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 한나라당이 6일 비판 여론에 봉착한 새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 결과와 관련, `조건부 재협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민심 악화에 따른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조윤선 대변인은 이날 당정회의가 끝난 뒤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광우병 발생위험이 현저하게 높아졌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과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밝혔다.
비록 `광우병 발생위험이 현저히 높아졌다고 판단될 경우'라는 단서 조항을 붙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야권의 전면 재협상 요청에 대해 `절대 불가' 방침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어서 정부의 입장 변화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여권이 이처럼 조건부 재협상 검토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무엇보다도 미국산 전면 개방에 따른 여론 악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광우병 우려가 인터넷 등을 타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촛불집회로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반미.반정부' 여론으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쇠고기 민심'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여론에 힘입어 쇠고기 전면 재협상에 특별법 제정 까지 요구하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5월 임시국회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과 각종 민생법안 처리도 여의치 않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권은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광우병 논란을 잠재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보고 대국민 설득 및 홍보 대책과는 별개로 `조건부 재협상'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당정회의에서 `조건부 재협상' 검토 외에 쇠고기 원산지 표시 의무화 음식점을 현행 300㎡(약 90평) 이상 규모의 식당에서 학교와 직장, 군대 등 집단 급식소를 포함한 모든 식당으로 확대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 따른 것이다.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조건부 재협상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는 7일 `쇠고기 청문회'를 앞두고 수적으로 열세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논의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론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의원들의 단합을 주문하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
강 대표는 총회에서 "한나라당이 오늘 정부측에 요구한 것은 검역 주권을 우리가 지킨다는 원칙"이라며 "만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면 수입위생 조건이 달라지는 것이다. 조건이 달라지면 재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대만 등 주변국이 어떻게 협상하는지 보고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이 있다면 추가 협상도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우리는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 걱정과 불안을 해소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며 "오늘 회의에서 광우병 위험이 발생하거나 여러 사정변경이 있을 때 재협상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정부로부터) 받아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권의 `조건부 재협상' 검토 입장이 다소 모호한 측면이 없지 않아 여론이 이를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관건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재협상 검토는 분명히 아니다"면서 "협상을 바꾸지 않고 가능한 조치가 있는지, 협상을 바꿔야 할지에 대해 정부에서 답을 갖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하나하나에 답하기 보다는 광우병 발생시 어떻게 할지, 전수검사, 특별검역팀 파견, 수입중단 등의 조치가 가능한 지 당에서 질의한 것"이라며 "국민의 의문을 해소할 만큼 시원한 대책은 없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게다가 정부도 이 같은 `조건부 재협상' 검토에 대해 어떤 답변을 내놓을 지 불투명하다. 당장 정부는 한나라당의 `조건부 재협상'도 검토할 수 있다는 발표 직후 "재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 수석대표였던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이날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수입 관련 설명회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고 바로 재협상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협상은 양국 대표단이 국제적, 과학적 기준을 근거로 7박8일의 논의 끝에 타결한 조건이므로 특별한 상황 없이는 재협상은 물론 추후 개정도 어렵다"고 밝혔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도 여권의 `조건부 재협상' 검토 입장과 관련, `미봉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우리 당의 입장은 한마디로 가장 좋은 방법이 재협상이라는 것"이라며 "그래서 선제협상 요구와 시도가 전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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