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두경우]
 
한국인 대표 '빨리!빨리!', 스트레스도 '초고속'
명상 기도 호흡 등으로 머리보다 가슴 바꿔야

 
 
한국인을 대표할 수 있는 단어 중 하나는 '빨리! 빨리!'일 것이다. 우리의 의식과 문화의 저변은 빨리 빨리로 기초가 다져진 듯하다. 어딜 가도 빨리 빨리'를 외치며 뛰어다닌다. 빨리 빨리 어디를 향해, 무엇을 위해 가야하는지도 잘 알지 못하면서 쫓고 쫓기고 있다. 한국인을 만나는 인도인들은 심지어 '빨리 빨리' 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인도사람에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은 'No problem'이다. 우리에겐 문제인데, 저들은 문제될게 없다며 여유를 부린다. 그 말을 듣다보면 답답증이 치솟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 말에 익숙해져 가면서 점차 알게 된다. 문제가 아니었고 문제를 만들었다는 것, 얻어야 하고 누려야 할 것들을 우리가 놓쳐왔고 놓치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문제로 삼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실상 문제가 아니다. 이미 지난 것이거나 오지 않을 미래의 것들이거나 스스로 꾸미고 지어낸 실체가 없는 작품들이다. 그 실체 없는 것들에 긴장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그 문제라 여기는 허망한 작품들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녹여내야 할 긴장들이다. 문제라 여기는 것들은 문제 아닌 것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긴장의 형태로 의식의 저변에 남아있는 그것을 이완으로 놓아야 한다.
  
릴랙스 내세우던 성자도 정작 자신은 신경안정제 늘 먹어
 
의학의 급속한 발달도 인간의 건강을 보장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것은 숱한 문제의 근원이 몸뚱이에서 발생하지 않고,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에서 더 많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의학은 몸뚱이로 옮겨지는 전염병을 막아내는 데는 지대한 공헌을 했으나, 경쟁사회에서 갈등하며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 즉 '스트레스'라는 전염병을 막아내는 데는 철저히 실패하고 있다. 이 새로운 전염병은 당뇨, 심장질환, 궤양, 소화기 장애, 피부병, 암, 비만 등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육신의 전염병보다 더 강력하고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질병은 긴장의 형태로 다가오고, 건강은 이완의 형태로 다가온다. 
 
긴장과 이완에 따라 자율신경의 작용은 서로 달리하고, 그 지배를 받는 몸속의 장기들은 일하기도 하고 쉬기도 한다. 어느 한쪽의 치우침이 지속되면 질병의 형태로 하소연하게 된다. 이 시대 대다수의 질병들은 몸과 마음의 긴장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 긴장은 삶을 뿌리부터 황폐화하고 있다. 이 과도한 긴장에서 헤어 나올 방도를 안다면, 삶의 대부분의 문제를 근원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도의 어느 성자는 인생의 해답으로 릴랙스(Relax)!, 이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은 신경안정제를 상복하였고, 그 부작용으로 길지 않은 삶을 마감하였다. 이처럼 이완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늘 성취를 위해 달려가고, 사람사이에서 힘겨워하고 있다. 놓지 못하고, 쉬지 못하고, 비우지 못한다. 우리는 한 생을 살며 수 십 생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때론 긴장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긴장의 시대이므로 이완이 그 중심에서야 한다. 
 
좋음-싫음, 성공-실패, 사랑-미움, 행복-불행이라는 분별심
 
긴장을 푼다는 것이 얼핏 쉬운 일인 듯하다. 그러나 근육과 정신·정서적 긴장에서 놓여나지 않으면 이완의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니다. 평온해 보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긴장 속에서 살고 있다.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이완이 아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일지라도 온갖 생각과 걱정으로 머릿속이 복잡하고, 잠에서 깨어나도 피곤함이 풀리지 않는다. 몸과 정신과 감정의 내적 긴장에서 놓여나야 이완의 상태에 이른 것이다. 
 
긴장은 정신적, 정서적, 육체적 긴장이라는 세 가지 모습으로 다가온다.  
 
정서적 긴장은, 다양한 이중성에서 시작된다. 좋음과 싫음, 성공과 실패, 사랑과 미움, 행복과 불행이라는 분별심에 반응하며 긴장이 쌓이는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도 어려우니 억압과 긴장은 더 깊은 곳에 쌓이는 것이다. 
 
정신적 긴장은, 과도한 정신활동에서 기인한다. 마음은 환상과 혼란 그리고 동요의 소용돌이다. 사는 동안 의식에 새겨진 경험은 정신에 축적된다. 이것은 지속적으로 몸과 마음, 행위와 반작용에 영향을 미치거나 폭발시킨다. 우리의 슬픔, 분노, 괴로움, 근심걱정이 밖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행위들의 저변에 깔린 긴장이라는 원천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육체적 긴장은, 신경계, 근골계, 내분비계 등의 불균형에서 기인하며, 정서적, 정신적 긴장과 관련되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몸은 긴장되고, 그 긴장들은 차곡차곡 쌓여 정서적 긴장의 형태로 의식의 저변에 쌓인다. 이 내면의 정서적 긴장은 외적 조건이 갖춰지면 언제든 반응하여 정신적 긴장으로, 또 근육긴장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간다. 어깨가 긴장되고, 복부가 긴장되고, 위장이 긴장되고, 순환기관이 긴장되고, 그 긴장은 고리를 이어 정신적, 정서적 긴장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간다. 이제 그 긴장의 고리를 자르고, 평온과 이완의 새로운 고리로 이어놓아야 한다. 
 
