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 한양대에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최첨단 토목관의 준공식이 개최됐다. 웅장한 모습을 선보인 토목관의 공식 명칭은 ‘재성토목관’. 2003년 2월, 55억원을 쾌척한 송재성 성호그룹 회장(75)의 이름을 땄다. 송 회장은 한양대 토목공학과 50학번 출신으로, 후배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겠다는 신념으로 2003년 55억원이라는 거금을 쾌척한 바 있다.
송 회장은 쉰 가까운 나이에 공무원 생활을 접고, 맨주먹으로 창업해 자산 5000억원대의 성호그룹을 일군 대기만성(大器晩成)형 CEO다. 그는 “기업가는 기업의 이익과 고용 창출 외에도 대한민국 인재 양성이라는 대승적 차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후진 양성을 위한 기부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설명했다.
Q> 재성토목관이 준공됐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A> 제가 한양대에 입학한 때가 1950년입니다. 입학하고 얼마 안 돼 6·25 전쟁이 터졌고, 부산 피난지에서 수업이 진행됐죠. 가마니를 깔고 책상도 없이 판자에 겨우 걸터앉아 천막 안에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정말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산업화, 현대화를 이끌어낸 주역들로 성장한 겁니다. 그래서 돈을 벌면 꼭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강의실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이번 토목관 건립은 그런 뜻을 실천에 옮긴 거죠. 기업가에게는 기업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인재를 키우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해요.
Q> ‘대승적 차원’의 기부를 강조하는데요, 기부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A> 사업을 하다 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미국이 어떻게 세계 최고의 강국이 됐고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나를 고민해봤습니다. 그러다 그 힘이 기부문화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미국은 부자들의 기부가 일상화돼 있어요. 특히 대학에 대한 기부가 많죠. 하버드, MIT와 같은 세계 최고의 대학들이 탄생하게 된 것도 교수, 학생들이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에요. 이런 우수한 대학에서 뛰어난 인재를 배출하고, 이들이 기업에 진출해 활약하고, 결과적으로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기업가는 멀리 보고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기부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Q> 공무원 출신으로 사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성공 비결을 듣고 싶습니다.
A> 기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을 잘 쓰는 일입니다. 자신이 직접 하기보다는 해당 분야에서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그 일을 맡기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겁니다. 지금 10개 계열회사가 있는데요, IMF 외환위기 이후 인수한 회사들이 많아요. 이렇게 인수한 회사들은 모두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사람들을 물색해 삼고초려 했습니다. 지난해 인수한 현대정보기술을 맡고 있는 이영희 사장도, 회사 인수 직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장 CEO로 적합한 인물을 추천받아 사장으로 영입했죠.
다른 하나는 생각을 많이 하는 건데요, 사훈 가운데 하나가 ‘창의(創意)’예요. 저 자신부터 새벽 명상을 꼭 합니다. 새벽 4시면 일어나 그날 계획한 일들, 또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들을 정리하다 보면 갈 길이 나오게 되죠.
Q> 30여년 동안 사업을 하시면서 가장 잘했던 결정을 꼽는다면 어떤 건가요.
A> IMF 외환위기 시절, 누구도 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시기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던 것입니다. 지금은 알짜 회사로 성장한 성현퍼라이트, 성현케미칼, 여삼 등이 대표적이죠.
당시 이 회사들을 인수했는데, 말리는 사람들이 주위에 꽤 있었어요. 아무도 나서지 않는데,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거였죠. 그렇지만 저는 살릴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인수한 현대정보기술도 마찬가지죠. 대기업들 간의 경쟁이 치열한 시스템통합(SI)업계에 굳이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자생력이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올해 완벽하게 흑자로 전환했고, 흑자폭도 갈수록 커질 겁니다.
Q> 적자 회사인 현대정보기술을 1년도 안 돼 흑자로 바꾼 비결이 있을 듯합니다.
