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라디오와 음악을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 듣던 라디오...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라디오를 끼고 살았던 터라

최근에는 CBS 음악 FM을 거의 하루종일 틀어놓고 지내고 있습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듣기 편한 노래와 음악이 거의 하루종일 나오거든요^^  )

 

그런데 그 중, 오전 7~9시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그대와 여는 아침])이

제 예전 출근때부터 늘상 듣던 것이었는데

그 중 '아침 공감'이란 코너에서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들이 있어

전부터 한번 우리 동기님들과 나눠야겠단 생각을 하다

드디어 오늘 이렇게 시도 및 실행을 해 봅니다.

 

(사실, 최근에 라디오는 틀어놓고 있지만 사연은 정확히 못듣고 있었기에

 인터넷을 찾아 들어가 확인을 해야 했답니다.

  정확히 못듣는 이유는?  마침 그시간이 딸애 아침 챙기느라 후라이팬에서 지글거리는

   기름 소리를 더 크게 들어야 하는 시간이기에....   7시 40~45분쯤에 방송이 나오거든요...  )

 

 

암튼, 종종 좋은 글을 퍼 와 함께 나누고자 하는데,

같이들 '동감'해 주실꺼죠?~~~   ^.~

 

                                                                                     - 블루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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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아침공감>

또 죽었구나-
나란 인간은 도저히 화초를 키울 수 없는 인간이구나-

말라비틀어진 화초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져넣으면서 자책해봅니다.
쓰레기통에 던져넣는 폼, 뇌까리는 말, 모두 너무나 익숙해
흡! 한 번 놀라면서 말입니다.
벌써 여러 번 화초를 비명횡사 시킨 전적이 있어 죽은 화초를 발견한 후
하는 행동이 이렇게 자연스럽고 그 자연스러움에 한 번 놀란 척 해주는 것도
이렇게나 자연스럽습니다.

흙도 갈아주기 싫어서 물만 먹어도 잘 자라는, 다시 말하자면
집안의 생기있는 분위기를 위해,인테리어를 위해
초록미 한껏 발산해주는 화초를 길렀는데도
그 물 주는 시기를 놓쳐 또 가여운 화초들을 보내버린 겁니다.

넌 어쩜 물만 먹어도 이렇게 이쁘냐,
어쩜 그렇게 욕심이 없니-
갖은 칭찬을 하면서 조금씩 주기도 귀찮아 대충 수돗물 그득 받아
먹이고는 했습니다.

'걔는 물을 너무 많이 줘도 줄기가 썩어버리는 수가 있어요.'
화초가게 아주머니 당부하신 말씀도 뭐 기억이 나나요-

몰이해-무관심-다 죽어갈 때 발견-뒤늦게 후회-
가차없이, 다시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쓰레기통 행-
내 화초들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경로는 대략 이러합니다.

문제는 알면서 계속 반복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음....이렇게 또 화초 하나가 나를 못 버티고 떠나는구나...'
이런 반성의 깨달음도 마음에 묻지 않고 머리에서 물러섭니다-

 

 



쓰레기통을 뒤적거려 다시 화초를 꺼내 마주보고 앉습니다.
밑둥을 살피니 아직 잔뿌리가 생생합니다.
바싹 마른 줄기에 미미하게 연둣빛 속살이 비칩니다.
음- 살릴 수 있겠다-
'그래 한 번 살려보자.'

누가 버린 화초를 주워다 마당 한 곳에서 다시 생생하게 키워내는
어머니들의 버릇을 닮아보려 합니다.


내 불쌍한 화초들에게도 전에 없던, 새 삶의 경로를 열어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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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아침공감>

응원부가 된지 몇 달 후의 일이었다.
승승장구하던 우리 학교가 전국 농구 대회 결승전에서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밀리고 있었다.
워낙 큰 점수 차이로 지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애를 써도 관중들의 호응이 시들했다.
경기가 끝나고 시합에서 진 우리 선수들이 마치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응원단 앞을 지나갔다.
나는 이 선수들이 그동안 얼마나 피나는 연습을 했는지 가까이서 보았기 때문에
그냥 흉내만 내는, 마지못해 치는 박수로 그들을 보낼 수가 없었다.

잘했다, 정미라! 잘했다, 이춘희! 잘했다, 고미영!
나는 응원부 단장도 아니고 손에 확성기도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줄지어 나가는 선수들의 뒤통수에 대고 선수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관중들의 구호를 유도했다.
다행히 우리 응원석에는 내 구호가 힘찬 메아리로 다시 돌아왔다.
-1학년 따위가 겁도 없이 마음대로 구호를 해?
그 일로 응원부 선배 언니들에게 무지막지하게 혼났지만 그 일 덕분에
농구부원들에게 '인간확성기'라는 애칭을 얻었다.

 

 


일어나지마... 일어나지마...
며칠 전 외국선수들의 권투경기를 보면서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한 선수가 죽도록 맞으면서도 버티다가 그로기상태가 되어
링 위에 쓰려졌을 때였다.
심판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해도 쓰러진 선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제발 일어나지 말아라-
남아도는 힘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링 위를 뱅뱅 돌고 있는
상대 흑인 선수를 보니 쓰러진 선수가 다시 일어났다가는
또 죽도록 맞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링위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무조건 일으켜 세워 다시 싸우게 하는 것만이
응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누워있겠는가-
더 이상 싸울 힘도, 의사도 없을 지 모르는데 거기에 대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일어나라! 힘내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잘하고 있는 사람을 응원할 때는 마음 내키는대로 하면된다.
그러나 인생이란 링 위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응원할 때는
세심한 마음이 필요하다.
누워있는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고 그의 선택을 존중하며
조용히 위로해주어야 한다.
이해인 수녀님도 그녀의 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슬픈 사람들에겐
너무 큰 소리로 말하지 말아요
눈으로 전하고 가끔은 손잡아주는-
들키지 않게 꾸준히 기도해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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