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의성 교육
- 임 선 하 (현대창의성연구소 소장) -
Ⅰ. 창의성 교육, 말이 넘쳐 난다!
Ⅱ. 창의성이 필요한 사회, 창의성을 권하는 교육
Ⅲ. 뛰기 전에 반성한다
Ⅳ. 뛰면서 생각한다
Ⅴ. 지혜는 반성 속에서 나온다
Ⅵ. 글을 마치며
I. 창의성 교육, 말이 넘쳐 난다!
우리 나라의 창의성 교육은 양적으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제7차 교육과정의 중심 목표가 창의성 교육이고, 이에 맞추어 편찬된 교과서는 창의성과 직접 관련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국어 쓰기 교과서의 경우 첫째 마당의 제목이 ‘상상의 날개를 펴요’이다. 이 마당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그동안 창의성 교육자들이 주장해온 창의성 교육의 구체적인 활동 상황과 비슷한 형식을 하고 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 구체화된 창의성의 내용으로 발전된다. 중학교 생활 국어 첫째 단원의 이름은 창의적 사고이다.
기조 강연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창의성의 기준에 맞춰 개발한 교육 시행청에서도 창의성 교육을 중요한 정책 과제로 삼아 활발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광역시 교육청은 2002년에 이미 ‘창의 교육 기획단’을 구성하고 담당자들이 창의성 교육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경상북도 교육청은 전 지역의 장학 전문직을 대상으로 창의성 교육’ 집중 연수를 하였다. 현직 연수 내용에 창의성 교육이 반영되는 추세도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은 수년 전부터 ‘창의성 교육 일반 연수 과정’을 운영해
오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교육 연수원에서는 창의성을 일정 시간 할애하고 있다.
창의성 교육 시범학교나 연구학교를 지정하여 학교 교육 현장에서의 연구 및 실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특히 2002년에는 국내 최초로 교육인적자원부 지정 창의성 교육 시범연구 학교를 선정하고, 학교 단위의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한 기초 자료 수집에 나서고 있다.
전북 고창 교육청 관내 고창 남 초등학교가 그 곳이다. 관 주도의 창의성 교육 확산 노력과는 별도로 사학 재단(포철교육재단)이 추진하는 창의성 교육은 지난 1년 동안의 실천 경험을 통해 창의성 교육의 효과를 확인하는 성과를 얻었다.
2003년 2월 10일 개최된 창의성 교육 프로그램 시범 적용 보고회에서는 창의성 교육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세부적인 영역들의 지혜를 참석자들과 교환하였다. (참고: 창의가 길이다, 포철지곡초등학교,2003). 이런 열기는 앞으로 계속 확산될 것이다.
창의성은 이제 대학 입학의 중요한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교육과정평가원의 말을 빌리면 ‘통합교과적 소재를 바탕으로 한 사고력 중심의 발전된 학력고사’로서, 창의성을 요구하는 시험이었다. 대학에서 치르는 논술 시험과 구술시험은 그 자체로 창의성을 반영하는 시험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여 사설 창의성 교육센터도 늘고 있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 연구 대회에서 발표되는 창의성 교육 관련 연구물 수도 늘고 있다. 특히 금년의 경우 창의성 교육 관련 연구물의 상위 입상 실적이 두드러졌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다. 광주 및 경기지역에서는 창의성 교육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이 자생적인 모임을 만들어 심도 있는 연구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런 모임도 갈수록 늘고 있다. 교육대학원에서 창의성 교육 강좌를 개설하기도 한다.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과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이 그곳이다. 창의성 또는 창의성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는 책이나 자료의 양도 최근 들어 파격적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이나 교사들이 창의성을 주제로 쓰는 논문의 양도 늘었다.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은 물론이고, 현장 연구 논문도 크게 늘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창의성을 연구와 사업 주제로 하는 사설 창의성 연구소들도 최근 들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연구소들도 수익 모델을 갖추고 수익을 내고 있다. 이런 외형적인 변화를 보면 우리의 창의성 교육은 정책과 연구 그리고 실천 측면에서 큰 발전을 했다는 결론을 내려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양적인 증가가 꼭 질적인 향상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양적 성장이 질적으로 변환되어야 창의성 교육의 수준이 향상될 것이고, 그 교육을 통해서 길러지는 인간상도 미래 지향적인 역량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창의성 교육의 준비와 실천 과정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추출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II. 창의성이 필요한 사회, 창의성을 권하는 교육
우리 나라 교육 1번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서울의 강남 지역이다. 구체적으로는 대치동과 압구정동 그리고 서초동 지역이다. 이 지역에 요즘 들어 늘어나는 간판이 있다. 사고력과 창의력 교육 센터 간판이다. 이런 현상이 주변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도 아닌 사고력과 창의력을 가르치는 활동을 제공하는 교육 센터가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이들 지역에 사는 학부모들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이들은 대체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다. 성공한 사람은 성공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아직껏 성공을 경험하지 못해본 사람들과는 매우 다른 특성이다.
