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는 창의성?
외국인들은 한국의 술문화를 자주 얘기한다. 특히 폭탄주에 대해서는 감탄해 마지않는다. 대부분 처음엔 폭탄주를 싫어하며 왜 타인에게 술을 강요하느냐고 언짢아한다. 그러다가 폭탄주 가짓수에 놀라고 그 맛에 다시 놀란다. 한국에 오래 살면 어느새 동화돼 일반 술을 먹으면 맛이 없다고 말한다.
폭탄주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을 뿐 아니라 매일 새로운 폭탄주가 제조된다. 인터넷 검색창에 '폭탄주'를 입력하면 적게는 30가지에서 많게는 70가지 이상의 폭탄주가 나온다. 원자폭탄주, 수소폭탄주, 중성자탄, 소백산맥주에서 시작해 소콜달이주, 육각수주, 벤처폭탄주, 소방주, 티코주, 청산리벽계수주, TGV주 등이 있다. 색깔에 따라 금테주, 은테주, 드라큘라주, 삼색주 등이 있고 스포츠음료를 섞은 뿅가리주도 있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 골프주, 회오리주, 충성주, 물레방아주, 타이타닉주 등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막걸리에 홍초와 소주를 섞은 홍소막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폭탄주를 소개하는 영어 사이트도 있다. 폭탄주를 그대로 영어로 번역한 밤샷(Bomb Shot)이라는 사이트다. 원래 저렴한 위스키나 데킬라 혹은 보드카를 맥주와 섞어 마시기 시작한 보일러메이커(Boilermaker)에서부터 기존 폭탄주를 나름대로 번역한 Hydrogen Bomb, Windmill, Apollo 7 및 Sliding Bomb 등이 소개돼 있다.
보일러메이커는 벌이가 시원치 않았던 사람들이 고된 일과 후 빨리 취할 수 있도록 만든 술이었다고 한다. 북유럽에서도 맥주에 32도가 넘는 독일 증류주인 '슈납스(Schnaps)'를 섞은 잠수함(Submarine)이라는 폭탄주가 있었다고 한다. 폭탄주와 한 가지 술만 먹었을 때를 비교해 '어떤 것이 더 좋은가' 하는 논쟁이 있다. 빈 맥주잔에 알코올 농도 4~5%인 맥주 190cc, 40~45%인 양주를 풀폭(35cc 샷잔에 양주를 가득 채웠다는 뜻)하면 총 알코올 농도는 약 10%가 된다. 소주의 19~21%나 와인 13~15%, 청주 12~13%보다 약하다. 만약 양주를 반폭(양주를 반 잔만 따르는 것)하면 알코올 농도는 8% 정도로 떨어져 순한 혼합주가 된다.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도 10%가 안되는 부드러운 술이다. 일부 주장을 받아들이면 폭탄주는 부드러운 술로, 쉽게 마실 수 있고 몸에 흡수도 빨라 쉽게 취하는 좋은 술이 된다는 것인가? 글쎄다. 맥주에 포함된 탄산가스를 조심해야 한다. 쉽게 취할 수 있고 과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싫다는데 강요해서는 절대 안되는 술이다.
그렇다면 왜 폭탄주를 마시는가. 의견이 분분하다. △접대나 회식 때 경제적이라는 논리 △독한 술을 마시는 것보다 건강에 좋다는 건강설 △상대에 따라 알코올 도수를 조절할 수 있다는 융통설 등 다양하다. 하지만 필자는 단순함을 싫어하는 우리 국민의 창의성이 폭탄주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한 가지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보다 새로운 술을 자신이 직접 제조하며 친해질 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떤 술자리를 가도 같은 폭탄주는 없다. 돌아가며 제조하는 까닭에 자신만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경우가 많다. 남들이 많이 경험하지 못한 물레방아주를 권한다면 상대방이 쩔쩔매는 경우도 있다. 제약사의 한방 건강음료로 폭탄주를 만들어 모두를 핑 돌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날 술 마시는 목적과 주머니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절대 과음해서는 안된다.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 남을 골탕먹이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 국민의 창의성은 술문화에 그치지 않는다. 설날이나 추석 명절 단골 메뉴인 고스톱이나 윷놀이의 룰과 베팅 방식은 어떠한가. 예술의 경지라 할 수 있다. 골프장에서 적은 돈이지만 재미를 더하기 위해 만든 게임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독식하지 않고 나누려는 '라스베가스'에서부터 '뽑기'라는 것도 있다. 세계 어디에도 그렇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골프 게임은 없다. 단순한 것을 싫어하는 우리의 창의성 덕분이다.
'아이디어 > 톡톡튀는 핫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디슨이 혼자 전구를 발명한 게 아니다 (0) | 2010.09.09 |
---|---|
뿌리깊은 지식이 힘을 발휘한다 (0) | 2010.09.09 |
[도발] 백지영도 속옷 사장, 도발적 몸매 공개 (0) | 2010.09.06 |
[경제] 1,800∼1,900선대 펀드환매 9조5천억 대기 (0) | 2010.09.06 |
경쟁력 대 창의성 (0) | 2010.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