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그럼 간단히 산업은행에 대해 소개를 하며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산업은행은 산업의 개발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산업자금을 공급 관리 함을 목적으로 한다.” - 산은법 제1조 -
산업은행이 국민 경제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바로 시대 변화에 발맞추어 성장 동력을 확충시키는 것이 산업은행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라는 말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아쉬워하는 기업인들에게 대출만 해주는 것이 산업은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산업은행이 설립목적에 맞지 않는 일을 한다고 말하는 증권사의 로비스트들이 많지만, 설립목적을 보면 산업은행이 현재 추진하는 여러 사안들이 설립목적에 충실한 것이며 산업은행이라는 조직은 시대에 발맞추어 역동적으로 변모하는 조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2. 공 부
저는 작년 3월에 회계사 시험에 낙방을 했습니다. 응시자 중 80%가 경영학 과락을 맞은 때에 저도 그 중 한명으로 1차 시험에서 고배를 마시게 된 것이죠. 뭔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한 것이 회계사 공부였는데, 나이가 있는 만큼 한 번에 안되면 안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1년을 공부했는데 과락 사실을 확인하고서 단칼에 돌아서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공부하면서 얻은 지식이 참 유용한 것이었고,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놓은 것만으로도 좋은 계기였다는 생각을 하며 털어버렸습니다.
그렇게 한 번에 훌훌 털고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1학년 때 B로 깔아놨던 학기가 있어서 재수강을 할 수 없었기에 학점 만회가 쉽지 않았습니다. 4학년 1학기에 전략적으로 학점관리를 해야만 취업 지원시 기입할 총 평점이 구색을 갖출 것 같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저보다 열심히 한 친구들이 많아서 B가 나왔던 전공과목은 과감히 교수님께 F를 부탁드려서 버렸습니다. 그래야만 평점이 목표점에 도달했기 때문이었죠. (그걸 버렸던 게 겨울 계절학기 전공 두 과목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긴 했습니다.)
그렇게 학점 관리를 하며 딴 점수가 3.7입니다. 1학년 1학기가 원망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이걸 보는 후배님들은 더 어린 후배님들께 1학년 때부터 아주 망해서 만회의 기회를 만들어 놓던가 잘 받아놓으라고 조언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시작된 여름방학은 통화정책 경시대회 준비로 바쁘게 흘러갔습니다. 취업을 앞두고 그런 대회에 나가는 건 정말 큰 부담입니다. 하지만 한 번도 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게다가 전공과 관련된 경험을 못해봤기에 막무가내로 밀어붙였습니다. 다른 후배 멤버들의 활약에 전적으로 기대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던 한 달여간의 준비작업은 진실로 고되면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덕분에 취업전선에 뛰어든 다른 경제학 전공 학생들보다 어느 정도 깊이 있고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고, 보다 정확하고 상세한 자료를 섭렵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경시대회가 끝나고 두세 달 만에 전공관련 시험을 보고, 면접을 본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참 많은 자료가 떠오르고 전공지식을 현실에 접목시키는 것이 상당히 수월합니다. 그건 제가 잡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경시대회 서울 예선에서도 고배를 마셨었습니다. 참 아쉬운 순간이었고, 그 허탈함이 지난 3월을 연상케 할 만큼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제게 전공시험 준비 할 시간을 좀 더 주겠다는 신의 계시로 받아들이고 바로 전공시험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스터디는 둘이 진행했습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미시, 거시, 화폐, 국제금융 이 네 과목만 5번 이상 보고 시험에 임한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 외의 것은 자신 있게 할 수 없다면 버리고 기본 과목에 충실한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스터디는 생각보다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이미 다 수업을 들어서 알고 있던 것들이지만 짧은 시간에 전체를 훑으면서 정리하는 작업은 대단히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틈틈이 경제신문의 기사를 제가 아는 이론으로 풀어보는 연습을 하다보니 공부하는 것이 생각보다 탄탄하게 다져졌습니다. 다른 스터디 멤버와는 함께 공부하는 것 외에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부분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목표했던 바가 끝난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스터디의 방향을 전환해줘야 합니다. 우리 스터디는 과감하게, 또 어쩔 수 없이 남은 이론 공부는 각자 하기로 하고 시사적인 주제를 가지고 논술을 써보고 개요짜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새로운 멤버와 함께 시작한 논술 스터디는 상당히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했습니다. 바로 개요가 전부라는 것입니다. 그 소중한 시간을 글 쓰느라 시간 허비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개요만 짜면 나머지는 다 쓸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시간 안에 개요를 짜기가 쉽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쓸 내용을 다 생각하고 필요한 자료만 선별하여 글의 순서를 짜는 ‘개요’가 끝나면 나머지는 조금만 머리를 굴리며 분량을 채우는 것뿐입니다. 특히 전공지식을 활용한 글쓰기는 개요가 관건이죠.