성공하는 방법을 체득한 사람들은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성공하는 방법을 전수해 주고 싶다. 이들은 학교에서 국어 점수나 수학 점수가 몇 점 정도 더 오르고 내리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이들이 생각하는 미래의 성공 지표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래의 성공 지표는 어떤 것일까? 스스로 일궈낸 부와 사회적 지위를 자녀들이 그대로 이어받아 오랫동안 유지하게 하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이 있음을 이들은 알고 있다.
창의적인 사고 능력과 리더십이다. 이런 능력은 학교에서 별로 가르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은 자녀들을 사고력과 창의력 교육 센터에 보내는 것이다. 이들 지역의 학부모들이 사고력과 창의력 교육 센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그것이다. 2003학년도 수능은 전 과목에 걸쳐 통합교과적 소재를 바탕으로 사고력과 창의력을 측정하는 문항의 비중이 예년에 비해 더 커졌다. 여러 교과나 한 교과내의 여러 단원이 연관된 소재와 함께, 주어진 문제 상황을 추리 분석하고 탐구하는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문항도 다수 출제됐다. 또 수능이 10여년을 경과하면서 다양한 소재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해, 이미 출제된 소재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하거나 변형한 문제도 일부 출제되었다. 그러다 보니 언어 영역에서 점수가 갈리게 되었다. 특히 언어 영역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언어 영역은 그 전해에 비해 훨씬 더 창의성을 요구하는 문제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떤 신문에서는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과 독서/토론 부재 등이 언어영역 점수가 낮아진 결과를 가져왔고, 이것이 전체 점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맞는 말이다. 지난 수능에서 재학생들이 고차원적인 사고력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문제 풀이에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현 학교교육이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수능 시험 이후 나타난 우리 교육계의 변화 요구를 들어본다(). 일선 교사들은 교과서 밖 지문이 많이 나왔던 언어영역의 문제들이나 시사문제 등과 연결한 사회/과학 문제들은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한 고민을 담은 좋은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유의 공부에 익숙하지 않았던 학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ㄱ고 이아무개(3년)양은 ‘학교 공부가 교과서 진도 나가고 보충수업 때 문제 풀이하는 게 전부’라며 ‘학교수업이 수능 대비에 한계가 있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지만 고교 교사들은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을 현재의 교육현장에 요구하는 것은 여건상 무리라고 항변한다. 교사들은 우선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 분량이 토론과 발표 수업 등을 하기에는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서울 ㅅ고의 한 국어교사는, ‘고교 1년생은 국어 교과서 2권을 1년 동안 끝내야 한다’며 ‘교사들은 교과서 내용을 거의 다 다루려 하기 때문에 사고력을
키우는 다양한 교육이 어렵다’고 밝혔다. 교재 구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 다른 국어교사는 ‘교과서가 읽기 등의 영역에 대한 고만고만한 기본지식에 치우쳐 있으며, 이런 지식을 응용하거나 실생활에 활용하도록 하는 내용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또 ‘스스로 교재를 구성하거나 토론/발표 교수법을 적극 활용하는 교사들도 있으나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학부모들의 냉담한 반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고교 7차 교육과정의 첫 대상자인 현 고교 2년생 역시 7차가 의도하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육과는 거리가 먼 수업을 받고 있다. 국사 교과서는 양이 더 늘었고, 영어나 수학 역시 분량이 거의 그대로여서, 6차 때와 같은 주입식 교육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서울 세화여고는 천편일률적인 보충수업 대신, 3년 전부터 아침 시간에 1학년의 경우 독서 지도, 2학년은 신문읽기 지도를 하고 있다. 매일 국어교사들이 교과서 바깥에서 독서자료를 찾아내 이를 학생들에게 나눠준 뒤 토론 수업 등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원유신 국어과 부장교사는 ‘비교과 지문이 많이 출제된 이번 수능에서 이 교육방식의 덕을 봤다’고 말했다. ㅎ학교나 교사 차원의 다양한 교육활동과 별개로 교과서를 맹신하고, 일방통행식 교육을 불가피하게 하는 제도적 구속에서 탈피하는 것도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간부는 ‘단위 과목의 양을 크게 줄여야 하며, 과목 축소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7차에서도 주요 대학의 최저 이수단위 설정 등으로 근본적인 교육형태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이 간부의 진단이다.
