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한국 선거지형이 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양극화 따른 수도권 경제력 집중이 원인

수도권이 각종 선거에서 전체 판세를 결정짓는 중심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과 올 4·9총선을 거치면서 수도권이 주류로 등장하고 호남·영남·충청지역은 전체 선거에 대한 판세 결정력이 축소되는 선거지형의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17대 대선 이전의 선거는 우리나라 정치의 양대 세력 주체인 호남과 영남이 수도권에서 세력결집을 통해 대결을 벌이는 양상을 반복해왔다. 수도권은 각 지역 여론의 중심 집결지이자 양대 세력의 선거 이슈나 선거 어젠다가 대치하는 ‘전장’으로서의 역할이 강했다. 과거에는 영호남이 자기 어젠다를 가지고 수도권에서 판정을 받았으나 지금은 수도권 스스로 자기 어젠다를 갖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총선 평가를 통해 “한국정치의 주류재편이 시작되고 있다”며 “수도권이 주류가 되고 전국정당의 기반이 만들어지면서 호남·영남·충청에 기반을 둔 지역주의와 지역당은 약화돼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나라당은 서울 48곳 중 무려 40석을 비롯 수도권이 111석 중 81석이나 당선돼 텃밭인 영남지역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과반 의석을 지켰다.

◆수도권의 전체판세 결정력 커져 =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아직까지 수도권 주민들의 정치적 성향을 신지역주의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뉴타운과 특목고로 상징되는 ‘욕망의 정치’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도권 ‘욕망의 정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에 상응하는 신자유주의적 시민사회가 정치사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선거지형의 변화는 우리 사회의 경제 사회적인 변화가 정치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1997년 IMF 이후 불어 닥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수도권과 지방간의 양극화, ‘20대 80’의 계층간 양극화 등이 극심하게 진행됐다. 그 결과 외환위기 이후 수도권의 인구집중도는 49.8%에 이르고 대기업 본사의 91%, 공공기관의 85%, 사회적 인프라의 70% 이상이 집중됐다. 게다가 참여정부 들어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30~40% 가량 폭등, 다른 지역에 비해 자산가격 등에서 큰 폭으로 차이가 나면서 수도권 자체의 이해관계가 형성됐다.

김영태 목포대 교수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정당지지구조의 변화는 한편으로는 절대적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한나라당계의 전통적 지지기반이 확대되고 민주당계의 전통적 지지기반이 축소된 것”이라며 “이는 정치지향성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 인구와 부의 수도권 집중이 낳은 결과 =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은 “사람과 돈의 절대다수가 수도권에 모이면서 이들의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욕구,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형성하고자 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과도하게 집중된 수도권 경제는 곧바로 이번 선거에서 뉴타운과 같은 ‘수도권 어젠다’를 갖기 시작한 것”이라 지적했다.

수도권 중심주의 경향은 이미 이명박 서울시장 때 청계천 성공 사례와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수도권과 지역간 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본격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와행복도시 문제 등이 그 단초를 제공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실장은 “수도권 지역주의라는 이슈는 이번 선거에서 아주 중요했다”며 “‘뉴타운 선거’는 사실상 수도권 지역주의의 외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수도권의 선거지형 변화를 가장 먼저 체득한 세력은 이명박 대통령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한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 세력은 수도권 중심의 중도실용정당을 표방하며 수도권 개발공약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여기에 유권자들의 ‘개발욕망’이 맞물리면서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 하는 결과는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수도권의 정치적 위상변화는 앞으로 우리나라 선거와 정당정치 지형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과거처럼 호남이나 영남을 주요한 본거지로 삼는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주류 정치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 축소될 것이란 사실이다.

김호기 교수는 “국민 다수를 대표하는 정당이라면 중대선거구제를 포함한 선거법 개정, 지역균형발전 등 전국 정당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찬수 김상범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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