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한 달 반 만에 최대 규모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반등을 주도했다.

4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65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연속 매수세가 이어진 것.

외국인은 1월 내내 거센 매도 공세로 8조5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 치워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2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섰던 외국인은 이날 순매수 규모를 더욱 키웠다. 순매수 금액으로는 작년 12월 24일(3096억원) 이후 가장 컸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은 50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7일 만에 매수 우위로 반전했다.

그러나 외국인은 업종 선정에서 심한 편식 성향을 드러냈다.

업종별로는 외국인이 이날 전기전자 업종을 1500억원 이상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특히 기관과 달리 증권업(299억원)과 운수장비업(175억원)을 매도해 차별화했다. 외국인은 대형주에서 2553억원 매수세를 보였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수급을 망가뜨렸던 외국인들 매도가 완화된 것이 증시 반등의 원동력"이라며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된 국면에 도달해 매도세가 잦아든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후반부터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외국인이 일부 매수세로 전환하는 추세가 나타났고, 한국에서도 이에 동참하는 수준이 됐다"며 "과거 외국인 매수세 전환 권역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외국인 매수세 전환으로 단정짓기는 이르다는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또 최근 외국인의 대차거래 규모가 급증해 증시 반등에 따른 손해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외국인 매수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 리서치부문 대표는 "하루 매수세가 강한 것만으로 추세 변화를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그동안 아시아 증시에 대해 과도하게 비관적이었다는 반작용으로 단기 매수세가 생겼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일주일 새 해외 법인 등을 통해 매수 종목에 대한 문의가 오기 시작했다"며 "미국의 악화된 고용지표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안정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급하게 매도했던 단기성 자금이 빠지고 저가 매력에 장기 투자 펀드가 유입되는 과도기적 국면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매일경제 구독][주소창에 '경제'를 치면 매경 뉴스가 바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