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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간·인종간 장벽 없애는 디자인―영국 런던·웨일스
폐광을 식물원으로, 슬럼가를 문화 광장으로
일자리 창출에 흑인·이민자들 쉼터로도 인기
"여길 식물 공원으로 만들 거라 발표했을 때 누가 먼저 반대했게요? 바로 저를 포함한 지역 주민들이었어요. 런던에서 6시간이나 걸리는 오지(奧地)에다 폐광 지역이라,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식물 따위를 전시해 놓는다니…. 그런데 보세요. 저 많은 관광객들. 실업자였던 저도 이렇게 든든한 직장을 얻게 됐죠. 우리가 이곳을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 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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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웨일스 콘월 지방의 '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 개발부 댄 제임스씨는 침을 튀겨 가며 자랑에 열중했다. 올록볼록한 외형의 거대한 돔 모양인 '에덴 프로젝트'는 지구에서 가장 큰 온실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영국 워털루역 국제 터미널, 스위스 취리히 공항 등을 설계한 니콜라스 그림쇼&파트너스(Nicholas Grimshaw & Partners)가 지은 이 곳은 열대림과 온대 지역 두 개의 큰 온실로 구분되며, 열대 온실은 길이 240m, 폭 100m, 높이 55m 정도다. 스페인, 미국, 아프리카 등지에서 온 식물 종류만 해도 5000종이 넘는다. 김정후 런던 정치경제대학(LSE) 도시계획과 교수는 "인간을 위한 생태 학습장"이라면서 "친환경 재생 프로젝트가 얼마만큼 인간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준 모범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지금은 '지상 낙원'이라 칭송받고 있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주민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곳이었다. 고령토 채광지가 문을 닫은 뒤 광산 폐기물 처리 등 문제로 지역 경제는 점점 나빠져 갔다. 지역 주민의 30% 가까이가 연금 생활자였다. 지난 1997년 영국 밀레니엄 재단으로부터 4000만 파운드를 지원받아 재개발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환호했지만, 디즈니랜드 같은 유명 놀이 시설이 아닌 식물 정원을 만든다는 발표에 시위가 벌어졌다.
하지만 그들의 실험은 옳았다. 지난 2000년 개관한 이래 950만 명 이상이 다녀가며 영국 전체에서 5위 안에 드는 관광지로 꼽힌 것이다. 프로젝트 매니저 엘든 존스턴은 "이름이 왜 에덴이겠냐"며 "주변 지구까지 합쳐 현재 일자리만 약 4000개가 창출됐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4대 낙후지역으로 꼽히던 이곳이 지금은 지역 경제를 짊어진 '낙원'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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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을 지향하는 또 다른 곳이 있다. 런던 북동부 해크니(Hackney) 지역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인 버버리(Burberry) 팩토리 숍(factory shop·할인매장)이 위치해 한국 사람들에게도 유명하지만, 런던에선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으로 손꼽힌다. 2006년 영국 지상파 방송인 '채널 4' 조사 결과 영국 전체에서 가장 살기 나쁜 곳 1위, 런던 내 강도 사건 발생률 1위였던 악명 높은 곳이다.
그랬던 해크니 지역이 요즘 들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최를 위해 런던시가 해크니를 포함한 동북부 지역을 올림픽 경기장과 공원, 주택 지역으로 재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 계획은 켄 리빙스턴 런던 시장이 2002년부터 시작한 '공공 공간 100대 개발 프로젝트'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리빙스턴 시장이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와 디자인 전문가인 피터 비숍 등 45명의 전문가를 모아 만든 '디자인 포 런던(Design for London)'에서 발표한 것으로, 낙후지역에 도서관을 짓거나 광장, 공원을 단장하는 등 100군데의 공공 공간을 새롭게 바꾸는 계획이다. 알리슨 니모(Nimmo) 런던 올림픽 디자인 개발 국장은 "스펀지에 물이 천천히 스며들며 퍼져가듯, 낙후된 지역에 랜드 마크를 하나씩 세워 주변 지역까지 자연스럽게 발전되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어디선가 가슴 속을 파고드는 재즈 선율이 들려왔다. 청록색의 조명이 한눈에 들어오는 새 건물이 눈에 띄었다. 해크니 달스톤의 질레트 스퀘어(Gillett Square·질레트 광장)에 위치한 대표적인 문화공간인 '달스톤 컬처 하우스'(Dalston culture hous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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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와 주정뱅이, 마약 중독자들이 매일 자리다툼을 하며 토사물과 쓰레기로 더럽혔던 이곳이 '공공 공간 개발 프로젝트' 덕에 새 랜드 마크로 부상했다. 보텍스(Vortex) 재즈 클럽과 스페인 음식 전문 레스토랑이 들어섰으며 얼마 전엔 건물 앞 광장에서 재생 종이로 구조물을 만든 '페이퍼 하우스'라는 전시회도 열렸다. 크리스틴 로스캣 영국 무역투자청 고문은 "대표적인 우범지대라서 이곳을 찾기 두려워했지만 최근 들어 매력적인 코스로 알려지면서 런던 시내 사람들도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며 "예전엔 어깨만 닿아도 짜증내던 아프리카계 흑인과 전형적인 런던 백인, 인도·파키스탄인 등이 어울려 음악을 듣고, 광장에 모여 함께 나들이를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광장을 단장한 지 이제 1년 남짓이지만, 이미 영국 일간 가디언, 텔레그라프와 생활 문화지 타임 아웃 등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조니 로드리게스씨는 "우리 동네처럼 낙후된 동네가 조금씩 개선된다면 언젠가는 런던 전체가 좋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런던·웨일스=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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