유균상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학생들의 선택에 부응하는교원 수급이나 교과 전용 강의실 등 시설 확충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교사들은 또 교육부가 대안 교과서 활용을 못하게 하고 있는 것도 획일적인 수업을 조장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토론식 학습법에 익숙지 않은 교사들에 대한 재 연수 강화와 함께 교사들이 학생들의 학습 조언자라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위에서 다룬 사항들이 하루 빨리 정리되지 않으면 우리의 교육은 더 이상의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2003년 수능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창의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한다는 발표가 있었기에 더 더욱 급하다.
III. 뛰기 전에 반성한다
교육은 현장에 적용되기 전에 충분히 준비되지 않으면 안 된다.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시설을 할 때와는 크게 다르다. 준비가 잘못되어 문제가 생기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은 열심히 뛰는 것보다는 충분히 준비하고 천천히 뛰는 것이 더 좋은 정책일 것이다.
1. 반성 ①; 창의성의 개념 정의 문제
창의성 교육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성의 개념 정의 문제이다.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교육적으로 그 대상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보아도 현장의 교사들은 창의성의 어지러운 개념 때문에 개념의 덫에 걸려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창의성의 개념 정의에 따른 문제점을 살펴보자.
창의성의 정의 속에 창의성의 지향점과 요소가 혼동되고 있다. 창의성의 지향점은 새로움(즉 독창성)에 있고, 유창성이나 융통성은 이 새로움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창의성 이론가들의 정의에서는 이들이 평면적으로 대등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창의성의 정의에서 그것이 지향하는 이상으로서의 새로움(독창성)을 강조하는 창의성 교육은 유창성이나 융통성을 자극하는 교육으로 끝맺는 창의성 교육의 한계를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 낭만주의적 정의가 적지 않다. 마음껏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창의성이고 아무렇게나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창의성 교육인 것처럼 낭만적으로 정의하는 경향이 있다. 창의성을 이렇게 정의하면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창의성을 동일하게 받아들이는 것과 다름 아니다.
창의성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단련되고 절제된 구조화된 사고를 통해 도달되는 이상이다. 창의성은 인간이 가진 사고 중에서 가장 최상의 위치에 존재하는 만큼 엄밀하게 접근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환상주의적 정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분석학의 토대를 가지고 있는 학자들은 창의성을 환상적이고 무의식적인 사고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이들의 정의에 따르면 창의성은 우리의 건전한 이성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된다. 창의적인 사람을 언급할 때 주로 위인들만을 떠올리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위인들의 설명하기 힘든 창의적인 성취를 보통 사람들의 창의성과 연결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
창의성은 환상으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환상으로 받아들여 일부의 사람들만이 관심의 대상이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창의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교육과 관련된 창의성의 정의가 드물다. 교육과 관련된 창의성의 정의는 교육의 실제에 도움이되어야 한다. 그러나, 창의성 교육의 실천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정의가 많다.
