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닷컴] 엔젤 채은정의 ''연예가 패션 스토리''④

가수라서 그런지 ‘옷’하면 무대의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어릴 때부터 많은 음악을 듣고 그 음악에 맞는 다양한 분위기와 스타일, 콘셉트의 무대의상들을 입어왔지만,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 곤란한 무대의상이 있다. 숨기고 싶은 콤플렉스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의상, 나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이나 색깔의 옷 같은 것 말이다.

어릴 때는 의상 콘셉트와 스타일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놓는다는 것이 담당스타일리스트를 향한 월권행위인 것 같았다. 특히 그룹생활을 할 때에는 내가 좋다고, 나에게는 어울리지만 다른 팀원들과 너무 동떨어진 옷을 고집할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은 다 어울리는데 나 혼자 안 어울린다고 괜한 투정을 부리고 떼를 쓰다가 혼도 많이 났다.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조금은 민망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입어야만 했던 적이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그런 동료 여자 또는 남자가수들 역시 흔히 볼 수 있다. 그 투정부리는 유형도 다양하다. 소심하게 혼잣말로 궁시렁대거나, 화를 내거나 또는 옆에 있는 괜한 사람 트집을 잡기도 한다. 그래서 무대에 오르기 전 ‘옷’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단순한 옷 투정이 아니라 의상하나에 나를 보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기에 더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가끔 인터넷에 투정부렸던 옷을 입고 활동하던 시절의 사진이 떠도는 것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스트레스받기 보다는 하나의 추억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야 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을까.

무대의상은 보통 새 앨범을 시작할 때 앨범 재킷이나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처음 콘셉트에 맞추어 미리 만들기도 하지만, 새로운 음악프로그램을 하나할 때 마다 중복 되지 않게 항상 새로운 의상인 것처럼 보이도록 다시 제작을 한다.

처음 무대의상을 제작할 때는 어느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기획사 관련 분들과 스타일리스트, 그리고 가수 본인이 함께 회의를 하고, 회의한 것을 토대로 시안을 만들고 수정을 거쳐 완성된다. 그런데 똑같은 의상만 입고 무대에 설 수 없기 때문에 같은 디자인으로 색깔만 바꾸거나 비슷한 느낌에 장식을 바꿔주기, 특정한 고정 포인트 한 요소만을 꾸준히 노출시켜 강한 이미지를 남기는 것 등으로 의상을 바꿔준다.

또 곡을 리메이크 하거나 후속곡으로 바꿀 경우, 분위가 바뀔 때는 처음 무대의상을 제작하는 것처럼 새로운 시안으로 아예 다른 스타일의 의상으로 재제작이 들어간다.

의상을 만들 때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추거나 그 시대의 흐름, 유행, 최신 패션쇼에서 봐두었던 곡 스타일과 그 가수의 느낌에 맞는 룩을 많이 참고한다. 요즘 같은 경우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시중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브랜드 의상들을 잘 맞추어 협찬 받기도 한다. 협찬 받은 옷은 곡의 느낌에 맞게 무대의상으로 입기도 하고, 특이한 옷을 입어야 할 경우에는 동대문 도매, 소매시장에서 직접 구입하여 스타일리스트의 의도에 맞추어 리폼을 하여 입기도 한다.

어떤 방법이든 입는 사람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주고 스타일리쉬하며 그 가수가 부르는 노래와 잘 어울린다면야 그 방법과 수단은 중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나 역시 때로는 사이즈를 딱딱 재서 내 몸에만 정확히 맞게 제작된 제작 의상 보다는 구입한 옷을 리폼하거나 시중에 팔리는 의상을 협찬 받아 같이 입는 것이 더 예쁠 때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의도한 바에 맞추어 결정하고 연출되는 것이므로 제작을 하지 않는다 해서 스타일리스트의 역량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더 까다로울 수 있는 문제이다.

제작 무대의상이라 해도 왜인지 정확히 내 몸에 딱 맞게 단 한 번의 수정도 없이 잘 맞기란 힘들다. 무대의상은 음악프로그램마다 바뀌기 보다는 오히려 공중파 3사의 음악프로그램 출연회당 하나씩 만들어지는 것이 기본이다. 그 의상으로 사진촬영도하고 또 요즘은 케이블 음악프로그램이나 각종행사, 방송 등 노래를 하는 자리 모든 곳에서 입는다. 활동이 끝나거나 노래가 바뀌면 의상은 보통 제작비를 지불한 사무실측이 보관하고 있거나 담담코디네이터측이 보관하고, 입을 일이 생길 때 입을 수 있도록 그냥 영구 보관 상태로 남겨둔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이 지난 후에는 가끔 다른 가수의 댄스 팀들 의상으로 활용하거나 색다른 어떤 무대에 필요한 타가수들에게 급조 되는 것으로 몫을 다한다.

무대의상은 가수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무대에서 만큼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감을 고조시켜주고 빛을 한껏 발산할 수 있는 최고의 액세서리인 것 같다. 그러기에 더더욱 본인 스스로가 마음에 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사람의 이목도 중요하겠지만 누구보다 자기가 봐서 예쁘고 맘에 드는 옷이 최고가 아닐까. 이것은 옷을 사러 갔을 때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은 사지 않는 것처럼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나 역시 아무리 모두들 ‘괜찮다’고 해도 내가 봐서 맘에 들지 않으면 힘들게 준비 한 사람은 내가 너무 얄밉겠지만, 투정부리며 힘들게 입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이용해 그동안 투정부렸던 스타일리스트 코디언니들에게 사과를 해야겠다.

“언니,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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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세계닷컴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사진 제공 / RN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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