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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은 후추 한 알만큼만 먹어도 걸리는 무서운 병입니다."(5월 5일 MBC '생방송 오늘아침')
"광우병 원인 물질 프리온은 섭씨 600도가 넘는 고온에도 파괴되지 않습니다."(4월 30일 KBS2 '생방송 세상의 아침')
TV가 충격적 영상과 자극적 언어를 동원해 '광우병 괴담'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앞장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방송은 인터넷에 떠도는 '미친 소 이야기' 내용을 여과 없이 방송해 잘못된 과학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스 보도도 전문가보다 일반인 의견을 비중 있게 다루는 등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미디어 학자들은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광우병을 이용하고 불안과 공포를 조장해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특히 병든 소가 도축장에서 쓰러지는 화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시청자 감정을 자극한 'PD수첩'은 언론의 본질인 객관성과 중립성에서 논란을 남긴 보도 태도라는 지적이다. 제작진은 미국 동물 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가 동물 학대를 고발하기 위해 촬영한 이 영상을 광우병 의심증세로 사망한 미국 여성 사연과 함께 연달아 방송해 공포심을 조장했다.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는 "사회적 이슈일수록 미디어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태도로 쟁점을 다뤄야 한다"며 "충격적이고 선정적인 화면을 계속 보여주며 여론몰이를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가치판단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TV가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좀 더 신중한 방송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들이 접하기 쉬운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 광우병 관련 유언비어를 여과 없이 방송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언론이 이를 중재하고 걸러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부추기고 있다"며 "시청률 경쟁을 의식한 선정적 방송은 TV의 고질적인 병폐"이라고 말했다.
충격적인 영상으로 눈길잡기에 성공한 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MBC '100분 토론'이 8일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를 주제로 격론을 벌였으며 'PD수첩'은 13일 광우병 관련 후속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KBS '추적 60분'도 14일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 정책과 광우병 관련 이슈를 다룰 계획이다.
시사 보도 방송이 아닌 교양 오락 프로그램도 한동안 광우병을 주요 화제로 취급할 전망이다. 하지만 매체 영향력이 큰 지상파 방송사들이 영역 구분 없이 광우병을 다루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제대로 했느냐, 쇠고기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인 유전자와 광우병 발병 관계는 어느 정도인가 등 주제는 별도로 사실관계 확인과 확실한 보도 영역 구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혼재돼 있다"며 "아무리 방송을 봐도 쇠고기 문제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인터넷 파급력도 한몫했다. 하지만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체 콘텐츠 생산력이 없는 인터넷만의 힘으로 '광우병 괴담'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김영석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지상파 일부 프로그램이 과학적 지식 기반 없이 즉흥적으로 보도한 것 자체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라며 "방송이 최초 보도로 이슈화하고 인터넷상 반응을 다시 보도하면서 부정적인 방향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이 쇠고기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는 점에 긍정적인 평가를 줘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배국남 씨는 "유럽에서 광우병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킨 것은 방송이었다"며 "먹을거리에 대한 위험을 최초로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지상파 보도는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지현 기자 /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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