호흡을 통한 이완이 가장 손쉽고 방법도 여러 가지
 
긴장의 원인만큼이나 이완의 기법도 많다.  명상, 기도, 호흡, 긍정적 사고……. 무엇이든 이완의 도구 하나는 단단히 챙겨둬야 한다. 
 
같은 조건 속에서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성향에 따라 심리 상태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지금 내게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이완이다. 
 
숲 속을 거닐거나 한가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마음을 평온으로 이끈다. 자연으로 한 발 다가서는 것이 이완이다. 
 
눈을 감는 것만으로도 마음 상태는 달라진다. 외부로 향했던 관심사가 내부로 향하는 순간 마음은 가라앉는다. 
 
내가 지금 긴장하고 있다거나, 화나 있다거나, 서둘고 있다거나, 놀라고 있다거나, 바로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긴장에서 놓여난다. 
 
호흡을 통한 이완은 가장 손쉽고 방법도 다양하다. 그 이론적 바탕과 목표점은 다르지만, 이완의 효과는 동일하므로 몇 가지 알아보자. 
 
① 호흡이 들고 나가는 것을 바라본다. 호흡에 애를 쓰거나 조작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② 호흡에 의해 오르고 내리는 아랫배의 움직임을 마음속으로 바라본다. 
③ 호흡이 들고 나갈 때 수를 헤아린다. 
④ 숨이 들고 날 때 일어나는 코 주변의 감각을 바라본다. 

어느 것이든, 점차 호흡은 느려지고, 마음은 고요해지고, 이완의 정도는 깊어지고, 집중력은 높아진다. 또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길게 토해내는 것도 이완을 유도해내는 요령이다. 
 
훌륭한 말씀만으로는 변할 수 없어
 
여기에 손쉽고 근본적인 이완법을 소개하겠다. 이름하여 요가 니드라(Yoga Nidra), 즉 요가 방식의 휴식이다. 그저 막연히 놓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이완법이다. 
 
· 편한 자세로 눕거나 앉는다. 
· 모든 움직임을 멈춘다. 
· 왼발 엄지발가락에서 시작하여 왼발 전체를 의식적으로 이완한다. 왼발을 객관대상으로 여기며 무겁게 바닥으로 꺼져 내려감을 느낀다. 
· 같은 방식으로, 오른 발을 이완한다. 
· 하체 전체를 의식적으로, 적극적으로 이완한다. 
· 몸통 전체를 이완한다. 
· 왼손 전체의 긴장을 푼다.
· 오른손 전체의 긴장을 푼다.
· 목 그리고 얼굴 전체의 긴장을 구석구석 풀어낸다. 
· 몸의 왼편 전체의 긴장을 놓는다. 
· 오른편 전체의 긴장을 놓는다. 
· 몸의 뒤쪽의 긴장을 풀어놓는다. 
· 몸의 앞쪽의 긴장을 풀어놓는다. 
· 의식을 머리에서 발끝으로, 발끝에서 머리끝으로 부지런히 이동하며, 전신의 긴장을 풀어놓기를 지속한다. 다른 생각에 빨려 들어가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돌아와 과정을 지속한다. 
· 주의할 점은 잠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 몸과 마음이 가볍고 평온해지면, 손과 발을 조금씩 움직이며 서서히 깨어난다. 
· 이 과정이 익숙해지면, 의식을 몸 내부에 관통시켜 긴장을 풀어나간다. 
· 먼저 머리 내부의 긴장을 서서히 풀어 놓는다. 
· 목, 왼손 그리고 오른손 전체의 긴장을 내부에서 놓는다. 
· 폐, 심장, 간장, 위장, 췌장, 소장, 대장, 신장, 방광……. 모든 장기의 긴장을 그 곳에서 놓는다. 
· 만약 문제가 있는 장기가 있다면, 그곳에 시간을 더 오래 할애하며 긴장을 놓으려 애쓴다. 
· 그리고 왼발, 오른발의 긴장을 내부에서 풀어놓는다. 
· 의식을 다시 발끝에서 머리끝으로, 머리끝에서 발끝으로 이동하며 온몸의, 모든 세포의 긴장을 내려놓으려 애쓴다. 
· 긴장이나 통증을 느끼는 곳에는, 의식을 더 오래 머물며 적극적으로 이완한다. 
· 그리고 또 의식을 이동한다. 위로 아래로……. 
· 평온이 찾아올 때까지 의식의 순환을 지속한다. 
 
이 이완의 기법을 익히고 반복 수련한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겪고 있는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 고통을 제어하는 데 매우 유용할 것이다. 
 
훌륭한 말씀으로 우리가 변할 수 있었다면, 이 땅은 이미 천국이요 극락정토가 되었어야 마땅하다. 잘못을 저지르는 이들이 옳고 그름을 몰라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도덕시험을 더 잘 볼 것이다. 그것은 긴장 때문이다. 이성은 납득해도 감성이 움직이지 않고, 지성을 바꿀 수 있어도 자아가 바뀌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답은 이완이다. 좋은 말씀으로 훈계하여 머리를 바꾸기보다, 이완으로 가슴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 긴장을 놓고, 빨리 빨리를 멈추고, No problem! 하면서 좀 느긋해지자. 주변도 살피고, 내 조급증도 긴장도 풀어놓고 평온해지자. 
 
옴 샨티 샨티 샨티~
   
   
   
   
 


한겨레 전문기자

  • 조현
    조현 기자 (cho@hani.co.kr)
    현 <한겨레> 명상전문 기자.
    <나를 찾아 떠나는 17일간의 여행>, <지금 용서하고 지금 사랑하라> 등 저술 조현의 휴심정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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