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147명 '기획재정부.금융위, 외환위기 불러온다'
정우성 기자
인수위 정부조직 개편안 중 경제 및 금융 분야 핵심인 '기획재정부' 개편과 '금융위원회' 신설에 대해 전국 대학의 경제, 금융 분야 교수들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11일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경제, 금융, 경영 분야 교수들이 주최한 '올바른 경제, 금융 부처 개편을 촉구하는 전문가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교수들은 "인수위의 경제, 금융부처 개편방안은 견제 받지 않는 두 공룡부처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는 외환위기 체제 이전으로의 회귀"라고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교수들은 기획재정부 개편과 관련해 "성장률을 중시하는 재정경제부와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기획예산처가 통합될 경우 상호 균형점을 찾기 어렵고 왜곡된 재정운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권한을 한 곳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정책 판단에 의한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게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체제로 개편해야한다"면서 외환위기 이전처럼 신(新)모피아의 발호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모피아(Mofia)란 재무부 출신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재정경제부 (MOFE, 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다. 이는 과거 재무부 출신인사들이 정계, 금융계 등으로 진출해 산하기관을 장악하여 무소불위의 금융 권력을 휘두른 것을 빗대어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금융위원회 신설과 관련해 "방안대로라면 금융위원회는 기존의 금융 감독 기능 외에 기존 재경부의 금융정책 기능까지 담당하게 된다"며 "정책권과 감독권은 서로 다른 영역으로 엄격히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 감독 정책을 관료들이 관장하면 어려운 점이 있다"며 "관료들의 투명성이 대단히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금감위와 금감원의 일원화와 민간기구화를 주장했다.

윤석헌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교수는 "중복규제는 줄여야 한다"면서도 "금융정책과 감독 정책 및 집행 기능은 전 세계 80% 이상의 국가들이 분리하고 있다"며 금융위원회의 비대화를 비판했다.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효율성과 건전성은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것과 같다"며 "시속200~300km로 달리면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사고 나면 죽는다. 효율성과 건전성은 견제와 균형이란 원리 하에서 이루어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는 김대식(한양대 경영학과), 강철규(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김상조(한성대 무역학과), 장하성(고려대 경영학과) 등 경제, 금융 분야 학자 147명이 참여했다.

한편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위원장 정의화 의원)는 11일 '금융감독기구의 설치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 공청회에서 이상복 서강대 법학부 교수는 "우리 법체계상 민간조직에 의한 행정행위적 업무 수행은 곤란"하다며 금융감독기구의 민간기구화를 반대했다.

반면 반대성명에 참가했던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나 의회가 법률적 권한을 민간기구에 위임했다면 민간기구도 행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행정법학자들의 의견"이라고 반박했다.
기사입력 : 2008-02-11 17:06:24
최종편집 : 2008-02-11 18: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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