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황숙혜 기자][[투자IQ를 높여라]알면 돈 되는 대출 노하우]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려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위축되기 마련이다. 하물며 금융회사에 돈을 빌리러 갈 때의 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과거에 비해 은행의 문턱이 낮아지고 금융 소비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고객보다 금융회사의 협상력이 우세한 것은 마찬가지다.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니라 값(이자)을 다 치르면서도 끼워 팔기와 같은 판매자의 요구를 울며겨자먹기로 들어주는가 하면 '좀 깎아주세요'라는 말은 꺼낼 엄두도 못낸다.

금융회사를 살찌우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유리한 대출 노하우를 알아보자.

◆ 대출의 꼬리표를 떼라 = 자동차를 구입할 때는 캐피털 회사의 할부, 등록금을 미처 마련하지 못했을 때는 학자금 대출, 소액의 생활자금을 충당할 때는 마이너스 통장…. 이처럼 대출도 용도에 따라 적합한 상품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반드시 꼬리표가 붙은대로 따르는 것이 금융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자동차 할부는 일종의 담보대출로 취급되지만 개인 신용에 따라 마이너스통장보다 할부금리가 높은 경우가 많다. 또 무이자할부라 해도 현금으로 구입할 경우 대폭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회사가 지정한 캐피털사의 할부와 마이너스통장의 금리를 비교해 저렴한 쪽을 택하는 것이 좋다.

최성우 포도에셋 팀장은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의 경우 마이너스통장 금리가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하기 때문에 자동차 할부 이자보다 낮을 수 있다"며 "이 경우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강경률 SC제일은행 PB는 "캐피털사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용도가 자동차 구입인지 카드론인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되기 때문에 신용에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자녀의 학자금 대출은 연 8% 내외의 고금리가 적용된다. 1000만원 이하의 소액 대출이라고 해서 부담 없이 사용할 것이 아니라 담보대출을 활용할 여지가 없는지 먼저 알아보자. 해약하기 아까운 예적금 통장이나 근저당이 설정된 주택이 있으면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부족한 생활자금은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하는 것이 규칙처럼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이너스통장을 필수품처럼 만드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만큼 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 급하게 대출을 받아야 할 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긴급하게 생활 자금이 필요할 때는 예금이나 펀드를 담보로 소액 대출을 받는 것이 이자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 '대출+적금'의 함정 = 대출을 받을 때 금융회사 직원이 만기가 같은 적금 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하면 일언지하에 거절하자. 권유가 아니더라도 적금을 부어 대출금 상환에 준비하기로 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적금 금리가 대출 금리보다 높은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매달 적금을 부을 유동성이 확보된다면 대출 원리금을 갚는 것이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적금을 깨기가 아까워 대출을 받는 것도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컨설턴트는 "적금을 들면서 대출을 받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만기가 6개월 이내인 적금은 채워서 약정된 금리를 다 받는 것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해약해서 대출을 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 중도상환수수료의 족쇄를 벗어라 = 여윳돈이 있지만 중도상환수수료를 내기가 아까우니 대출금 상환을 미뤄야 할까.

금융회사는 대출을 내 주면서 중도상환수수료를 설정해 미리 갚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수수료를 내고 대출금을 앞당겨 갚으려니 왠지 손해 보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미리 갚지 않을 경우 앞으로 들어갈 이자 비용이 수수료보다 더 크다면 금융회사가 정한 '벌칙'을 감내하는 편이 낫다.

◆ 창업 대출은 은행 밖에서 = 창업을 계획할 때 통상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필요한 자금을 대출 받는 것이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은행 문을 두드리기 전에 저리에 이용할 수 있는 자금을 알아보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소상공인지원센터나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을 이용하면 은행권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지원받을 수 있고 IT 창업의 경우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원리금균등상환은 은행 살찌우기 =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즉 매달 일정 금액씩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는 원리금균등상환과 매월 원금을 일정 금액씩 갚고 원금이 줄어드는 만큼 이자 비용이 낮아지는 원금균등상환,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만기일시상환으로 나뉜다.

이 중 이자 비용이 낮은 것은 원금균등상환 방식이다. 반대로 이자 부담이 가장 큰 것은 만기까지 원금이 줄어들지 않는 만기일시상환이다.

금융회사는 대출 고객에게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을 선택하도록 권유하는데 이는 매달 똑같은 금액이 지급되는 데 따른 편의성과 이자 수익이 원금균등상환에 비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성우 팀장은 "원금균등상환은 원리금균등 상환에 비해 대출 초반에 원금을 많이 갚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있지만 이자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은행에서 초기 부담을 이유로 원리금균등상환을 권하는 것은 이자를 좀 더 달라는 말의 완곡한 표현"이라고 전했다.

◆ 이자 달라는대로 다 주나 = 백화점에서 옷값을 흥정하지 않듯 대출 이자는 금융회사에서 제시하는대로 무조건 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자.

최성우 팀장은 "여러 은행 지점의 금리를 비교한 후 조사한 내용으로 협상을 하면 일정 부분 이자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또 특정 기업의 직원이나 직업에 대한 우대금리는 같은 은행이라 해도 지점에 따라 적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한 조건을 최대한 찾아보는 것이 좋다.

대출 금리를 내리는 조건으로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옵션은 신중하게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 신용카드 신규 발급이나 월급이체통장 개설, 공과금 납부 등 경제적인 부담이 없는 옵션은 은행의 제안을 따르고 이자를 할인받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보험 가입이나 일정 금액 이상 신용카드 사용 실적 채우기, 불필요한 펀드 가입 등은 금리를 소폭 떨어뜨리기 위해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황숙혜기자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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