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수입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촉발된 광우병 불안심리 만연, 조류독감(AI)의 전국 확산 등으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게 없어져 도대체 뭘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식당업주·생산자들은 그들대로 불만이 폭발직전이다.

주부 서미경(40)씨는 중고교에 다니는 자녀들로부터 "요즘 학교 급식에 이전엔 1주 한번 정도 나오던 닭고기가 두세번씩 배식된다"는 얘기를 듣고 불안해 하고 있다. 서씨는 "고온으로 끓이면 안전하다고들 하지만 소비가 안되니 힘없는 학생들 식단에 밀어넣는 것 같아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서씨처럼 상당수 소비자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이는 정부의 방역에도 불구하고 AI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일부가 고병원성균으로 확인되는데서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직장인 가운데는 검역대기중인 미국산 쇠고기가 이달말부터 본격 들어오면 식당에서 먹을 것이 거의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을 하는 경우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의 업소들이 수입산 쇠고기나 부산물을 활용해 육수 등 음식재료를 만드는데 이것을 먹을 수 있느냐는 것.

광우병 논란이 거세지면서 불안심리 확산으로 정부나 생산자단체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닭이나 오리고기를 취급하는 업소나 대형소매점들의 관련 상품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광우병 파동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크다 보니 AI에 오염됐다 하더라도 끓여 먹으면 안전하다는 정부의 설명도 국민들에게 전혀 먹히지 않는 상황.

팔공산에서 오리집을 하는 오모(45)씨는 "정부가 미국 수입소에만 신경을 쓰는 바람에 고온 처리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닭·오리까지 불신받게 만들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의 석연찮은 해명이 오히려 불신을 증폭시킨다는 지적도 많다. 국민들은 정부가 불과 6개월 전까지 '한국민은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보고서를 만들었다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단행키로 한 이후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태도를 돌변한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광우병 대처 차원에서 원산지표시의무를 전국 모든 식당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들이 많다.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발언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수준의 글들도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기는 마찬가지.

대구소비자연맹 박수진 정보팀장은 "무조건적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선입관을 가지면 안되지만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묻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아이디어의 보물섬! 한국아이디어클럽(www.idea-club.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