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작업에 만족하고 자기 자신을 놓아보자.

 

  창의적인 활동을 하다 보면 스쳐 지나듯 보였던 것, 들렸던 것, 생각했던 것을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할 때가 있다. 이와 같은 순간의 감각과 생각을 이리저리 배치하면서 최종인식이 형성된다. 인식한 내용과 창조한 내용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안도감과 함께 극도의 희열을 맛본다.


  하지만 우리가 창조한 것에 대해 늘 만족할 수는 없다. 다 그렸다고 생각하고 붓을 놓았다가도 물감이 마르기 전에 한 번 더 붓질을 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거실을 새로 꾸밀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고 벽지 가게에 들러, “바로 이거야”라는 느낌이 드는 무늬와 재질의 벽지를 발견하고는 이미 세운 계획을 전부 바꿀 수도 있다.


  창의적인 노력은 결코 끝나지 않는 과정이므로 흐르는 강물처럼 평생 이어진다. 지금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그 그림은 지금 자기 자신의 모습과 닮았을 것이다. 그 그림은 길목에 세워진 표지판처럼 화가의 길을 걷는 내내 하나의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계속 창의력의 흐름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면서 그와 동시에 또 뒤로 물러나는 이정표를 남기게 된다. 가끔은 우리가 창조하는 것을 놓아줘야 할 때도 있다. 그래야 다음 작업에 필요한 여지를 만들 수 있다. 창의력을 발휘해 결과물을 낼 때마다 완전한 만족감을 느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우리를 영영 그 자리에 묶어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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