창의성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창의성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심리학적인 접근이건 철학적 접근이건 창의성이 교육 상황에서 다루어질 때에는 교육적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지금까지의 창의성 교육 관련 도서는 엄밀히 말해 창의성도서일 뿐이지 창의성 교육 도서가 아니다. 창의성에 관한 심리학적인 논의가 주를 이루고, 교육에의 적용 부분은 생색만 내는 경우가 많다. 임선하(2003)는 창의성 모형과 창의성 교육 모형을 구분하여 접근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우리 나라 학자들이 제안하는 창의성의 개념은 창의성의 내용과 연결시키기 어렵다. 창의성의 개념화 작업에 따른 후속 조치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개념이 포함하는 내용 확보 노력이 없다. 이는 우리 나라의 창의성 교육 연구 역사가 짧다는 데도 기인하지만, 창의성이라는 주제를 필생의 업으로 설정하고 몰입하는 학자들이 적다는 데 그 근본 원인이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임선하(1993)는 창의성을 ‘새로움에 이르게 하는 개인의 사고 관련 특성’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는 새로움이라는 최종적인 지향점이 있다. 이 지향점을 향해서 나아가는 조직화된 활동을 창의성 교육의 줄기로 파악한다.
반성 ②; 창의성의 인지 구조적 이해 문제 창의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인지 구조를 상정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아이디어가 작용하는 과정을 정신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된다. 인지구조론 중에 판이론(Plate Theory)이 있다. 인간의 인지 구조를 일종의 독서카드 개념으로 파악하는 이론이다. 우리는 하나 하나의 정보나 지식을 접할 때 하나 하나의 독서 카드를 기록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독서 카드가 많은 사람은 지식과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인지 구조의 판이 많은 사람은 공부를 많이 하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그런데, 문제는 판이 이렇게 많다 보니 특정한 문제 상황에서 요구하는 판을 다 꺼내지 못한 채 문제를 해결하고 마는 사례가 자주 나타난다. 문제 해결이 끝난 다음에야 비로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탄식을 하는 사람들은 이의 사례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장의 판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러 조그만 판에 자리하고 있는 지식이나 개념을 하나의 커다란 판에 위치지우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해야 문제 상황에서 빠뜨리고 활용하지 못하는 지식이나 개념이 없어진다.
이런 생각은 곧 단일공간적 사고(Homospatial thinking)로 연결된다. 로센버그(Rothenberg)는 하나의 공간에 모든 지식이나 개념을 배치시키는 사고가 곧 창의적 사고라고 말한다. 단일 공간적 사고의 개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아이들에게 창의성 교육을 할 때에는 다양한 경험의 소재(place)를 하나의 공간에 모으라는 멋진 실천 아이디어로 나타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비교적 단일 공간적 사고 이론과 무관하게 논의되어 온 오스벨(Ausubel)의 인지 이론인 그물망 이론(net theory)이 단일 공간에서 의미있게 논의될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러니까 단일 공간적 사고로 모든 정보나 지식을 모으는데, 어떻게 모아야 할 것인지를 그물망이론이 설명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물망 이론은 인간의 인지 구조를 그물로 받아들인다.
그물의 눈과 코에 습득한 지식이나 개념을 위치지운다. 이 때 새로운 개념이나 지식은 이전의 개념이나 지식에 비추어 그 위치를 잡게 된다. 바로 이 과정이 개념이나 정보를 조직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정보를 서로 유기적이고
촘촘하게 배치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조직된 지식이나 정보가 연합이론(association theory) 즉 서로 다른 것 사이의 연합 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다. 정보를 저장할 때 연합 이론의 관점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멀리 떨어진 것들 사이의 연결이 더 고차원적인 사고라는 관점에서 경험을 확대함으로써 창의적 사고의 가능성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것이다.필자가 이런 생각을 정리하는 이유는 창의적 사고의 과정을 월러스의 절차적 모형이나 문제 해결 모형에서 설정하고 있는 것처럼 거의 자동화된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하는 것보다는 인지구조 속에서 어떤 작용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미시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이 창의성을 교육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중심 과제라고 생각한다.
