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동부증권 리서치팀장


증시에서 가치주(Value Stock)와 성장주(Growth Stock) 분류 논의는 이미 흔한 주제다.

그러나 증시가 존재하는 한 가치주와 성장주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대체로 가치주는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갖고 있으나 성장잠재력은 낮아 증시에서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 돼 거래되는 종목군을 말한다. 통신, 유틸리티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성장주는 업황 호황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미래의 성장잠재력이 뛰어나고, 이같은 성장잠재력을 실현시켜나가는 기업군을 일컫는다. 과거 IT업종이나 최근 놀라운 주가상승을 보여준 조선업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산업에는 사이클이 있기 마련이라 성장주가 가치주로, 가치주가 성장주로 변신하는 예는 빈번하다. 한때 가치주로 평가받던 한국가스공사는 현재 성장주로 재평가되는 반면 와이브로(WiBro)ㆍHSDPAㆍIPTV 등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통신주는 가치주 중에서도 가장 성장잠재력이 낮은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가스공사는 E&P(해외자원탐사 및 개발) 사업이 성과를 거두면서 성장잠재력이 부각된 반면 통신업종은 경쟁심화에 따른 마케팅비 급증과 요금인하 압력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통신업계 최대 고민거리인 요금인하 논쟁은 통신주를 가장 매력없는 가치주로 전락시키고 있다. 일단 주가에 대한 평가를 떠나, 인하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나 인하에 인색한 통신사업자의 방어논리들은 단편적이라는 점에서 세련미가 떨어진다. 시민단체는 요금인하를 통한 가계부담 완화를 주장한다. 하지만 사회는 그리 간단한 시스템이 아니다. 통신시장과 증시를 함께 놓고 보자. 현재 적립식펀드 개수는 830만개를 넘어 가구당 0.53개에 이르고 있다. 올해 국민연금 주식투자 규모는 5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KT의 국내 단일 최대주주(2.3%)이다. 통신업체가 큰 폭의 요금인하를 하면 증시에서 통신업종 주가는 상당한 하락압력을 받을 것이고, 여기에 투자된 가계자산은 직간접적 손실을 보게 된다. 현재 통신업체의 증시 영향력은 감소했으나 여전히 시가총액 상위에 있다. 통신업종의 주가 부진은 코스피 지수에도 부담을 준다. 소비자들이 매달 내는 요금은 줄지만 한편으로는 자산감소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통신업체의 요금인하 방어논리도 궁색하기 짝이 없다. 요금인하가 이뤄지면 차세대 서비스 투자여력이 감소한다고 뒤에서 주장한다. 하지만 통신업체들의 설비투자 사이클은 올해를 정점으로 감소하게 돼 있다. HSDPA 망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고, 망 고도화 투자 등의 감소로 내년은 올해 대비 14% 가까운 설비투자 하락이 예상된다. 설비투자 감소는 4세대 통신 투자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2011년 또는 2012년까지 지속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통신업체들은 드러내놓고 정부 규제와 요금인하 압력 때문에 향후 설비투자가 감소할 것이란 점을 떳떳이 말하지 못하고 있다. 설비투자가 줄면 당장 이익이 늘지는 않지만 사내 현금은 쌓인다. 결국 요금인하 여력이 생기는 것은 자명하다.

통신요금 인하가 가계의 부(富)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시민단체들도 정교한 변수들로 설명해야 한다. 통신서비스 업체 역시 통신요금 인하압력 이슈 때마다 설비투자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선 안된다. 필자는 통신요금 논의가 좀더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전개되기를 바란다. 저소득층, 노인 등에 대한 요금인하를 통신업체들이 좀더 파격적으로 진행하는 반면, 기업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통신시장의 부(富)를 사회적인 부(富)로 재전환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통신업체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통신업종 발전과 사회적인 활력 증진에 좀더 과감하게 투자되게끔 통신업체와 시민단체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선거철만 되면 제기되는 반짝 이슈 차원을 벗어나 시민단체와 통신업계가 상시적인 대화창구를 만들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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