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인가, 인류의 재앙인가. 인터넷은 민주광장인가, 아니면 유언비어의 진원지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인터넷 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신뢰 없는 인터넷은 약이 아닌 독”이라고 했다. 익명성을 악용한 스팸 메일, 거짓과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은 합리적인 이성과 신뢰까지 위협하고 있다면서 바이러스와 해킹, 사이버 테러, 개인 정보 유출 사고 등으로 폐해가 늘어나고 있음을 우려했다.

인터넷에 관한 한 기계 기술의 진보를 그 운용 기술이 뒤쫓아 가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불균형을 우리는 문화지체(cultural lag)라고 부른다. 기술은 저만큼 앞서 가고 있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우리의 의식과 가치, 교육과 윤리는 한참 뒤처져 있는 현상을 문화지체라고 한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간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터넷은 지금 제2의 시민혁명을 이뤄내고 있다. 단순한 e메일의 교환은 개인 간의 편지 왕래에 지나지 않지만 대자보나 게시판과 같은 인터넷 신문과 포털은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막강 미디어로 변한 지 오래다. 서구에서 절대왕정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시민사회를 연 것은 활자 매체였다. 근대적인 신문이 인권을 일깨우고 평등사상을 전파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했다면, 21세기의 인터넷 매체는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휴대전화가 현대인을 유목민으로 만들었다면 인터넷 네트워크는 국민을 아고라의 광장으로 내몰았다.

오늘날 인터넷 언론 현상의 하나는 인터넷 신문이다. 인터넷 신문은 ‘인터넷상의 신문’으로 정의되는데, 온라인 신문 또는 전자신문이라고도 한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언론사 닷컴을 들 수 있다. 인터넷 신문이 정치·경제·사회·문화·시사 등에 관한 보도와 논평 및 여론을 전파하기 위해 온라인을 이용하는 전자 미디어인데 비해 신문사 닷컴은 모지(母紙)의 온라인 서비스를 가리킨다. ‘다음’이나 ‘네이버’의 포털 뉴스는 대안 언론을 넘어 시민 저널리즘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1인 미디어인 블로그와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역시 미디어 지형을 새롭게 그리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편재성, 네티즌 사이의 상호 교류성, 난해하고 복잡한 내용의 단순화 그리고 끝없는 반복시청은 인터넷의 강점이다. 2006년 ‘타임’지는 그해의 발명품으로 유튜브를 선정했다. 정보의 재활용, 토론마당, 댓글 링크, 현장의 생중계 등 혁명적인 저널리즘 세계를 열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때로 인터넷은 무책임하다. 인터넷 뉴스는 생생한 이미지, 인상적인 그래픽, 즉각적인 현장감으로 참여자를 감성적인 동물로 바꾸기 쉽기 때문이다. 리얼타임의 현장 보도는 때로 네티즌의 이성과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어떤 면에서 인터넷에는 질서와 규칙이 없다.

인터넷은 국민참여와 익명성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인터넷은 민주광장의 역할을 십분 발휘하고 있지만, 불건전한 정보의 범람, 무책임한 인권 침해, 왜곡된 정보의 전파 등 불온 통신의 온상이 될 수 있다. 때로 유언비어는 사회적 아노미 현상을 낳기도 했다.

촛불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위법한 행위의 선동이나 허위사실의 유포는 공공의 안녕질서에 정면으로 반한다. 인터넷의 익명성은 난폭한 언어와 비열한 행위를 용인하고 저작권 침해와 타인의 법익을 해치기 쉽다. 참여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순기능이 큰 만큼 인터넷의 역기능과 폐혜도 엄청나다. 현명하고 이성적인 이용자들에게 자정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에 의한 ‘아노미 사회’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이다.

[[김우룡 / 한국외국어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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