IV. 뛰면서 생각한다
어떤 일을 통해 지혜를 얻고 철학을 갖게 되는 사람은 뛰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뛰는 사람이다. 창의성 교육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점검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정리한다.
1. 생각 ① ; 경험의 소진 현상을 촉진해야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언제 나오는가? 경험과 지식이 소진된 후에 진정으로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사고 작용이 일어난다. 따라서 경험이 가능하면 빨리 소진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구조화된 체제를 활용한다.
구 분 목 표 유 동 고 정 소 재 유 동 목표유동, 소재유동 목표고정, 소재유동
고 정 목표유동, 소재고정 목표고정, 소재고정
여기서 목표와 소재를 고정시키는 이유는 경험의 소진 현상이 생기므로 이것을 촉진시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유아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금은 융통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유아 교육에서는 목표와 소재를 고정시키기는 하되 어느 정도는 유동적인 상황을 허용해도 된다. 초등학교로 이어지면서 목표와 소재를 고정시키는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 표를 토대로 해석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시사점은 교육은 목표와 소재를 고정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생활 자체가 교육은 아니라는 점이다. 생활은 목표와 소재가 하나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생활을 어느 정도 일정하게 조직하고 규제하는 것이 교육이다. 즉 의도적인 상황이 전제되는 것이 교육이다. 이런 논의는 창의성 교육을 교과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는 또 다른 근거가 될 수 있다.
생각 ② ; 프로그램과 워크 시트의 구별을 해야 한다.
창의성 교육의 상황에서 활용되고 있는 자료들은 크게 기존의 기본 교재를 보충해주는 성격을 갖고 있는 것과 자체의 목표와 내용에 의해 구성된 자기완성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워크 시트(worksheet)로서, 그 활동 자체의 의미를 다른 기본 교재와 관련지어 찾아야 하는 것이다. 후자는 프로그램(program)으로서, 자체의 목표와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된 교육 자료이다. 이런구분은 창의성 교육의실천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여진다. 창의성 교육프로그램이라면 그에 맞는 실천행위가 따라야 한다.
생각 ③ ; 활동들 사이에 스토리가 연결되어야 한다.
교육 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는 창의성 교육 자료는 대부분 교사 자작의 학습지인 경우가 많다. 물론 상업 출판된 자료도 있지만 이들은 대체적으로 활동들 간에 서로 유기적인 관계가 없는 낱장들의 묶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교사들은 이들 낱장의 자료들을 무작위적으로 지도한다. 이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창의성 교육을 낱장짜리 활동지로 하는 경우 활동들
사이에 스토리(즉 의미있는 줄거리)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아동들의 실제 삶의 장면에 연결되기 어렵다. 그 이유를 살펴 보자.
<낱장짜리 활동지로 공부한 경우>
위의 다섯가지 활동지로 공부한 아동의 경우 활동지①이 신체 활동과 관련된 학습 활동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그 프로그램으로 공부한 아동은 실제 생활에서 그 활동 즉 신체와 직접 연결된 자극 상황에 처하게 될 때에만 실제 삶과 연결된 사고를 하게 된다. 활동지 ② 시장 관련 활동은 시장 상황이 주어져야만 아동들은 이미 학습하여 형성한 개념이나 체험을 자극하게 된다. 활동지③ 문구, 활동지④ 집안, 그리고 활동지⑤ 악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정리해서 말하면 아동들은 학교에서 공부했던 것과 동일한 자극 상황에 처하게 될 때에만 이미 공부했던 것을 회상하여 사고하게 될 것이다.
