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장욱]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달러가 국제 통화로 계속 쓰일 수 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세계적인 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도 최근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미국 달러화의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 하락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전망을 알아본다.
◇기축통화란=미국 달러를 흔히 기축(基軸)통화라고 한다. 국가 간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정국의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우선 그 나라의 통화가 안정돼야 한다. 즉 나라 안에서 실제로 쓰고 있는 돈의 양과 상품 총액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돈이 제 값어치를 지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그 나라의 무역수지가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또 금융시장이 개방돼 화폐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어야 한다.
기축통화 역할은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나라의 화폐가 한다. 19~20세기 초반에는 영국 파운드화가, 지금은 미국 달러화가 그 구실을 했다.
◇달러가 기축통화 된 배경=1944년 미국 워싱턴 근교의 브레튼우즈에서 44개국 연합국 대표들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외환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달러를 기축통화로 정했다. 금 대신 달러를 각국의 통화가치를 유지하는 기준으로 삼기로 하면서 언제든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기로 한 것이다. 이때부터 나라마다 국제수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준비금, 즉 외환보유액(한 국가가 가지고 있는 외환 채권 총액)을 달러로 갖기 시작했다. 각국은 달러를 안심하고 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1971년 미국 정부가 달러를 더 이상 금으로 교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고 베트남전으로 재정적자가 쌓이며 미국의 달러 가치가 떨어지자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는 주문이 쏟아지면서 미국 연방금고의 금이 바닥날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때 휘청거리는 달러를 구한 것은 산유국이다. 73년 산유국들은 달러를 유일한 결제 통화로 정해 달러에 힘을 실어줬다. 금 대신 석유가 달러를 보증해 준 셈이다.
◇달러 얼마나 떨어졌나=달러 가치는 2000년 2월 3일 1달러 1150원에서 2008년 2월 1일 960원으로 17.6% 떨어졌다.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 가치가 떨어지자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을 줄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세계 외환보유액 중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71.7%에서 2007년 3분기에는 63.7%로 낮아졌다. 반면 유로화는 같은 기간 17.6%에서 26.4%로 늘어났다. 달러의 버팀목이 돼온 산유국들도 달러와 함께 유로를 결제 통화로 허용할 태세다.
◇왜 하락하나=최근의 달러 하락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 고금리로 주택 자금을 빌려 주는 제도) 부실과 경기 침체 때문이다. 하지만 80년대 이래 지속돼 온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이른바 ‘쌍둥이 적자’에서 연유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한 것은 미국의 신용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달러 강세가 계속돼야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 자산가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이 쌍둥이 적자로 장기 국채를 발행하면 각국 중앙은행이 그것을 구입했다. 하지만 달러가 신뢰를 잃으면서 이런 선(善)순환 구조가 어긋나기 시작했고 결국 달러 가치는 계속 떨어졌다.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 끼치나=달러 약세는 수입 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과 소비자 물가가 안정된다. 외채 부담도 줄 수 있다. 반면 달러 약세는 원화 가치로 이어져 수출 가격을 올림으로써 수출을 위축시킨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이 떨어지면 경제가 움츠러들고 고용도 불안해진다. 달러로 표시된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기축통화 분산 보유해야=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쌍둥이 적자가 보여주듯 미국 경제가 쇠퇴할 것이라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가량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위상이 쉽사리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달러와 함께 다른 화폐가 기축통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심민영 금융연구실장은 “세계 경제는 미국 달러 체제에서 유로화가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균점 체제로 바뀔 것”이라며 “세계 금융과 실물 경제의 흐름을 잘 파악해 무역 대상을 다변화하고, 달러 가치의 변동 추이에 따라 기축통화 보유액도 적절하게 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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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란=미국 달러를 흔히 기축(基軸)통화라고 한다. 국가 간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정국의 화폐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우선 그 나라의 통화가 안정돼야 한다. 즉 나라 안에서 실제로 쓰고 있는 돈의 양과 상품 총액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돈이 제 값어치를 지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그 나라의 무역수지가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또 금융시장이 개방돼 화폐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어야 한다.
기축통화 역할은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나라의 화폐가 한다. 19~20세기 초반에는 영국 파운드화가, 지금은 미국 달러화가 그 구실을 했다.
◇달러가 기축통화 된 배경=1944년 미국 워싱턴 근교의 브레튼우즈에서 44개국 연합국 대표들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외환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달러를 기축통화로 정했다. 금 대신 달러를 각국의 통화가치를 유지하는 기준으로 삼기로 하면서 언제든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기로 한 것이다. 이때부터 나라마다 국제수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준비금, 즉 외환보유액(한 국가가 가지고 있는 외환 채권 총액)을 달러로 갖기 시작했다. 각국은 달러를 안심하고 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1971년 미국 정부가 달러를 더 이상 금으로 교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고 베트남전으로 재정적자가 쌓이며 미국의 달러 가치가 떨어지자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는 주문이 쏟아지면서 미국 연방금고의 금이 바닥날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때 휘청거리는 달러를 구한 것은 산유국이다. 73년 산유국들은 달러를 유일한 결제 통화로 정해 달러에 힘을 실어줬다. 금 대신 석유가 달러를 보증해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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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락하나=최근의 달러 하락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 고금리로 주택 자금을 빌려 주는 제도) 부실과 경기 침체 때문이다. 하지만 80년대 이래 지속돼 온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이른바 ‘쌍둥이 적자’에서 연유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한 것은 미국의 신용도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달러 강세가 계속돼야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달러 자산가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이 쌍둥이 적자로 장기 국채를 발행하면 각국 중앙은행이 그것을 구입했다. 하지만 달러가 신뢰를 잃으면서 이런 선(善)순환 구조가 어긋나기 시작했고 결국 달러 가치는 계속 떨어졌다.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 끼치나=달러 약세는 수입 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과 소비자 물가가 안정된다. 외채 부담도 줄 수 있다. 반면 달러 약세는 원화 가치로 이어져 수출 가격을 올림으로써 수출을 위축시킨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이 떨어지면 경제가 움츠러들고 고용도 불안해진다. 달러로 표시된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기축통화 분산 보유해야=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쌍둥이 적자가 보여주듯 미국 경제가 쇠퇴할 것이라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가량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위상이 쉽사리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달러와 함께 다른 화폐가 기축통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심민영 금융연구실장은 “세계 경제는 미국 달러 체제에서 유로화가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균점 체제로 바뀔 것”이라며 “세계 금융과 실물 경제의 흐름을 잘 파악해 무역 대상을 다변화하고, 달러 가치의 변동 추이에 따라 기축통화 보유액도 적절하게 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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