3. 필기시험
필기시험은 1시간 20분짜리 1교시와 1시간 20분짜리 2교시로 나누어 봤습니다. 1교시에는 전공시험, 2교시에는 일반논술과 영어에세이 작성시간이었습니다.
전공시험은 A형 두 문제 중 택1, B형 두 문제 중 택1. 이렇게 두 문제를 푸는 것이었습니다. A형이 난이도가 높고 배점이 큰 문제, B형은 난이도가 낮고 배점이 낮은 문제. 그렇지만 난이도가 낮다고 안 쓰고 A형에 올인할 수 없는 노릇이고, 생각보다 두 유형이 난이도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긴장되고 떨리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전공시험의 대체적인 유형은 해당 현상을 주고, 그와 관련된 이론을 설명(어떤 이론을 전개하는가는 전적으로 시험보는 개인의 선택이겠죠)하고, 주어진 현상에 대해 논하라는 식이었습니다. 이미 이슈화 되었던 주제들이어서 낯설지는 않았지만 선뜻 논리적으로 이론 설명을 하고 자신의 분석과 의견개진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우선 개요부터 짜고, 쉼없이 펜을 굴리니까 종이 울렸습니다. 1시간 20분은 참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2교시의 일반논술 시험과 영어에세이는 어느 과, 어느 수업을 들은 사람이 유리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서 참 공평하다는 생각으로 기쁘게 시험에 임했습니다. 우선 지문을 주고, 거기에 나온 정보를 잘 파악한 후 그 정보들을 이용하여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일반상식 논술시험이었습니다. 그 시간에 머리에 쥐가 날 것만 같았습니다. 바로 영어 에세이를 작성하는데 썼던 단어를 또 써야만 하고, 아까 작문한 것과 비슷한 문구를 써야하는 제 영어실력이 한탄스러웠습니다만 서론, 본론, 결론을 나름대로 짜서 제 생각이 뭔지는 쓰고 나왔습니다. 저보다 월등히 뛰어나신 후배님들께서는 영작을 하시면서 저와 같은 심정은 느끼지 않으리라 봅니다.
필기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분배입니다. 그냥 통째로 1시간 20분 안에 두 문제를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40분 안에 어떻게든 한 문제를 마무리 짓고 다음문제로 넘어가야 합니다. 아무도 첫 번째 문제 작성할 시간 다 되어간다고 해주지 않습니다. 시간배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4. 면접
면접은 다면평가가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무엇을 평가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최고의 긴장감 속에 면접 과정이 넘어갑니다.
아침 일찍 버스로 모든 면접인원이 미사리에 있는 산은아카데미로 이동합니다. 아담하고 깔끔한 그곳에서 처음 시작되는 것은 인적성 검사. 도대체 뭐가 맞는 건지, 정신이 이상하다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로 무조건 떨어지는 건 아닌지,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알 수 없는 문제를 풀어나갑니다. 심지어는 비슷한 삼각형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찍으라고 강요하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정말 틀린 곳 찾기도 힘들 것 같은 비슷한 삼각형일 뿐인데 말이죠. 어쨌든 그 결과는 지금도 모릅니다만 부적격 판정이 나오지는 않았나봅니다.