<스토리가 있는 프로그램으로 공부한 경우>
활동지①이 신체 활동과 관련된 학습 활동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 그 프로그램으로 공부한 아동은 실제 생활에서 그 활동과 직접 연결된 자극 상황에 처하게 되지 않고 시장이나 문구 관련 자극을 받더라도 교육받은 삶과 연결된다. 그러니까 서로 연결되어 있는 활동지의 묶음 즉 전체 교육 활동을 하나의 중심되는 주제로 계열을 정해 가르치는 프로그램은 학습 상황에서 서로 달리 접한 자극의 경우에도 언제나 전체가 자극되어 회상된다. 창의적 사고력은 직접 사고 활동에 개입하는 경우와 이미 경험한 것을 회상하여 반성하는 경우 외에는 거의 자극되지 않는다고 할 때 프로그램으로 공부하는 것이 훨씬 더 창의성 증진에 효과적일 것임은 이런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가르치면 가르치는 교사의 노력은 훨씬 적게 들지만, 교육 효과는 클 것이다.
생각 ④; 표상 방법을 다양화해야 한다.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다양한 사태를 전제하고 있다. 머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고 과정이 다양한 구조를 자극해야 하지만, 사고 결과를 나타내는 즉 표상하는 방법도 다양해야 한다. 말이라는 표상은 가장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참신성과 자극성은 떨어진다. 따라서 머리로 생각한 것을 몸으로 나타내보게 한다든지, 상징이나 기호로 나타내보게 하는 활동을 유도함으로써 다양한 표상 방법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소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상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창의성 교육 활동으로 이끌 수 있다. 하나의 특정한 소재를 가지고 말, 그림, 몸, 상징, 기호, 음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상하게 하면 사고 작용이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V. 지혜는 반성 속에서 나온다
창의성 교육을 하고 나면 학생들의 창의성이 증진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을 확인해 보고 싶을 것이다. 이 때에도 문제는 있다.
1. 반성 ① ; 창의성 교육의 효과 준거 설정의 문제
창의성을 가르치고 나면 창의성이 증진된다는 매우 원시적인 주장이 아직도 주를 이루고 있다. 한기순 교수(2003)는 ‘창의성의 다양성;창의성의 영역 특수성과 일반성에 관한 고찰’ 논문에서 창의성의 영역 특수성과 영역 일반성에 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한 교수가 문제 삼고 있는 이 주제는 창의성을 측정하고 교육하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시해준다. 언어, 미술, 수학의 3영역에서 산출한 창의력이 서로 낮은 상관을 나타내고 있다는 결과는 창의성 교육의 효과 측정 준거 설정 상황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일반적인 창의성 측정 검사로 측정한 창의성은 의미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에 더 나아가 또 다른 논의가 요구된다. 창의성을 가르치고 나면 창의성이라는 일반적인 요인의 복합체가 증진되지는 않을 것이다.
창의성의 구성 요인들 중에서도 먼저 다루어지는 요인들이 있다. 대체로 창의성 교육을 시작할 때 유창성을 먼저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다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독창성을 강조한다. 유창성과 독창성은 사고 과정이 다르다. 유창성은 플러스 개념이라면 독창성은 마이너스 개념이다. 유창성은 무엇이든지 합하는 것이지만, 독창성은 합하기 보다는 자질구레한 것을 배제하고 얻는 또 다른 생각인 것이다.
아래의 표는 서울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창의성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실시한 창의성 검사와 창의성 교육이 실시된 후의 창의성 검사 점수를 비교한 것이다. 창의성을 가르치고 났더니 일반적으로 창의성이 증진된 것이 아니라 창의성의 특정 요인
즉 융통성과 독창성이 증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경우에 이런 경향을 보인다.
* 유창성, 정교성 점수는 낮아진 반면, 융통성, 독창성 점수는 높아졌다. 모두 P<.05 수준에서 유의함.
2. 반성 ② ; 사고의 구조를 고려한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활용되는 창의성 교육 자료들을 분류하면 “마음껏 상상해 보자”는 형식의 창의성 학습지들이 지배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형식의 활동은 일부로 제한되어야 한다.
