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엇갈린 선택’ 누가 웃을까

네이버 |“뉴스편집 포기”

다음 |“토론기능 강화”

포털 사업자들이 갈림길에 섰다. ‘미디어’로 갈 것인가, 아니면 ‘정보유통서비스’로 갈 것인가. 1, 2위 포털은 상대를 따라가지 않았다.

1위 업체 네이버는 사실상 뉴스를 포기했다. 네이버는 그동안 “우리는 정보유통업체일 뿐 언론이 아니다”라며 중립적 뉴스 서비스를 강조해왔지만, 누리꾼들의 집단적 외면에 봉착했다. 홈페이지를 통한 잇단 해명에 이어 최휘영 엔에이치엔 사장이 나섰다. 최 사장은 지난 1일 “하반기에 네이버의 서비스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바꾸겠다”며 ‘뉴스 편집 포기’를 선언했다. 수많은 뉴스 중에서 주요 뉴스를 골라내는 편집 작업은 결국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네이버는 뉴스 편집 작업을 언론사에 맡기고 이용자가 선호 언론을 스스로 선택하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를 괴롭혀온 ‘가두리 양식장’과 ‘친정부적 포털’이라는 지적에 대해 ‘개방형 플랫폼’ 제공과 이용자 선택이란 카드로 돌파하겠다는 적극적 방어전략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우린 애초부터 정보유통업체를 지향했는데 부가적으로 언론으로서의 의제설정 기능이 불거져 곤혹스러워졌다”며 “앞으론 오로지 정보플랫폼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네이버와 반대편 길을 선택했다. 다음은 ‘미디어’임을 표방하고, 아고라와 블로거 뉴스를 통해 언론으로서의 적극적 기능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개방돼 있고 참여지향적 매체인 인터넷 속성에 맞게 이용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공론장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광우병 국면에서 아고라의 영향은 지대했다. 인터넷 조사업체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6월 다음을 시작화면으로 설정한 사람은 5월보다 190만명이 늘어난 1071만명을 기록했다. 한 달 만에 21%가 늘어난, 급격한 상승이다. 아고라 덕택에 뉴스 체류시간이 전월 대비 15% 상승하는 등 다음의 총 체류시간은 7% 늘어났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시작화면 설정자가 0.76%(15만2550명) 감소하고(6월 현재 1980만명), 뉴스 체류시간은 8% 감소하는 등 총 체류시간이 9% 줄었다.

‘미디어’가 된 다음은 결국 전통 미디어와 격돌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다음이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의 공간인 아고라를 운영한다는 이유를 들어 다음에 기사 판매를 7일부터 중단했다. 다음 쪽 관계자는 “페이지뷰와 매출에서 큰 영향이 없다”고 말하지만, 기사공급 중단보다는 이미 기사를 통해 공격적 태도를 보여온 이들 언론과의 향후‘관계’를 우려하고 있다.

엇갈린 선택의 배경에는 두 업체간 수익모델의 차이도 있다. 검색을 통한 키워드 광고로 온라인 광고시장을 지배하는 네이버는 사업의 중점이 검색 강화에 놓여 있다. 검색의 중립성이 위협당하면 사업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다. 다음은 검색의 비중이 낮다. 커뮤니티 기반에서 출발한 다음은 아고라와 블로그 등 뉴스 배포 기능이 중심이기 때문에 이용자를 늘리자면 기존의 미디어 기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두 포털의 엇갈린 선택은 이용자들의 능동적 선택이 보여준 힘에서 기인한다. 네이버는 ‘정치적 중립성’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구조를 선택했고, 다음은 누리꾼의 역동성을 강화하는 길을 찾았다. 전병국 검색엔진마스터 대표는 “한국 포털업계에서는 네이버와 다른 방식의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비관이 있어 왔는데, 이용자들의 비난이 쏟아져 기존 모델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하게 됐다”며 “지금은 포털의 판도와 서비스 구조가 뒤집어질 수 있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중은 자신들의 힘으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를 빠르게 깨닫고 있다”며 “이렇게 대중이 훈련되면 사업자들은 새로운 각도에서 비즈니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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