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라면 산성’ 쌓기 5일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시청 정문 앞에 시민들이 보수언론 광고압박운동의 일환으로 쌓아올린 ‘삼양산성’ 모습.|아고라 제공
ㆍ“보수언론에 광고중단한 기업 도와주자”

ㆍ네티즌, 삼양식품 사주기 포지티브 전개

보수언론에 대한 네티즌들의 광고압박 운동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5일 촛불대행진과 인터넷에서는 조선·중앙·동아일보에 광고를 중단한 광고주에게 ‘개념 기업’이라고 칭찬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조·중·동 광고압박 운동을 위법으로 결론지은 후의 변화다. 네티즌들의 저항 방식이 ‘네거티브식’ 불매운동에서 기업의 옥석을 구분하는 ‘포지티브식’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5일 촛불집회가 열렸던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삼양라면으로 촘촘하게 쌓아올린 이른바 ‘삼양산성’이 등장했다. ‘명박산성(경찰의 컨테이너 장벽)’과 ‘국민토성(시위대가 모래주머니로 쌓은 성)’에 이어 세번째 성(城)이다. 네티즌들은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서 “조·중·동 광고를 중단한 삼양라면을 도와주자”며 성 쌓기를 고안했다. 라면 산성은 ‘개념 기업’을 격려하고 조·중·동을 압박하기 위해 쌓아올린 셈이다.

다음 아고라에서 의기투합한 시민들은 오후 3시부터 서울광장에 천막을 세워놓고 삼양라면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저마다 삼양라면을 한두 묶음씩 갖고 나왔고 옆에서 구경하던 시민들도 편의점에 뛰어가 삼양 라면을 사왔다. 이 바람에 시청 주변 슈퍼마켓·편의점의 삼양라면은 금세 동났다. 삼양산성은 오후 9시쯤 8000개가 넘는 라면이 차곡차곡 쌓여 약 1.5m 높이로 세워졌다. 라면 쌓기를 진행하던 최민호씨(39)는 “조·중·동 광고주 압박운동을 전개할 당시 삼양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해 광고를 즉시 중단했다”면서 “이후 조선일보가 삼양식품 이물질 기사를 보복성 보도했는데 우리의 뜻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해 삼양라면으로 성을 쌓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오늘 쌓인 라면은 촛불집회 시민들에게 무료로 차와 먹을것을 제공하는 ‘다인아빠’ 모임과 불우이웃들에게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청 일대 일부 포장마차들은 아예 ‘삼양라면으로 끓인 라면을 판매한다’는 팻말을 공개적으로 붙여놓기도 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조·중·동 광고중단을 공지한 르까프·BBQ·목우촌·보령제약·신일제약·교원 빨간펜 등도 ‘개념 기업’으로 전해지며 구매운동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개념 기업들을 우리가 챙겨줘야 한다”며 서명운동이 점화됐다. ‘○○○ 학습지’ ‘△△제약’ 감기약을 추천하는 식으로 상품권유 캠페인도 시작됐다.

회사원 김연주씨(25·여)는 “조·중·동 광고중단 기업을 격려하면 광고주들이 받는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라면산성은 보수언론이 어떻게 상황을 왜곡하고 반격하든지 네티즌들이 시시각각 변신하며 맞서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진기자 worldh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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