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굴리는 애마와 작별을 준비하며 신차를 살피기 시작했다. 여자 치고 운전 좀 한다고 인정받는 실력임에도 연비, 엔진 토크, 최대출력 등에 대해서는 젬병이다. 수치보다 디자인, 색상, 편의사양에 눈길이 간다. 이렇듯 남자와 여자는 차를 고르는 기준이 확실히 다르다. 여성 운전자 1천만 명 시대,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미 여성 운전자를 공략하기 위한 옵션과 최고 편의사양으로 감성 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다. 





여자의 감성을 자극하다 

디자인도 기술이다. 기아는 '디자인 기아'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면서 디자인의 획기적인 변화를 선점했다. 소울, K5, 포르테 쿱 등은 디자인으로 여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케이스. 여성 운전자들에게 디자인이야말로 돈 들이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옵션인 셈이다. GM대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기존 차에 여성들이 선호하는 색상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공략, '모나코 핑크' 컬러를 채택했다. 혼다의 CR-V는 SUV임에도 여성 운전자가 짧은 치마를 입고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전고를 30mm 낮게 설계했다. 아이를 뒷자리에 태운 채 운전하는 일이 잦은 주부 운전자를 위한 편의사양도 눈에 띈다. 르노삼성 뉴 SM5는 뒷좌석의 개별 온도 조절이 가능한 '뒷좌석 독립 풀오토 에어컨(선택사양 80만원)'을 적용했으며, 벤츠 My B는 유아 시트 고정장치와 머리·목 보호용 에어백 등 아이를 위한 안전장치에 신경 썼다. 뉴 SM5는 차 안에 향수를 내뿜는 '퍼퓸 디퓨저(선택사양 45만원)'와 5개의 에어 튜브가 운전자의 허리와 등을 마사지해주는 '마사지 시트(선택사양 25만원)'를 옵션으로 채택했다. 특히 불가리 향수 원액 제조업체에서 만든 퍼퓸 카트리지를 꽂으면 차량 내부에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퍼퓸 디퓨저는 장착률이 70%에 이른다. K5는 세계 최초로 '바이오 케어 온열 시트(선택사양 35만원)'를 장착하여 시트 전반에 원적외선과 함께 열이 균일하게 발생해 운전 중 피로감을 줄여준다. 또한 최적의 연비를 자율 조절하는 '액티브 웰빙 에코 시스템'은 연비 높이는 운전 습관을 모르는 여성 운전자를 위한 배려다. 공기 청정 기능 강화도 눈에 띈다. 차량에 따라 클러스터 또는 플라즈마 이오나이저 등 다양한 방식의 음이온 발생 장치가 곰팡이균의 활동과 에어컨 냄새를 억제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해준다. 뉴 SM5, 스포티지R, 투싼 ix, 올 뉴 인피니티 M 시리즈, 캐딜락 뉴 CTX 등이 대표적. 

손 안 대고 코 푸는 스마트 주차 시스템 

초보 운전자와 공간 지각 능력이 취약한 여자 운전자에게 주차는 늘 곤혹스러운 통과의례다. 하지만 몇 번을 긁혀봐야 주차를 마스터한다는 말도 옛말이 될 듯. 차가 알아서 주차하는 시대가 도래했으니. 폭스바겐 골프 2.0 TDI '파크 어시스트'와 벤츠 My B '액티브 파킹 어시스트'는 여자 운전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렬주차를 자동으로 도와준다. 운전자는 핸들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기어를 통해 전진과 후진만 반복하면 된다. 예약 주문만 2만 대를 넘었다는 신형 아반떼에도 이와 비슷한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선택사양 70만원)'이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차량 범퍼의 좌우 측면에 장착된 공간 탐색용 초음파 센서가 주차 영역을 탐색, 음성 안내와 클러스터 LCD 창에 표시된 문구에 따라 기어와 브레이크 페달만 조작하면 된다. 기아 K7은 전방 카메라와 후진 시 사각을 감지하는 후방 카메라를 장착, 주차를 쉽게 도와주는 주차 가이드 시스템과 주차 보조 시스템을 탑재했다. K5는 핸들 각도에 따라 자동으로 점등되는 '스마트 코너링 램프(선택사양 70만원)'가 주차를 돕는다. 측면과 사각지대를 비춰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의 지하주차장에서 뛰어난 시인성을 확보해주는 것. BMW 뉴5 시리즈에는 주차나 폭이 좁은 도로 주행 시 시야를 확보해주는 '서라운드 뷰' 기능을, 랜드로버 뉴 디스커버리4는 5대의 디지털 카메라를 장착해 터치스크린을 통해 360도에 가까운 시야를 살펴볼 수 있다. 

여성의 생활 패턴과 성향을 반영한 수납공간 

여자 오너드라이버의 특징 중 하나가 차에 물건을 많이 보관한다는 것이다. 구두를 여러 켤레 차 안에 갖다 놓기도 하고, 화장품과 액세서리를 곳곳에 쌓아놓는다. 실용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일본 차량에는 다양한 수납공간이 특히 눈길을 끈다. 혼다 CR-V는 운전석 아래에 신발을 수납할 수 있는 '언더 시트 트레이'를 비롯해 보틀 홀더, 책을 보관하는 도어 포켓 등을 마련했다. 닛산 뉴알티마는 수납하기 어려운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를 보관할 수 있는 선글라스 박스, 13ℓ 용량의 큰 글로브 박스, 대형 2단 콘솔 박스, 9개의 컵 홀더 등 실용적인 수납공간에 공들였다. 이에 맞서 국산 차량 중에서는 GM대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가 만점 수납에 도전한다. '언더 시트 트레이'를 비롯해 수납공간만 27가지에 달한다. 

여심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쉬운 점도 있다. 어떤 신차에서도 급정거를 할 때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가방을 위한 수납공간은 찾아볼 수 없으며, 한여름 강력한 자외선을 완벽하게 차단해주는 배려도 부족하다. 다만 10년 전에 비해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는 점은 앞으로 10년 후, 나의 3번째 애마는 완벽한 우먼 컨셉트 카가 되리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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