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게시판에 캠리의 한국내 시판가격이 삼천오백 만원으로 결정되었다는 글이 올라와서 논의가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도요타의 상륙에 맞서 현대에서는 YF 쏘나타를 지난 17일에 출시 하는 등 흥미로운 전개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YF 쏘나타의 스타일 및 가격에 대해서는 여러 자동차 관련 게시판에서 뜨겁게 논의되고 있어 쏘나타의 무게감과 거기에 쏠린 세인들의 관심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도요타의 공식 진출이 다음달로 예정 되어있는 상황에서 도요타의 한국 진출 배경부터 향후 전망까지 감히 짚어 보고자 합니다.
1. 배경
예전 렉서스가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때 도요타 관계자는 ‘한국에서 도요타 브랜드의 사업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라는 말을 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도요타 입장에선 한국이란 시장은 자국산 차량의 시장점유율이 95%가 넘는 ‘특이한’시장 이라고 평가했고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한국산 차량과의 ‘대중차’ 경쟁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렉서스’가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 굳이 도요타 브랜드 상륙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을 테고요.
그런데 HONDA가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고급차’가 아닌 ‘대중차’인 HONDA가 매월 수입차 판매 신기록을 갱신하고 결국 년간 만대가 훌쩍 넘는 실적을 올리죠. 도요타는 아마 배가 꽤 아팠을 겁니다. HONDA가 만대 넘게 팔리는 시장에 도요타는 사업조차 개시하지 못하는 상황을 본사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웠을 거구요. 더욱이 HONDA의 판매는 수입차끼리의 제살 깍아먹기가 아닌 현대의 일부 고객을 뺏어온 것이라 한국 수입차 시장확대에 따른 도요타 브랜드의 성공 가능성도 점칠 수 있었겠죠. 이래저래 해서 도요타 브랜드의 한국 출시는 기정사실이 되었지만 리먼의 부도 이 후 닥친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시장침체, 원화약세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아 도요타 브랜드의 상륙에도 빨간 불이 켜집니다. 그리고 2009년 10월 금융위기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환율도 - 여전히 높기는 합니다만 - 안정적인 상태에 접어들면서 캠리, 라브-4, 프리우스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 하게 됩니다.
2. 전략
어차피 상품은 시장이 있어야 팔립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수입차 시장이란 상당히 특이한 시장이죠. 합리적인 소비는 찾을래야 찾을 수 가 없고 비싼 물건이 잘 팔리는 시장이었습니다. 그나마 최근 들어 개성 있는 장점을 내세운 저렴한(?) 모델이 늘어남에 따라 합리적인 소비가 점차 늘어나고는 있으나 평균 3천만원 대라는 최저 가격 때문에 여전히 그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도요타 브랜드 역시 이런 한국 수입차 시장의 환경에서 크게 자유롭지는 못했을 테죠. 캠리 2.5모델의 STARTING PRICE가 3천 5백만원 대로 결정 되었다는 것은 이의 반증입니다. 그리고 혼다 어코드의 성공 전략을 따르기로 결정 했다는 증거로도 보여지고요. 북미 시장에서 어코드와 캠리 가격이 유사 트림 기준 $1,000 ~ $1,500 (4% ~ 6%) 정도 차이가 나는 점을 보면 캠리의 예상 가격 삼천오백만원대는 어코드 2.4의 한국 가격 (\3,910만원) 에 비해 더 공격적 이라고 볼 수 있겠죠. (렉서스가 원화 결제를 하고 한국 포스코에서 강판을 구입하기도 하는등 도요타에서는 원화에 대한 환율 리스크를 커버할 수 있는 전략을 펼 것도 같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어느 트림을 들여와서 저 가격에 팔 것인가 하는 것인데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코드의 전략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처음 진출 하고자 하는 시장에서 최고 성공 모델을 벤치마킹 하는 것은 영리한 것이죠. 제 예상에는 아마 어코드가 북미 트림 EX 와 EX-L 사이의 모델을 들여온 것처럼 캠리도 북미 트림 SE 와 XLE 사이의 트림을 들여 올 것으로 예상 합니다. SE 사양에서 스포츠 튠 사양은 빼고 가죽시트 같은 옵션은 넣고 고급 옵션들은 V6 트림과의 차별화를 위해 뺀 한국 시장 취향에 어느 정도 타협한 모델을 BASE 모델로 하고 풀옵션으로 V6 트림을 짜겠죠. 더 중요한 부분은 V6 3.5 모델의 한국 가격인데요. 이는 V6 트림이 캠리 판매의 대부분을 이룰 것이기 때문이죠. 아무리 외제차 프리미엄이 있다지만 그랜저 V6모델을 살수 있는 삼천만원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면서 4기통 차량을 사려는 구매층은 상당히 제한적일 테니까요. 그런데 북미 V6 3.5모델의 가격이 MSRP기준으로 $29,045입니다. 이 가격에 관세, 개소세, 교육세, 부가세 등 수입차 관세만 계산해도 $38,990. 여기에 어제 환율인 \1,205.8/$를 적용하면 \47,014,142입니다. 어마어마한 금액이 나오는데요. MSRP가 아닌 에드먼드닷컴의 INVOICE 금액인 $26,138로 계산을 하면 \42,308,689정도네요. 경쟁 차량인 어코드 3.5가 \45,400,000인 점을 감안하면 사천오백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텐데요. 어코드 3.5가격이 삼천구백에서 사천오백으로 가면서 판매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을 도요타도 알고 있을 텐데 최종가격이 얼마로 책정 될 지 기대가 됩니다. 참고로 어코드 3.5의 INVOICE 금액은 $26,014이네요.