A> 임직원을 존중하고 투명경영을 실천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외부에서 봤을 때, 기업의 주인이 바뀌면 인수된 회사의 사람들이 대거 물갈이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새 주인이 자기 사람을 심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죠. 저는 반대로, 기존에 있는 사람들을 중용했고, 그 사람들에게 새 주인 눈치 볼 것 없이 투명하게만 일처리를 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자금 조달과 같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에만 관여했죠. 또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베트남, 파키스탄과 같은 SI 신흥시장에 적극 진출했습니다. 3000만달러에 달하는 베트남 농협의 전산화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죠.
Q> 다른 분야 진출도 계획하고 있는지요.
A> 제 나이가 일흔을 훌쩍 넘겼습니다. 주위에서는 이제 좀 편하게 쉬는 게 어떠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일하는 게 편합니다. 제 건강 비결 가운데 하나도 일을 계속한다는 겁니다. 또 일흔을 넘으면서, 사업이라는 게 어떤 거구나 이런 감(感)도 더 확실해진 것 같아요. 그동안 건설, 제조, 부동산 임대, IT 쪽으로 사업을 넓혀 왔으니 이제 새로운 목표는 금융사업 진출입니다. 금융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그룹의 틀을 갖출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축은행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자금 조달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계열회사들이 우량 자산을 많이 갖고 있어 자금 조달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합니다.
【 성호그룹은 어떤 회사? 】
◆ 현대정보기술 인수로 급부상
= 성호그룹은 아직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회사다. 현대정보기술을 비롯해 계열회사 10곳, 총자산 5000억원대, 연매출 4000억원대의 중견그룹으로 성장했지만 B2B 성격의 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또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도 지난해 인수한 현대정보기술이 유일하다.
건설을 모태로 성장한 회사인 만큼 성호그룹은 건설, 건자재, 부동산 임대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철관, 펄라이트 등 특수 건자재 사업에서 업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그룹의 모회사 격인 성호철관은 3층 피복 수지파형강관(3LC 하수관) 기술을 인정받아 국내 처음으로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표준 규격을 공인받는 등 하수관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내화피복 전문업체인 성호퍼라이트 역시 업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성호그룹은 IMF 외환위기 시절과 2006년, 두 번의 도약 기회를 맞았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성호그룹은 부실회사를 인수해 정상화 시키며 중견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었고, 지난해에는 현대정보기술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송 회장은 “준비된 기업가에게 다른 사람들의 위기는 곧 기회”라며 “항상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해왔던 게 그룹을 키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광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29호(07.11.07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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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회장은 쉰 가까운 나이에 공무원 생활을 접고, 맨주먹으로 창업해 자산 5000억원대의 성호그룹을 일군 대기만성(大器晩成)형 CEO다. 그는 “기업가는 기업의 이익과 고용 창출 외에도 대한민국 인재 양성이라는 대승적 차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후진 양성을 위한 기부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설명했다.
Q> 재성토목관이 준공됐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A> 제가 한양대에 입학한 때가 1950년입니다. 입학하고 얼마 안 돼 6·25 전쟁이 터졌고, 부산 피난지에서 수업이 진행됐죠. 가마니를 깔고 책상도 없이 판자에 겨우 걸터앉아 천막 안에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정말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산업화, 현대화를 이끌어낸 주역들로 성장한 겁니다. 그래서 돈을 벌면 꼭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강의실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이번 토목관 건립은 그런 뜻을 실천에 옮긴 거죠. 기업가에게는 기업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인재를 키우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해요.
Q> ‘대승적 차원’의 기부를 강조하는데요, 기부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A> 사업을 하다 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미국이 어떻게 세계 최고의 강국이 됐고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나를 고민해봤습니다. 그러다 그 힘이 기부문화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미국은 부자들의 기부가 일상화돼 있어요. 특히 대학에 대한 기부가 많죠. 하버드, MIT와 같은 세계 최고의 대학들이 탄생하게 된 것도 교수, 학생들이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에요. 이런 우수한 대학에서 뛰어난 인재를 배출하고, 이들이 기업에 진출해 활약하고, 결과적으로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기업가는 멀리 보고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기부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Q> 공무원 출신으로 사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성공 비결을 듣고 싶습니다.