그 시험이 끝나자마자 바로 조별로 면접 전형이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속한 조는 프리젠테이션 면접부터 진행되었죠. 주제는 그 순간까지 알려주지 않았기에 대단히 초조했습니다. 그런데 ‘동물을 이용하여 3분 자기소개를 하라’는게 주제였습니다. 몇 번 면접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기소개밖에 준비할 게 없다는 걸 깊이 깨달은 뒤였기에 자기 소개는 자신있었습니다. 개괄적인 항목만 머릿속에 넣어놓고 수백번 수천번을 중얼거리며 매끈하게 자기 소개 하는 연습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미친놈처럼 중얼거리며 자기소개를 계속 연습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었습니다. 동물을 이용하라는 것에서 대부분이 자신을 어느 동물에 빗대어 표현하였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런 방향을 생각했었으나, 어렸을 때 길렀던 작은 새를 잠시 예로 드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다행히 잘 풀렸으니 안심하긴 했지만, 일부러 다른 사람이 이렇게 할 것 같으니까 나는 달리 어떻게 할까를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가장 무난하게 될 것 같은 것을 골라 짧은 시간에 완성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니 점심시간이었습니다. 밥이 편히 넘어갈 리가 없었죠. 점심식사가 끝나고 잠시 시간이 나는 동안에 같은 조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다과를 즐기며 쉽니다. 면접관들은 그냥 지나다니며 조원들의 분위기를 알게 모르게 살피죠. 제가 속한 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면접관들뿐만 아니라 다른 조원들도 우리 조를 보며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오후에 진행된 첫 번 째 면접은 토론. 작은 방에 둘러앉아 앞에 있는 꽃꽂이 도구에 꽂혀있는 6개의 주제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는데, 각자 하나씩 뽑으라는 면접관의 말에 그 중 하나를 가지고 우리끼리 계속 논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면접은 각자가 뽑은 주제에 대해 그 사람이 사회자가 되어 20분간 집단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드시 사회도 맡아야 하며 2시간동안 각각 다른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을 벌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아찔했습니다. 놀랄 시간도 주어지지 않고 바로 저부터 사회자가 되어 면접이 진행되었고, 저는 모든 주제에 대해 경제학 전공 지식과 연관을 짓고 제가 아는 각종 자료를 근거로 활용했습니다. 저만 경제학 전공자였기 때문에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순서로 사회를 보면서 각 멤버들이 한 얘기를 정리하면서 확인하고 조율하는 작업은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메모할 펜도 없는 상태에서 일일이 누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 기억하고 정리하며 마무리까지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다음 순서부터는 어디서 구했는지 펜을 들고 자기가 뽑은 주제가 적힌 종이 뒷면에 필요한 것을 적으며 진행이 되더군요. 억울했습니다. 하지만 면접관님이 나가시며 펜 없이 사회를 본 것도 자기는 다 고려했다며 나가시더군요. 고마워서 와락 안고 싶었습니다.^^
저녁이 다 되어갈 때쯤 체육활동 면접이 있으니 준비한 체육복을 갈아입고 나오라고 했습니다. 그 전 해에 축구경기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 짧은 운동복에 운동화를 준비해 갔었는데, 120명 중에 짧은 바지가 저밖에 없었습니다. 단연 눈에 들어왔고, 춥지 않냐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 때마다 씩씩하게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떨리던 턱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체육활동은 협동심을 평가한다는 명목하에 약간의 사회성을 봄과 동시에 그 날의 긴장을 좀 풀어주는 시간이었다고 보였습니다. 그 시간은 승부욕이 나면서도 재미있었습니다.
임원면접은 실무진 면접 이틀 후에 있었습니다. 그 위압감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분들이야 편안한 분위기로 한다고 하셨겠지만 피면접자는 그 조용한 분위기가 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 면접을 보면서 그런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 할 연습을 하라는 것입니다. 면접 내용은 평이했습니다. 누구나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준비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죠. 임원진 면접은 거의 100% 자기소개서를 보고 질문을 합니다. 자기 소개서를 잘 써야하고 뭘 썼는지 잘 기억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6명 1개조로 함께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질문도 듣고 그 사람의 대답한 답변도 들으며 긴장감은 최고조가 됩니다. 정말 말들을 참 잘하시더군요. 그 중 반만 합격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신 바짝 차리시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의 면접 내용에 심취해 있다가 정신을 놓으시면 안 됩니다.^^
5.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후배님들께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은 쓸데없는 ‘경험’에 목매지 말라는 것입니다. 인턴경험이 있어야 하고, 어학연수 경험이 있어야 하고,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어야 하고...... 말로 다 할 수도 없습니다만, 직장에서는 자기가 뭘 했든 의미 있는 일을 했던 사람을 높이 평가합니다. 뜻도 없는데 이력서에 몇 줄 더 적기 위해 구색 맞추기 식으로 한 경험은 회사에서는 ‘쓸데없는 시간낭비’를 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그건 아주 간단하게 파악됩니다. 두 번, 길게는 세 번만 그에 대한 질문을 하면 판가름이 납니다.
어학연수를 다녀오신 후배님이 있다면, 그로 인해 참 값진 무언가를 얻지 않았다면 차라리 안쓰는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영어로 면접이 진행되어도 잘 마무리 할 수 있는 실력이 아니라면 ‘쓸데없는’ 시간낭비, 돈낭비로 결론을 내립니다. 물론, 제 주위에서 어학연수를 자기소개서 어디에 적은 사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유학파나 외국계 회사를 다니던 사람들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 외엔 그런 얘기가 일절 없더군요. 아마 그 전에 걸러지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