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권석 IBK기업은행장
강권석(姜權錫·57) IBK기업은행장이 30일 오전 7시 25분 지병으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별세했다. 강 행장은 올 초 구강 인두암 진단을 받고 3월에 수술을 받은 이후 항암 치료를 계속 받아오다 병세가 다시 악화돼 지난 24일 중환자실에 입원했었다.

강 행장은 73년 연세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14회)에 합격한 뒤, 재무부 기획관리실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증권선물위원,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을 지냈다.

2004년 3월 기업은행장으로 선임됐으며, 공격적인 경영 성과를 인정 받아 올 3월 국책은행장으로선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강 행장은 재임 중 IBK기업은행의 순이익과 총자산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려 놓았다. 지난해 창립 46년 만에 최초로 연간 순익이 1조원을 돌파했다.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린 다른 은행들과는 달리, 자력으로 100조원까지 총자산을 늘렸다.

그가 주창한 ‘비오는 날 (중소기업의) 우산을 빼앗지 않겠다’는 우산론(論), ‘은행은 기업의 종합병원이고 은행원은 기업의 주치의’라는 기업주치의론(論) 등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철학을 재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불경기였던 2004년과 2005년에도 중소기업 대출을 큰 폭으로 늘렸다. 강 행장은 사회공헌에도 관심이 커 재작년부터 수익의 1% 이상(지난해엔 116억원)을 사회에 환원했고, 올해 9월엔 본지의 스쿨업그레이드 캠페인을 통해 지방 공립고교 4곳에 학교발전기금 1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IBK기업은행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자기 몸 돌보지 않고 혼신을 다해 일한 행장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강 행장은 지난 26일 직원들에게 ‘CEO 편지’를 보냈다. 우연하게도 그는 이 마지막 편지에서 ‘죽음’을 얘기했다. 그는 편지에서 미국 철도회사 직원이 냉동열차에 갇힌 뒤 열차의 냉동시설이 고장난 줄도 모르고 스스로 몸이 언다고 느껴 동사(凍死)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이 생(生)과 사(死)를 갈라놓을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난다”며, 어려워져 가는 영업여건에서 힘을 내라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두 딸이 있다. 발인은 12월 3일 오전 7시 서울아산병원. (02)3010-2631




[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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