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하던 네티즌들이 활동무대를 해외로 옮겼다. 이들의 ‘사이버 망명’이 시작된 것은 지난 달 30일. 한 네티즌이 조선일보 광고주 리스트를 구글 웹문서 서비스를 이용해 온라인에 올려놓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 문서에는 지난 1일과 2일 자 조선일보의 광고주 리스트, 전화번호, 홈페이지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아고라에서 소위 ‘숙제 명단’으로 불리던 6월 조ㆍ중ㆍ동 광고주 리스트도 첨가돼 있다. 이 문서는 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서 다음에 ‘삭제’ 명령을 받은 것과 같은 문서다.

이 네티즌은 ‘즐겨찾기를 해 놓으면 매일 업데이트 되는 내용을 볼 수 있다’며 여타 게시판 기능과 다른 구글의 데이터베이스 기능을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때문에 구글에 문서를 올려놓고 아고라에서 해당 주소를 링크하면 ‘숙제’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네티즌들은 방통심의위의 조치가 나오기도 전 외국계 기업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이미 파악했다. 위 문서를 구글에 올린 네티즌은 ‘대한민국의 어떤 기업도 특정 언론 광고주 리스트가 있는 문서에 대해 구글에 삭제나 제한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과 법적근거는 없다’고 웹상에 첨언했다. 방통심의위도 현재는 해외기업이 심의대상이 되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네티즌들은 방통심의위의 ‘위헌’ 결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진화된 방식으로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와 블로그 등을 통해 리스트를 공유하며 불매운동을 계속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플랫폼을 제공할 뿐인 다음이 무슨 죄냐’(하늘jht9100), ‘다음에 뉴스공급 중단 결정한 조ㆍ중ㆍ동의 결정은 유치하다’(ttrex11)며 다음에 대해 더욱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네티즌 성향을 파악해 글을 일일이 필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방통심의위의 이번 조치로 광고주 압박 관련 글을 삭제되겠지만 오히려 넷심만 자극한 꼴”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망명을 시도한 한 네티즌의 표현대로 이들의 ‘디지털 레지스탕스’는 날마다 진화하고 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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