3. YF는 ?
YF가격이 NF대비 200만원 이상 오르면서 요즘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지난 2005년에 올린 ‘한일 FTA 체결 후의 일본차의 경쟁력’ (http://cafe.chosun.com/club.menu.pds.read.screen?page_num=47&p_club_id=carworld&p_menu_id=7&message_id=301363)이란 글에서 한일 FTA가 체결되어 한국의 수입관세가 철폐 되더라도 쏘나타의 다음 세대모델은 최소 6% 가격 인상의 여지가 있다.’라고 썼었고, 관세가 철폐 되지 않더라도 추가 10%의 여지가 있다 라고도 썼습니다만 그 근거였던 어코드의 가격이 2005년 대비 14%나 인상되었으니 결론적으로 YF 2.4는 기존 대비 30%나 가격 인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습니다. 물론 환율 문제로 올라가버린 14%는 무시한다 치더라도 ? 환율상황이 변하면 언제라도 예전가격으로 복귀할 수 있기 때문에 - 16%는 인상할 여지가 있습니다. 10% 인상은 기본이고 200마력이 넘는 엔진임을 포인트로 마케팅 해서 16%까지는 가능 하다는 거죠. 이를 근거로 YF 2.4의 예상가격을 유추 해보면 NF 2.4S의 가격인 \28,550,000에서 16% 인상 시 \33,118,000 정도입니다 마력도 떨어지는 어코드 2.4가 \39,100,000이고 환율상황에 따라 \36,000,000까지 내려 오더라도 여전히 10%의 저가의 메리트는 점할 수 있는 가격이 예상됩니다. 단지, 쏘나타 가격이 삼천삼백까지 가버리면 그랜저 2.7의 가격과 상당히 겹쳐버리게 되는데, 그렇다면 YF의 디자인 파격이 이해됩니다. 차량 컨셉상으로 그랜저와 쏘나타를 완전히 분리시킬 필요가 생긴 것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쏘나타 2.4모델은 한국 시장에선 거의 팔리지 않으니 ‘살 사람은 비싸도 살거다’라고 판단하기도 쉬웠을 거구요. 그랜저 2.7이 195마력이니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글에서 쏘나타의 뒷좌석 헤드룸이 부족해서 NF보다 많이 팔리기 힘들 것 이라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상관없음’ 입니다. 쏘나타라는 브랜드파워는 ‘앞으로 한국 중형차의 기준은 4도어 쿱이다.’라는 기준을 만들고도 남기 때문입니다. 현대 영맨들은 헤드룸이 좁아서 도저히 안되겠다고 하는 고객에게 ‘그럼 그랜저 2.4로 가세요~ 어차피 100만원 정도밖에 차이 안 납니다.’라고 해버리면 간단한 거죠. (그리곤 옵션신공 작렬)
4. 결론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한국의 대표 승용차인 YF 쏘나타 출시와 도요타의 한국 본격진출. 결론은 ‘현재 승용차의 가치대비 가장 저렴하게 차를 공급하는 회사는 현기차다. 도요타는 대중차로서의 접근 보다는 ‘수입차’로서의 전략을 택했고 그 결과 현대의 가격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도로 정리가 됩니다. 하지만 이번 쏘나타의 인상이 아마 두자릿 수 인상의 마지막 장면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YF가격 에서 다시 한번 10%정도의 인상이 이루어지면 그랜저 가격과 거의 겹쳐지게 되는데 그랜저는 어코드 3.5, 캠리 3.5 트림에 밀려 그 만큼의 가격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2005년 산타페로부터 촉발되어 투싼, 쏘나타로 이어진 가격인상 ‘파동’은 이제 그 끝물에 다다른 것 같네요. 제네시스는 벌써 벤츠 뉴E클에 캡이 씌어져서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고 아반떼는 뉴SM3와 라프라는 출중한 경쟁차량들이 있어 섣불리 움직이기 힘들죠. 그 이하 차량은 어차피 시장이 미미한 수준이니… 이번 YF 쏘나타 가격인상이 독과점 기업인 현기차의 마지막 횡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위안 삼아 이 글을 마칩니다.
출처 : http://cafe.chosun.com/club.menu.pds.read.screen?p_club_id=carworld&p_menu_id=7&message_id=557951
최원석 님
'[WriterGeni] > 좋은글&명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속좋은글 (0) | 2009.11.12 |
---|---|
삶에 즐거움을 주는 좋은 글 !! (0) | 2009.11.12 |
CCIE의 가치에 대한 좋은 글이 있어 퍼왔습니다. (0) | 2009.11.12 |
[아침공감]의 좋은 글^^ (0) | 2009.11.12 |
자신을 돌아 볼수있는 좋은글 (0) | 2009.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