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 한혜숙·최수지·김현주 그리고 ‘토지’
【서울=뉴시스】
소설가 박경리(1926~2008)가 25년 동안 사역한 한국문학의 거대한 산맥 ‘토지’는 이제까지 3차례에 걸쳐 TV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1979년 한혜숙(57), 1987년 최수지(40), 2004년 김현주(30)가 주인공 ‘최서희’를 열연했다.
1대 ‘서희’한혜숙은 5일 박씨의 부고를 듣고 “안 그래도 지금 박경리 선생님께 꽃다발이라도 보내려고 병원을 알아보고 있던 중”이라며 “내가 게을러서 진작 찾아뵙지 못했다”며 눈물을 쏟았다. 최수지는 “서울에 올라가게 되면 선생님 병실을 찾아뵈려 했는데 내가 너무 부족했다”며 애통해 했다.
한혜숙은 근엄한 여장부 스타일의 서희를 열연했다. 격랑의 역사에 맞서 당주가 된 당당하고 대찬 여성상을 선보였다. 지위와 재물에 걸맞는 위엄과 품위를 극 내내 유지했다.
최수지가 해석한 서희는 고고했다. 한 치 흐트러짐 없이 단아한 자세와 미모, 강렬한 눈빛,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인고하지 만은 않는 한국 여인상을 상징했다.
김현주는 박씨가 ‘토지’를 탈고한 1994년 이후의 첫 동명 드라마에서 서희를 연기했다. 한혜숙·최수지의 서희와 달리 질곡의 한국사보다는 개인의 삶에 더 치중했다. 5~54세에 걸친 서희를 그렸다. 가족을 잃고 재산을 빼앗긴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 찬 젊은 날의 서희뿐 아니었다. 질곡을 겪고 지난날을 관조하는 인생 후반부까지 담아냈다.
서희는 경남 하동의 만석지기 최 참판네 유일한 혈육이다. 서희의 생모 별당아씨는 머슴과 야반도주한다. 아버지 최치수는 살해당하고, 마지막으로 의지하던 할머니 윤씨마저 병사한다. 이렇게 가족을 모두 떠나보낸 서희는 13세 어린 나이로 만석지기 당주가 된다. 하지만 친척 조준구에게 전 재산을 빼앗기고 만다.
복수를 결심한 서희는 용정으로 떠난다. 일련의 시련을 겪으며 더욱 독해진다. 동시에 고향 땅을 향한 집착도 커져만 간다. 자기 땅을 되찾는 데 손발이 돼줄 머슴 길상과 혼인한다. 그러나 믿었던 길상은 서희를 버리고 독립운동을 하러 떠난다. 간난신고 끝에 조상의 땅을 되찾았건만 기대했던 것 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다. 결국, 땅은 사람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다. 인간은 만물의 근원인 땅의 일부일 따름이었다.
박경리가 남긴 마지막 문학작품은 시다. ‘옛날의 그 집’이라는 이 시편의 마지막 3행은 이렇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는 ‘토지’였고,‘토지’는 박경리였다. 그리고 박경리와 토지 사이의 대리자는 ‘서희’였다.
<사진> 왼쪽부터 한혜숙, 최수지, 김현주
이민정기자 benoit05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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