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KTF적인 생각’,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와 같은 성공한 CF, 창의적인 CF를 만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xml: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xml:namespace prefix = st2 ns = "urn:schemas:contacts" />박웅현의 광고와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다.<?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이 책을 쓰신 또 한 분의 저자 강창래씨는 대단히 뛰어난 인터뷰어라고 한다. 출판사에서 여러 인터뷰어를 통해서 ‘박웅현’과 창의성에 대한 책을 쓰고자 했지만 다른 인터뷰어들은 이끌어내지 못한 박웅현의 진심을 털어놓게 만들었다고 한다. 박웅현과 강창래의 마음이 만난 접점이 책이었다.
박웅현의 광고는 인문학적이라고 한다. 인문학적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의 삶, 일상의 평범한 사람의 삶, 인생, 행복을 그가 추구하는 가치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가 휴머니즘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대안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의 새로운 트렌드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박웅현이 뉴욕에서 공부하면서 나이가 50이 넘은 정장을 입은 어떤 기업의 높으신 분이 오셨는데 그 분은 학생이었고, 30대의 젊은 중국인이 교실로 왔는데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은 그가 교수였다는 것이다. 거기서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를 했고, 나중에 어떤 나이드신 분이 대학교에 입학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고 한다. 이것이 인문학적 광고가 추구하는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아디다스에 팔려고 했다고 못 팔았던 ‘촛불’이라는 광고에서도 그는 시대정신을 광고에 넣고자 하는 특유의 높은 안테나를 보여주고 있다.
재수생을 이야기하면서 ‘시험공부 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는 멘트를 날리는 그에게서는 광고쟁이를 넘어서는 어떤 힘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많은 부분은 그의 광고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박웅현이 인문학적인 광고를 추구하게 된 힘은 ‘독서’에 있다고 이야기 한다. ‘히까닥’한 아이디어, 튀는 광고를 추구하는 CF업계로 보자면 박웅현은 어쩌면 이단아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광고업계에서 당당히 성공한 이유는 인문학적 상상력이라고 그는 이야기 한다. 그는 무려 20권이 넘는 박경리의 토지를 4개월간 읽었다고 한다. 그는 대단히 많은 책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재미의 하나는 박웅현이 읽다가 인상 깊었던 여러 책들의 구절들이 여기 저기서 인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었다.’ 소설가 최인훈의 광장에 있는 구절이라고 한다. 박웅현은 이 구절을 읽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것과 대척점에 있는 한 구절이 소설가 김훈의 ‘인간은 기본적으로 입과 항문이다. 나머지는 그것들을 위한 부속기관들이다’라고 한다. 마치 사마천의 사기열전이 정신적 가치를 숭상하는 ‘백이숙제전’으로 시작해서 ‘화식열전’으로 보충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사랑의 가치, 정신적 가치도 소중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하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런 고상함도 의미가 없다는 말도 무시할 수 없는 절대적 진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보면 유물론과 유신론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인문학적 광고로 풀어보는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창의성에 대한 단초를 많이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 거론되는 책이 폴 아덴의 ‘생각을 뒤집어라’, 스티브 제이굴드의 ‘인간에 대한 오해’ 와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창의성에 관한 저작과 하우드 가드너의 ‘열정과 기질’과 같은 것 들이다. 인문학과 창의성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싶다면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안내해주는 지도와 같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두사람이 만나서 쓴 글이다 보니 책소개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강창래씨는 박웅현을 인터뷰하면서 많은 책을 읽게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나서 여기서 제시한 책을 몇권이라도 읽어본다면 그 것도 책을 읽는 묘미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박웅현은 창의성을 이야기 하면서 ‘안테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아마도 몰입과 같은 의미가 아닌가 생각된다. 일상의 보고 듣는 모든 것이 광고와 연결된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그는 팀원들과 수다를 떨다가 결심을 했다가 곧 무너지는 사람을 사자성어로 뭐라고 하느냐는 질문에 모두가 ‘막냇삼촌’이라고 하자 그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풀무원 녹즙광고’에 활용했다고 한다. 이런 사례는 많다. 지하철에서 넘어지는 어린아이를 잡아주고 싶었던 기억을 활용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인상깊은 구절은 메모를 많이 해둔다고 한다. 그에게 좋은 책은 메모를 많이 남기는 책이라고 한다.
