌인’의 세 기사는 일관성이 있어 좋았다. 쇠고기 시장이 ‘셀러스 마켓’ 구조라는 지적을 상세히 알려줘 자율규제의 허구성을 명확히 이해하게 해주었다. 기름에 관련된 경제 기사들을 읽으면서 현실이 더욱 갑갑하게 느껴졌다. 정유사 원가 공개를 압박하는 것도 오일쇼크 시대를 견디는 한 방법이 아닐까? 미국 대선을 해외 블로거들의 견해와 함께 소개한 기사는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제3세계와 아랍권 블로거들의 견해를 접할 수 있어 재미있었다. 아줌마들의 ‘진화’를 잘 짚어준 영화 <흑심모녀> 기사를 보니 영화관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홍보사는 고마워해야 한다.

임현욱: 표지이야기가 사이버 공간을 다룬 기사인데 표지 사진은 이를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 숨은 인권 찾기 ‘여성 보호 됐거든요’는 충격이었다. 여성 보호가 항상 옳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이미지: 인권 OTL ‘전·의경은 현대판 노예인가’에서 다룬 문제는 군대의 문제로 일반화해야 한다. 시위 진압 이야기만 하지, 그들 내부의 이야기는 없다. 예전 이라크 파병 갔다 온 군인들 이야기처럼 실제적으로 다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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