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최고경영자(CEO)를 찾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대규모 손실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는 월가가 위기를 타개해 나갈 선장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주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월가 CEO에 오른 스탠리 오닐 메릴린치 회장 겸 CEO가 서브프라임 부실에 따른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한데 이어 찰스 프린스 씨티그룹 회장 겸 CEO도 낙마했지만 이들 금융회사가 모두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하면서 월가의 경영 문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성과 아니면 퇴출(Perform-or-Die)`식의 냉혹한 실적주의가 조그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쓸 만한 인재들을 내쫓아 위기시 회사를 이끌어갈 2인자 그룹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은 메릴린치 이사회가 알베르토 크리비오레 이사를 `경영을 담당하지 않는(non-executive)` 임시 회장으로 임명한데 대해 "`경영을 담당하지 않는` 임시 회장이라는 점은 월가의 대형 증권사가 수주 또는 수개월이 될 수 있는 CEO 물색 기간 동안 리더 없이 회사를 운영하게 된 꼴"이라고 꼬집었다.

씨티그룹도 프린스 회장의 사퇴와 함께 로버트 루빈 전 미 재무장관을 회장으로, 빈프리드 비쇼프를 CEO로 임명했지만 `모두 새로운 CEO를 찾을 때까지만` 임시적으로 회사 경영을 책임지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에 CEO가 될 만한 인재가 부족한 것은 수익의 극대화를 달성하지 못하면 곧바로 목이 날아가는 월가의 문화에 기인한다"며 "이 문화가 수많은 CEO가 될 만한 인재들의 이력에 오점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UBS의 글렌 쇼 금융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CEO를 키우지 못하는 것은 매우 이상한 현상"이라며 "이는 지도력의 결핍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쯤되면 천문학적인 숫자의 연봉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몰린다는 월가의 인재 경영은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리더가 없는 기업은 선장이 없는 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때 그때 외부에서 뛰어난 경영인을 수혈하면 된다지만 한계는 있다.

조셉 바우어 하버드 경영 대학 교수는 "내부 CEO를 키우지 않고 외부 영입에 의존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수익을 회복시키는데는 효과적이겠지만,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은 약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가의 믿음처럼 냉혹한 자본주의 논리와 무자비한 경쟁은 최고의 인재들을 솎아내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월가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학습 효과는 실수와 실패를 통해 극대화된다는 점이다.

`인재 경영`을 중시하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수익이 날지 불확실한 사업 계획을 들고 온 계열사 사장에게 프로젝트를 승인해준 뒤 "그 정도는 수업료"라고 답했다는 일화가 있다.

월가가 당면한 인재난을 해결하는데 있어 이 회장의 이같은 경영 철학이 교훈이 될 듯 싶다.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Mistakes breed success)`라는 격언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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