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모든 파장의 구심점입니다. 사람이 산다는 모든 행위는 나로부터 퍼져나가는 파장이고, 곧 원심력인데, 이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그 파장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구심점이죠. 그 구심점을 찾아온 것입니다."
충남 보령시 성주산 아래,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작고 아담한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허진권(52·목원대 미술대학장) 교수. 그는 고향을 찾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보령 원산도가 고향인 허 교수는 현재 보령 개화예술공원 내 '모산미술관'에서 지난 해 11월 2일부터 오는 28일까지 4개월 동안 '우주야 놀자-당신을 만나 행복합니다'라는 주제로 '회향전'을 열고 있다.
그가 이번 개인전에서 보여주는 90여점의 작품들은 평면작품들이지만, 3곳의 전시실은 끊임 없이 파장을 일으키는 창작의 공간들이다. 곧 관객을 작가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동양회화를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계를 뛰어넘어 자신의 결혼식을 금강변에서 퍼포먼스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1981년에는 '자연이 곧 예술이다, 삶이 곧 예술이다'라는 주제로 전국을 순회하며 '행위미술전'을 열었던 그. 그런 그에게는 '끝없이 실험하는 아방가르드적 선구자'자는 별칭이 붙어있다.
특히, 그는 단순히 퍼포먼스를 행위 자체로 끝내지 않는다.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기록할 뿐만 아니라, 이를 다시 평면작품으로 일일이 옮기기까지 한다. 지금까지 20여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대전 갤러리DK&월드에서는 그의 작업의 과정을 그대로 여과 없이 공개하면서 작품을 동시에 전시하는 '365일 개인전'을 2003년부터 계속해 오고 있다.
▲ 보령 모산미술관 제1전시실에 전시 중인 허진권 교수의 작품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제1전시실 현재의 방'에 전시된 허진권 교수의 작품들. ⓒ 오마이뉴스 장재완그의 이러한 실험정신은 이번 전시회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관객은 제1전시실인 '현재의 방'을 처음 접하게 된다. '현재의 방'의 주제는 '우주'다.
"우주에서의 우리는 수없이 많은 만남을 갖습니다. 그 만남은 서로를 중심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파장을 이루며, 우주를 향하여 끝없이 확산됩니다. 이처럼 우주에 가득한 파장, 곧 삶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저는 점으로 표현했습니다.
점은 한 사람이 걸어온 일기이며, 과거입니다. 그 과거는 파장을 형성해 나가면서 또 다른 파장과 만나게 됩니다. 그게 바로 미래인데, 과거와 미래가 현재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바로 제 화폭 속에서…."
이러한 작가의 구상은 제2전시실 '과거의 방'과 제3전시실 '미래의 방'에서 완성된다. 이 두 개의 전시실은 관객이 꾸미는 방이다. 작가는 각각의 방에 자신의 과거, 곧 자신이 그 동안 열었던 개인전 포스터와 미래, 자연과 하나 된 자신을 표현하는 작품을 내걸었다.
그리고 남은 빈 공간은 작품을 감상하러 온 관객들이 과거와 미래를 주제로 한 작품을 스스로 창작, 설치하게 비워 놨다. 미리 준비된 종이와 볼펜, 색연필, 색종이 등을 활용해서 관객들은 허 교수의 작품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미 이곳을 관람하고 간 관객은 5만 명에 가깝고, 제2전시실과 제3전시실에 자신의 창작물을 남겨 놓은 관객도 3000명 가까이 된다.
'미래의 방'에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적은 어린이부터 날개를 그린 뒤 '날고 싶다'는 소망을 적어 놓기도 했다. 또 햇빛 찬란한 그림을 그려 놓기도 했고, 빈 하얀 종이를 걸어 놓은 관객, 아니 작가도 있다.
"대체로 어린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죠. 어른들은 조금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과거 우리나라 미술교육이 소비자로서 작품을 감상하고, 참여하도록 하는 교육을 시키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참여하는 사람들은 과거 보다는 미래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고 한다. 꼭 균형을 맞추어야할 필요는 없지만, 과거의 파장이 곧 미래라는 것을 사람들이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허 교수는 말한다.
허 교수는 전시회가 끝나면 이렇게 참여한 모든 작품을 모아서 한 컷씩 스캔을 받아 화집을 만들 계획이다. 한 사람이 참여한 한 작품은 허 교수의 화집에서 다시 한 점이 되고, 이 점을 모아서 재 디자인해 또 다른 한 작품을 만들 계획이다.
"관객들은 작가가 의도한 전시장이라는 화폭에 들어옴으로써 그 순간, 제 작품 속에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그 것을 다시 평면작품으로 옮기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참여한 사람들 중 일부에게는 제 판화작품을 보내 줄 계획이고, 또 앞으로 열리는 제 전시회 정보를 보내 줄 계획입니다. 삶이 곧 파장이라고 말했었죠? 저는 이 모든 만남을 제 작품 활동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만나 행복합니다'가 되는 것입니다."
▲ '제3전시실 미래의 방' 이 곳은 관객들이 직접 자신의 미래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 각자의 생각대로 설치하는 곳이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미래의 방'에 설치된 관객들의 작품들. 자신의 미래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고향에서의 전시회는 그 어느 곳보다 더 자신을 설레게 한다고 말하는 허진권 교수. 전시회가 개막되는 첫날, 자신의 초등학교 후배 30여명이 교장선생님과 함께 원산도에서 배를 타고 뭍으로 나와 관람을 온 게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의 까마득한 후배들은 자신의 작품 속으로 들어왔다.
그는 이 전시회가 열리는 도중에도 지난 1월 24일부터 29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IMAA 초대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한 북경올림픽이 끝나는 가을에는 북경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목원대 교수로서, 미술대학장으서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숨 쉬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점을 찍는 작품 활동이라고 말하는 허 교수. 그는 지금도 자신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우주에 파장을 뿌리고 있다.
▲ 대전 갤러리DK&월드에서 작업 중인 허진권 교수. 그는 이 곳에서 작업의 과정을 그대로 여과 없이 공개하면서 작품을 동시에 전시하는 '365일 개인전'을 2003년부터 계속해 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허진권 교수의 작품들. ⓒ 오마이뉴스 장재완<엄지뉴스 - 휴대폰 메시지(문자·사진·동영상)를 보내주세요. #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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