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보철창업센터 객원기자]창업의 맥은 무엇인가. 누구나 알고 싶어 하는 질문일 것이다. 그 맥을 찾기 위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창업서적을 뒤적거리거나, 인터넷을 셔핑하고, 창업 강좌에 등록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에게도 맥을 알기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세련된 답이 있으면 좋으련만, 필자에게는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언제까지 입을 닫을 수는 없는 일이다.

창업바닥에 묻어놓은 시간이 적지 않아서일까. 맥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둘러가는 길은 조금은 알 것 같다.

에둘러 말해서 저가마케팅에 관한 얘기만 해도 그렇다. 저가를 무기로 창업시장을 요동시키려는 창업본사에 대해 필자는 불안을 느낀다. 그 불안감을 얘기하기 전에 얼마 전에 들은 얘기부터 펼쳐보자.

지난 2007년 초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선 카페 띠아모(www.ti-amo.co.kr). 40여 평 규모에 무선 인터넷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커피와 젤라또 아이스크림 등을 팔았다. 커피 한잔에 다소 고가인 3000~4000원을 받았다. 가격저항에도 불구, 장사는 잘되었다. 근처에 10개 남짓한 커피숍이 있었지만 띠아모의 활약은 눈부셨다. 1일 매출 기백만 원 대를 훌쩍 넘는 날이 비일비재했다. 장사가 잘된다고 좋아만 할 것은 아니었다. 주변의 시샘이 우려됐다.

여름이 지나갈 무렵 인근에 최신 카페가 생겼다. 띠아모보다 평수도 컸고, 시설도 화려했다. 들려오는 소문은 더욱 심상치 않았다. 새로 오픈 한 가게의 커피 값이 문제였다. 커피 한잔에 1000∼1500원이었다. 인근 카페들도 이에 맞춰 커피 가격을 내렸다. 순식간에 띠아모의 고객이 줄어들었다.

띠아모의 김성동 대표는 고민을 거듭했다.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은 원칙 지키기. 그는 오히려 가격을 20% 올리고 대신 서비스에 만전을 기했다. 인터넷 존 확대, 빵 무한리필, 화제신간서적 비치, 흡연실 완비 등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충실히 이행했고, 종업원들의 대고객 서비스를 다독거렸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다시 고객을 돌아오기까지는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2008년 신년이 되서는 오히려 이전보다 매출이 급증했다. 새로 오픈 한 카페는 해를 넘기기 전에 문을 닫았다. 김성동 대표의 얘기를 들어보자.

“카페를 찾는다는 것은 좋은 분위기에서 양질의 커피를 마시는 것을 경험하기 위해서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1000원이라는 가격보다는 감성입니다. 고객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게 마케팅입니다”

김 대표의 다음 말은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그러나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은 전략이 없다는 말과 다름 아닙니다. 좀더 저렴한 가격에 항상 배신당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창업자들은 저가 마케팅에 홀리는 경향이 있어요. 일단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그런데 그게 오래가야 말이지요. 오랜 간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수익이 납니까”

“1000원짜리 커피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습니다. 수익보다는 매출에 신경을 쓰는 사업체는 오래갈 수가 없습니다. 오래 가지 않으면 피해는 누가 볼까요”

필자가 저가 마케팅에 불안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물음 때문이다. ‘누가 피해를 볼까?’

IMF 직후인 1998년 초 창업시장에 호기롭게 등장한 것은 1800원 짜리 대패삼겹살이었다. 사회 분위기도 그렇고 해서 필자도 서둘러서 식당을 찾은 기억이 난다. 식당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손님이 많은 반면 서비스는 거의 없었다. 밀려드는 싸구려(?) 손님들에게 제대도 된 서비스를 해 줄 리는 만무한 일. 또한 밑반찬으로 나오는 음식도 수상쩍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 가본 기억이 없다. 대패 삼겹살을 파는 프랜차이즈 본사도 시야에서 사라졌다. 가맹점이 먼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나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반복이었다. 싸구려를 파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언제고 어김없이 나타났고,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짧으면 1년, 길면 2,3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삼겹살, 돼지고기, 탕수육, 튀김 닭, 회, 막걸리, 한식배달 등 다양한 아이템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숱하게 보아왔다.

눈여겨볼 것은 저가 아이템으로 한때 호황을 누렸던 프랜차이즈 본사는 사라졌는데, 이를 운영했던 사람은 계속해서 브랜드만 바꿔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본사는 사라지는 꼴이다. 그들의 말대로 사업이라고 하지만 참 양심불량한 사람들이다.

이제 질문에 대한 답은 나와 있다. 누가 피해를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 말이다. 아직도 주변에서는 저가 아이템 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상당수 있다. 가맹점주들이 속으로 골병드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이들을 보면 필자는 불안감을 느낀다. 누가 피해를 볼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정보철창업센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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