A> 기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을 잘 쓰는 일입니다. 자신이 직접 하기보다는 해당 분야에서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그 일을 맡기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겁니다. 지금 10개 계열회사가 있는데요, IMF 외환위기 이후 인수한 회사들이 많아요. 이렇게 인수한 회사들은 모두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사람들을 물색해 삼고초려 했습니다. 지난해 인수한 현대정보기술을 맡고 있는 이영희 사장도, 회사 인수 직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가장 CEO로 적합한 인물을 추천받아 사장으로 영입했죠.
다른 하나는 생각을 많이 하는 건데요, 사훈 가운데 하나가 ‘창의(創意)’예요. 저 자신부터 새벽 명상을 꼭 합니다. 새벽 4시면 일어나 그날 계획한 일들, 또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들을 정리하다 보면 갈 길이 나오게 되죠.
Q> 30여년 동안 사업을 하시면서 가장 잘했던 결정을 꼽는다면 어떤 건가요.
A> IMF 외환위기 시절, 누구도 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시기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던 것입니다. 지금은 알짜 회사로 성장한 성현퍼라이트, 성현케미칼, 여삼 등이 대표적이죠.
당시 이 회사들을 인수했는데, 말리는 사람들이 주위에 꽤 있었어요. 아무도 나서지 않는데,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거였죠. 그렇지만 저는 살릴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인수한 현대정보기술도 마찬가지죠. 대기업들 간의 경쟁이 치열한 시스템통합(SI)업계에 굳이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자생력이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했어요. 올해 완벽하게 흑자로 전환했고, 흑자폭도 갈수록 커질 겁니다.
Q> 적자 회사인 현대정보기술을 1년도 안 돼 흑자로 바꾼 비결이 있을 듯합니다.
A> 임직원을 존중하고 투명경영을 실천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외부에서 봤을 때, 기업의 주인이 바뀌면 인수된 회사의 사람들이 대거 물갈이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새 주인이 자기 사람을 심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죠. 저는 반대로, 기존에 있는 사람들을 중용했고, 그 사람들에게 새 주인 눈치 볼 것 없이 투명하게만 일처리를 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자금 조달과 같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에만 관여했죠. 또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베트남, 파키스탄과 같은 SI 신흥시장에 적극 진출했습니다. 3000만달러에 달하는 베트남 농협의 전산화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죠.
Q> 다른 분야 진출도 계획하고 있는지요.
A> 제 나이가 일흔을 훌쩍 넘겼습니다. 주위에서는 이제 좀 편하게 쉬는 게 어떠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일하는 게 편합니다. 제 건강 비결 가운데 하나도 일을 계속한다는 겁니다. 또 일흔을 넘으면서, 사업이라는 게 어떤 거구나 이런 감(感)도 더 확실해진 것 같아요. 그동안 건설, 제조, 부동산 임대, IT 쪽으로 사업을 넓혀 왔으니 이제 새로운 목표는 금융사업 진출입니다. 금융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그룹의 틀을 갖출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축은행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자금 조달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계열회사들이 우량 자산을 많이 갖고 있어 자금 조달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합니다.
【 성호그룹은 어떤 회사? 】
◆ 현대정보기술 인수로 급부상
= 성호그룹은 아직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회사다. 현대정보기술을 비롯해 계열회사 10곳, 총자산 5000억원대, 연매출 4000억원대의 중견그룹으로 성장했지만 B2B 성격의 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또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도 지난해 인수한 현대정보기술이 유일하다.
건설을 모태로 성장한 회사인 만큼 성호그룹은 건설, 건자재, 부동산 임대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철관, 펄라이트 등 특수 건자재 사업에서 업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그룹의 모회사 격인 성호철관은 3층 피복 수지파형강관(3LC 하수관) 기술을 인정받아 국내 처음으로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표준 규격을 공인받는 등 하수관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내화피복 전문업체인 성호퍼라이트 역시 업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성호그룹은 IMF 외환위기 시절과 2006년, 두 번의 도약 기회를 맞았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성호그룹은 부실회사를 인수해 정상화 시키며 중견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었고, 지난해에는 현대정보기술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송 회장은 “준비된 기업가에게 다른 사람들의 위기는 곧 기회”라며 “항상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해왔던 게 그룹을 키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광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29호(07.11.07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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