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주 공격' 글 위법판정… 저작권업체 줄소송… 비판 여론도 쏟아져

포털의 책임성 인정하는 판결 잇따라

문어발 사업확장에 중소업체 비난 거세

"인터넷 산업 왜곡" 업계 내부 목소리도


거대권력으로 성장한 인터넷 포털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른바 '주요 언론사 광고주 공격' 게시글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법 판정, 인터넷 게시글에 대한 포털의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 네이버를 독점적 사업자로 지정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 등 포털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음반·만화 등 각종 저작권 협회들도 포털 사이트에 대한 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우호적이었던 여론의 역풍도 거세다. 특히 소수의 네티즌이 인터넷 여론을 좌우하는데다 공룡 '포털'로 인해 소규모 인터넷 업체들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의장 등 IT 전문가들도 '공룡 포털'이 한국의 인터넷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포털에 대한 사회적 책임 요구 거세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법원의 판결로 인해 "포털은 정보를 유통시키는 통로일 뿐, 정보 내용 자체에는 책임이 없다"는 신화가 깨지고 있다. 서울고법은 2일 판결에서 포털 사이트가 편집·배포 기능을 갖춘 '언론' 매체에 해당하며 명예훼손 등에 대해 피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또 손해배상 금액을 1심보다 두 배로 올렸다.

방송통신심의위의 '광고주 공격 운동' 게시글에 대한 위법 결정도 마찬가지다. 다음은 이런 게시글이 '명예훼손과는 관련성이 없다'고 삭제 조치를 미뤄왔다. 하지만 심의위원회는 "비방하는 내용이 없더라도 공격하려는 의도가 명확하고 이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포털 사이트에 대한 책임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자, 그동안 참아왔던 음악·게임 등 저작권 협회도 줄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가 불법음악 파일을 업로드·다운로드하는 포털 내의 블로그와 카페를 방조해왔다며 NHN과 다음을 각각 수원지검 성남지청과 서울중앙지검에 2일 고소했다.

저작권협회는 그동안 주로 법무 법인을 통해 음악이나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한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벌여왔지만, 이번에는 포털 사이트를 향해 정면으로 칼끝을 겨눴다.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대해 중소업체 비난도 격화

한국식 포털의 수익구조에 대해서도 비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검색을 통해 외부 인터넷 사이트와 연결만 시켜주는 외국 포털과 달리, 한국의 포털 사이트들은 뉴스·검색·블로그·커뮤니티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백화점처럼 집중시켜 놓고, 네티즌 방문자를 독점해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네이버 등 국내 포털을 통해 옥션이나 G마켓 같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접속한 뒤 매출이 발생할 경우,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매출액의 1.8~1.9%를 포털에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수익이 매출액의 6~1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수익의 25~30%를 통행세로 지불하는 셈이다. 한 전자상거래 업체 CEO는 "우리가 사업을 잘할수록 포털이 부자가 되는 사업 구조"라면서 "구글 같은 해외 인터넷사이트는 이런 중개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소 업체들은 포털들이 대기업이 중소 기업의 전문 영역을 침범해 집어삼키듯 인터넷 사업 영역을 '싹쓸이'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의장 등 저명한 CEO(최고경영자)들도 작년부터 "포털이 인터넷 산업을 왜곡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딜레마

포털업체들은 업계 안팎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딜레마에 빠져 있다. 네이버는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네이버에서 뉴스 편집권을 포기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네이버는 인터넷 뉴스사이트 운영으로 경쟁자인 다음을 앞서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지만, 결국 여론의 요구에 백기를 든 셈이다.

더욱 곤경에 처해 있는 곳은 다음이다. 다음은 창업자인 이재웅씨가 CEO(최고경영자)로 재직할 때부터 '미디어'를 지향해 왔고, 실제로 인터넷 검색보다는 아고라 등을 통한 여론 형성에 더 치중했다. 하지만 법원 판결과 여론이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급격히 기울면서, 다음에 대한 집단소송 가능성 등 향후 경영 리스크는 훨씬 더 커질 전망이다.

게다가 다음은 라이코스 인수 같은 해외 사업 진출이나 보험·쇼핑 등 신사업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장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다음도 구글 같은 해외 포털 사이트처럼 콘텐츠 제공자나 중소 인터넷 업체들 모두와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형래 기자 hrcho@chosun.com]

[백승재 기자 whitesj@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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