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프랑스)=허연회 기자] 파리는 늘 새롭다. 방문객이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도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에펠 탑-개선문-샹젤리제 거리-콩코르드 광장-루브르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이제 벗어나 보자. 파리를 새롭게 들여다보는 방법 중 하나는 ‘디자인(Design)’이다.

파리 시내 어디를 가도 조각과 디자인으로 넘쳐 난다. 잠자고 있던 오감(五感)이 널뛸 정도다.

파리는 석회암의 도시다. 조각을 하기 쉽다 보니 건물마다 조각상이 즐비한 것도 그런 이유다. 도시 전체가 조각 박물관인 셈이다. 굳이 파리 소재 박물관을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다.

개선문을 원형으로 연결하는 2㎞에 달하는 샹젤리제 거리를 포함해 11개의 거리 곳곳에는 5~6층 정도밖에 안 되는 같은 높이(약 31~37m)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이들 건물에는 입구에 특징적인 조각상들이 늘어서 있다. 이들은 고대 인물들을 조각해 놓은 석고상과 비슷하다. 표현 방식도 제각각이다.

건축에 대한 규제와 건축가, 디자인, 설계 등에 대한 배려, 존중이 있기에 가능한 파리의 모습이다.

파리에서 19년째 살아온 남기하 씨는 “단순히 건축을 하는 게 아니라 건축가 자신의 이름을 건물 입구에 새겨 넣어 나름 독특하고 전통을 살리는 디자인을 한다”고 말한다.

석회암 조각은 수백년을 이어오면서 비, 바람 등을 맞으며 더욱 단단해졌고, 현재의 파리를 이루고 있다.

거리에서 발견하는 독특한 간판이나 디자인은 여행자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물론 자극까지 준다. 파리 대표적인 거리인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세계적인 햄버거 브랜드인 맥도널드의 간판까지도 도시 전체적 디자인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특유의 빨간색 간판을 쓰지 않을 정도다. 대형 간판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파리 거리의 특징이다. 돌출형 간판이나 입간판, 건물을 가리는 간판 등은 허가가 나지 않는다.

개선문에서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동쪽에는 파리 시민들이 ‘옥에 티’라고 일컫는 ‘몽파르나스 타워’가 있다. 60층, 210m 높이의 위용을 자랑하지만 파리 시민들은 이 타워가 파리를 상징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파리의 외관을 해친다고 이구동성이다.

서울, 한복판 고층 건물을 올리지 못해 안달이 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2~3층을 털어서라도 건물 전체적인 조화가 이뤄진다면, 건물에 대한 수익은 고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디자인, 그리고 전체적인 도시와의 조화를 고민한다.

개선문에서 서쪽으로 나 있는 도로를 따라 시선을 올려다보면 거대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이 신도시 ‘라데팡스’. 솟구쳐 올라 있는 마천루에 대해서도 파리 시민들은 부정적이다. 에펠 탑을 흉물로 여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조각과 디자인을 염두에 두고 파리를 보면 파리는 움직이는 디자인의 도시다. 98개 성당과 수많은 박물관, 셀 수 없는 조각상, 건물에 새겨져 있는 조각 들이 조화롭다.

여기서 수수께끼를 내보자. 서울에선 흔히 볼 수 있는데 파리에선 볼 수 없는 것은?

바로 ‘크레인’이다.

서울은 오래된 건물들을 헐고 새로 짓기 위해 크레인이 설치돼 있지만 파리에서는 크레인을 구경할 수 없다.

내 집을 내가 헐고 내가 새로 짓겠다는 데 무슨 규제냐고 할 수 있겠지만 파리에는 건물 외벽을 고치는 것도 파리시의 엄격한 규제에 따라야 한다. 파리 전체적인 디자인을 생각해서다.

디자인의 도시 파리. 파리의 디자인에 빠져 보면 파리는 새롭게 다가온다.

okidoki@heraldm.com

- '대중종합경제지'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아이디어의 보물섬! 최신 아이디어 모여라! www.idea-club.com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