풀무원의 ‘저희는 유전자 콩을 쓰지 않는다’는 광고를 하면서 그 메시지를 대단히 단순화시켰다고 한다. 그 컨셉을 그는 ‘세한도’의 단순함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그는 시대정신을 읽는 인문학적 통찰력, 예술을 이해하는 예술적 상상력도 겸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그는 천재인가? 생각의 탄생의 많은 천재들이 이야기 하듯이 박웅현도 아니라고 한다. 단지 운이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 전체를 일고 난 느낌은 단지 운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준비하고 노력했던 모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박웅현은 이야기 한다. 책을 많이 읽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인문학적, 예술적 소양이 뛰어난 광고인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왜 모두 박웅현과 같은 성공적인 CF, 시대정신을 통찰하고 새로운 시대가치를 리드하는 창의적인 CF를 만들지 못하는가? 거기에는 집요함이 필요한 것 같다. 창의성은 광고를 제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다면 광고주를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KTF적인 생각도 광고주를 설득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설득하고 나면 이제 책임은 자기에게 온다는 것이다. 책임이 주는 그 무게를 감당할 용기와 자신이 있어야 창의적인 광고인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얼마전에 읽었던 일본을 대표하는 창의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끊임없이 건축주와 싸웠다고 한다. 자기의 건축설계를 설득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한다. 그런 고집에는 또한 엄청난 책임의 무게가 뒤따른다. 설계사의 고집으로 건축을 했는데 실패한다면 그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광고주, 건축주와의 불화, 실패했을 때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영광의 훈장일지도 모른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했다. 창의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이다. 박웅현은 인문학적인 광고의 성공을 통해서 그의 창의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마천은 궁형을 당하고 나서 사기를 완성했다. 손자병법도 그렇다. 많은 걸작물이 다 그렇다. 광고에 재능이 있었던 박웅현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제일기획에 입사하고 3년간은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히까닥한 아이디어, 튀는 발상을 중시했던 업계의 흐름과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박웅현은 책을 많이 읽고 영어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참 잘나가다가 AE와의 불화로 8개월 가량을 회사에 학교처럼 출근했다고 한다. 와서는 책보고 공부만 했다고 한다. 이때도 사마천과 같은 발분의 마음으로 인문학적 소양으로 시대를 통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KTF광고대행이 계속 실패하자 다시 그를 불렀다고 한다. ‘KTF적인 생각’을 결과적으로 성공시켰지만 광고주와의 불화로 그는 힘들었지만 그는 인문학적 창의성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던 것이다.
어쩌면 천재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에서 나오는 지도 모른다. 히까닥한 생각이 아니라 인문학적 통찰력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몰입하고 광고주와의 요구까지도 무시할 힘은 엉덩이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상상마당이 주최한 포럼에서 ‘아내가 결혼했다’로 유명한 박현욱 작가도 얘기했다. ‘소설은 어떻게 쓰느냐?’에 대한 참석자의 질문에 ‘끝까지 쓰는 것’이라고 했다. 300페이지를 끝까지 쓰면 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몇번이나 고쳐써야 할 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을 견뎌내는 힘은 ‘엉덩이’의 힘일지도 모른다. 피카소도 스페인 전쟁을 소재로 한 ‘게르니카’를 그릴 때 스케치를 몇십장 그렸다고 한다. 소동파의 적벽부도 그런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창의성은 그런 집요함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른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인문학적이고 창의적인 광고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박웅현이 소개하는 좋은 책들이 많이 있다. 그가 메모한 삶에 통찰을 가져다 주는 소중한 짧은 글들이 많이 실려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창의성에 대한 간결한 해법을 전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