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김보경씨는“휴일에 아이들 데리고 가까운 북 카페에 가서 차 한잔 마시며 함께 책을 읽어보세요”라고 했다. 무작정“책 읽으라”고 들볶는 것보다 효과가 있고, 부모와 아이가 한층 가까워진다. 심지어 추억도 생긴다. /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거실에 우아한 서재를 꾸미고 싶다면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대대적인 버리기’라고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김보경(40)씨가 말했다. “버리세요. 애들이 어려서 보던 그림책은 그 또래 자녀를 둔 이웃에게 주세요. 유행 지난 옷도 정리하세요. 놔 둬도 다시 안 입어요.”

서울 청담동에 있는 그녀의 거실 겸 서재는 쾌적하고 호젓했다. 햇볕 스며드는 창과 직각을 이룬 벽에 벽난로와 책장이 서 있고, 복판엔 4인용 목제 테이블이 놓여 있다. 김씨가 따라주는 생강 향 살짝 깃든 달콤한 모과차를 홀짝거리며 종일이라도 눌러앉아 책을 읽고 싶은 공간이다.

5년 전부터 거실을 서재로 쓰고 있는 김씨의 ‘센스’를 살짝 훔치자. 그녀는 뉴욕 파슨스 디자인 학교를 졸업하고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양성학원(www.b-school.co.kr)을 운영 중인 전문가다.



안이한 발상을 버려라

TV를 거실 복판에 놓고 그 맞은 편에 소파를 놓는 것이 대표적인 고정관념이다. 김씨는 “TV를 가운데 세우면 거실은 TV 보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공간이 된다”고 했다. “그래 놓고 남편과 애들한테 ‘왜 TV 보냐’고 하면 안 되죠. 정 TV를 치우기 싫으면 거실 모퉁이에 배치해 보세요. 그것만으로도 공간이 확 달라지고 TV 보는 시간이 줄어들어요.”



있는 가구를 전과 다르게, 남과 다르게

김씨는 “뭘 자꾸 새로 마련하려 들지 말라”고 했다. 서재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한 벽이 꽉 차게 새로 책장을 짜 넣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북엔드(bookend·책을 꽂은 뒤 양쪽에 세우는 버팀대) 두 개만 있으면 어떤 공간이건 책꽂이가 된다. 장식장이나 선반 위에 책을 꽂으면 공간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있는 가구를 ‘리폼’하는 센스를 발휘하라. TV 놓는 장식장에서 문짝을 떼고 책을 꽂으면 훌륭한 미니 책장이 된다.

거실에 테이블을 놓자

김씨는 거실 가운데 4인용 테이블을 놓고 쓴다. 손님이 오면 응접세트, 혼자 있을 땐 작업 테이블, 딸(13)과 함께 있을 땐 각자 책을 보거나 도란도란 얘기하는 티 테이블이다.




죽은 공간을 살려라

거실과 주방이 툭 트인 아파트에서 냉장고 측면이 휑뎅그렁하게 거실 쪽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 여기 책꽂이를 세우면 냉장고 측면을 가리면서 서재 분위기도 낼 수 있다. 현관과 거실이 툭 트인 아파트는 현관 앞에 허리 높이쯤 되는 책장을 세우면 좋다. 자연스럽게 공간이 분리되면서 ‘책 읽는 집안’ 분위기도 물씬 풍긴다.



유행을 잊어라

김씨는 “남들이 다 사는 가구는 절대로 사지 말라”고 했다. 가구는 오래 두고 써야 하기 때문에 자기가 평소에 좋아하는 스타일로 마련해야 질리지 않는다. 꼭 유행을 따라가고 싶으면 ‘세트’ 말고 단품을 한두 가지 마련하라. 책장과 테이블 색을 바닥과 맞춰야 거실 전체가 조화를 이루기 쉽다. 가구 매장에서 본 책장·책상 세트를 통째로 들여 놓기보다, 자기 집 사이즈에 맞춰 ‘DIY(Do It Yourself)’ 정신을 발휘하라.



아이들 방을 기능별로 분리해 보자

방 세 개짜리 집에서 형제나 자매를 키우는 4인 가족이라면 아이들 방을 ‘형 방’ ‘동생 방’으로 나누는 대신 ‘형제 공동 침실’ ‘형제 공동 공부방’으로 나눠볼 만하다. 사춘기 자녀가 독방에 틀어박히는 것은 그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아이들 방을 기능별로 분리하면 공부방 분위기도 살고, 우애도 두터워지고, 공부방과 침실을 드나드느라 부모와 자주 얼굴을 맞대게 된다. 김씨는 “엄마의 속셈을 애들이 간파하면 안 되는데…. 애들이 방에서 뭘 하는지 ‘감시’하기도 쉬워진다”고 귀띔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보경씨가 자신의 청담동 자택에서 '거실을 서재로'를 이용한 집안 인테리어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경열 기자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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