거의 모든 활동이 이런 형식을 띠고 있다면 학습자들이 사고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없다. 학습자들은 제한된 자기만의 정해진 방식으로 상상 행위를 할 것이다. 위와 유사한 활동지를 여러 번 접해도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소재를 바꿔도(일테면 나무에서 자동차로) 상상 방식은 구조적으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상의 다양한 구조를 제시해 주어야 한다. 임선하(1998)의 ‘창의성의 DESK 모형’은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다. 추상적인 교육 목표를 매우 구체적인 교육 목표로 세분화한 이 자료는 상상을 비롯한 창의성의 모든 영역을 조직적으로 구성하여 다룰 수 있게 해준다. 위의 문제는 현재 존재하는 것을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상상의 한 활동이므로, 이 활동을 끝내면 또 다른 상상의 길을 안내해 주어 자유자재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활동 예; 상상의 동물인 용을 꿈 속에서 진짜로 본 것처럼 생각하고 말하기)”나 “현재 존재하는 것을 축소하여 생각하기(활동 예; 큰 비행기가 축소되어 파리만큼의 크기를 가졌다면?)” 또는 ”현재 존재하는 것의 위치를 바꿔 생각하기(활동 예; 얼굴 중앙에 있는 코가 머리 꼭대기에 있다면?)”과 같은 상상의 다양한 길을
체득시켜야 하는 것이다.
3. 반성 ② ; 좋은 프로그램의 판단 기준을 갖추어야 한다.
진정으로 좋은 창의성 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교사들은 창의성 교육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 특별한 기준을 참고하지 않는다. 참고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창의성 교육 프로그램의 기준으로 포함시키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검토 가능한 요소들을 몇 가지 제시한다.
-무엇인가 새롭고 기이한 아이디어를 산출하도록 유도하는가?
-확산적 사고를 강조하는 문제로 이루어져 있는가?
-창의적 사고를 하려는 감정적 긴장을 강하게 조성하는 방안이 있는가?
-학습자의 사전 경험이나 사고를 활용하는가?
-학생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산출하고 발전시키려 하는가?
-사고 과정이나 결과가 창의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가?
-교사가 아이디어를 수용할 수 있는 체제인가?
-건설적인 비판과 평가가 허용되는가?
-창의성 발달에 유용한 기법이 활용되었는가?
-창의성 이론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인가?
-창의성의 다양한 요인과 요소들이 고루 자극되는 프로그램인가?
-창의성 요인과 활동이 조화를 이룬 프로그램인가?
-탐구 범위가 목표에 맞게 구체적인가?
-생활 속에서 재구성하고 재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가?
-아동 혼자서 해결하는 문제보다는 적절한 때 교사의 참여가 필요한 프로그램인가?
-활동들이 서로 연계된 프로그램인가?
VI. 글을 마치며
지금까지 함께 생각한 문제들은 창의성 교육을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의미있는 것들이지만, 창의성 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덜할 것이다. 창의성 교육은 이론도 주장도 아니다. 실천이다. 실천하는 과정에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문제에 직면하고 좌절하는 경험을 통해 얻어진 지혜가 이론이고 주장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창의성 교육이 기법 중심으로 이해되어온 기존의 패러다임을 변환시켜 내용 중심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창의성이라는 소화하기 어려운 큰 덩어리를 잘게 쪼개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시킨 창의성의 내용 구조가 가진 창의성 교육의 실천 방안을 가지고 현장에서 얻은 지혜들이다.
필자가 제시한 문제와 간략한 대안들이 창의성 교육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썼다. 우리 나라 창의성 교육 역사 50여년에 이제는 우리의 학교에서 얻은 지혜가 이론이 되고 모델이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참고문헌
교육인 적자원부, 교육마당21, 2003년 4월호(창의성 교육 좌담회에서의 임선하 발언)
임선하, 창의성, 원초적 본능으로 착각하는 사람 많다, 교육개발 2003.1-2. pp.64-69
임선하, 창의성에의 초대, 서울:교보문고,1993
임선하, 창의성의 틀 -DESK 모형-, 서울:현대창의성연구소,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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