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워크홀릭(Walkholic) 365일! 워크홀릭 지면이 이번 주부터 새로워집니다. 4개의 작은 시리즈가 매주 번갈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일상 속 걷기를 실천하는 ‘우리 동네 걷기’,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나는 ‘서울 하천 따라잡기’, 기차여행과 산책을 겸한 ‘간이역 산책’, 오지마을로 떠나는 걷기 여행 ‘산골 나들이’가 그것입니다. 때론 가까이 때론 멀리, 때론 홀로 때론 함께, week&과 함께 가시지요.
이태원은 여전히 ‘서울 속 외국’이다. 하지만 예전의 ‘그 이태원’은 아니다. 기지 이전에 따라 많은 미군이 떠나갔고, 그 빈 자리를 제3세계 외국인들이 메우는 중이다. 1997년 서울 최초의 관광특구로 지정됐고, 올해는 녹사평~한강진역 구간이 네덜란드(녹사평역~ 해밀톤호텔), 프랑스(이태원역~홀리데이이태원호텔), 스위스(홀리데이이태원 호텔~한강진역) 등의 유럽테마거리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태원 걷기는 ‘작은 세계여행’이다.
글=객원기자 설은영·장치선 skrn77@joins.com, 사진=프리랜서 장정순
익숙함과 낯섦 사이, 녹사평역~이화시장
이태원으로 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서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태원 구석구석을 둘러보려면 한 정거장 전인 녹사평역에서 내리는 편이 낫다. 3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구름다리 모양의 아치가 눈에 들어온다. 이태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 인근에는 이태원의 역사를 증언하는 오래된 상점이 많다.
입구에 자리 잡은 한스양복점이 대표적인 사례. 외교관들과 주한 외국 상사 직원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20년 넘게 이태원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한스양복점과 대비되는 분위기의 또 다른 패션 명소는 이태원시장. 인근 맥도날드 매장 옆 건물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들어서 있다. 할리우드 패션이 가장 먼저 상륙하는 곳, 직수입 브랜드 상품을 반값에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태원시장 거리 사이사이로 난 골목길도 무심코 지나쳐서는 안 된다. 물건값을 놓고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치열한 ‘내공’ 싸움이 벌어지는 작은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태원로 대로변엔 아웃백스테이크·나이키·스타벅스·커피빈 등 유명 다국적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서울 시내 번화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소방서를 끼고 뒤편으로 들어 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바로 이화시장이다.
변함없이 옛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순댓국집, 숯불구이 식당, 주점들 사이로 낯선 아프리카 식당과 레게머리 전문 미용실, 케밥 전문점 ‘술탄’이 눈에 띈다. 시장통을 걷는 내내 익숙함과 생경함이 절반씩 엇갈린다. 만약 생경함 쪽으로 한걸음 더 내딛고 싶다면, 시장에서 이태원로를 등지고 유흥업소가 밀집한 거리를 지나쳐 조금 더 걸어가 보자. 이슬람 음식점, 이슬람 서점, 이슬람 여행사 등 온통 ‘이슬람’으로 가득한 거리가 나온다.
녹사평역~이화시장 산책은 1시간가량 걸린다.
작은 지구촌, 해밀톤호텔 뒤편
이화시장 길 건너 해밀톤호텔 쪽은 이화시장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세련되고 트렌디하다. 젊은이와 외국인이 가장 많이 들고 나는 곳도 이쪽이다.
호텔을 가운데 두고 녹사평역 쪽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 바인 ‘올댓재즈’, 그 반대편엔 최근에 오픈한 ‘하드록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이국적 분위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먹거리. 해밀톤호텔 뒤편 언덕배기 길로 곧장 올라가 보자. 이름하여 ‘이태원 세계 요리 자유구역’, 앞으로 음식거리 특구로 개발될 예정이다.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 들어선 음식점들의 국적은 다채롭기 그지없다.
입구 좌우에 파키스탄 음식점 ‘모굴’과 ‘우스매니아’가 얼굴을 맞대고 있고, 인도·멕시코·지중해·벨기에·프랑스·이탈리아…. 세계 각국 음식점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유러피언 스타일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프렌치 비스트로 ‘르쌩떽스’나 그 맞은편 벨기에 레스토랑 ‘미뇽테라스’, 낯선 음식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중동요리 전문점 ‘페트라’, 멕시코 음식점 ‘판초스’ 등을 추천한다.
산책만 한다면 역시 1시간 코스.
![](http://photo-media.hanmail.net/200802/15/joins/20080215072413.245.0.jpg)
스타일 산책, 해밀톤호텔~고가구 거리
다시 해밀톤호텔 맞은편으로 건너가면 고가구 거리로 나온다. 고가구점들은 커피빈을 기점으로 한남동 제일기획 방면과 커피빈~청화아파트, 청화아파트~반포로 방면으로 넓게 퍼져 있다. 산책 삼아 걷기에는 아무래도 대로변보다는 청화아파트에서 반포로까지 ‘ㄱ자’ 모양 거리가 낫다.
옛날 이곳은 한남동·이태원에 사는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에서 들여온 가구를 팔거나 교환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많은 전문점이 모여들어 거리 자체가 ‘이색 박물관’이 됐다. 그 덕에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색다른 산책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사랑받는 명소가 됐다. 거리의 풍경이 산책의 기분을 좌우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곳 거리를 걷다 보면 소박하면서도 화려하고,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된 고가구의 모습을 닮아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고가구 거리를 가장 오래 서성이는 이들 중 하나는 리폼(Reform) 솜씨가 뛰어난 사람들. 운만 좋으면 상점에서 리폼하려고 길가에 늘어놓은 가구들을 원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낡은 가구나 의자받침 등이 반값에 나오기도 한다. 반포로 쪽의 ‘스칼렛’ ‘바바리아’엔 고풍스러운 유러피언 스타일의 소품과 가구가 많고, ‘기흥쥬리아’는 도·소매업을 겸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특징.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은 ‘알렉산드라리빙’, 화려한 스타일의 가구가 많은 맞은편 골목의 ‘메종’도 유명하다.
고가구 거리를 천천히 둘러보는 데는 약 1시간30분쯤 걸린다.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journalist.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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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은 여전히 ‘서울 속 외국’이다. 하지만 예전의 ‘그 이태원’은 아니다. 기지 이전에 따라 많은 미군이 떠나갔고, 그 빈 자리를 제3세계 외국인들이 메우는 중이다. 1997년 서울 최초의 관광특구로 지정됐고, 올해는 녹사평~한강진역 구간이 네덜란드(녹사평역~ 해밀톤호텔), 프랑스(이태원역~홀리데이이태원호텔), 스위스(홀리데이이태원 호텔~한강진역) 등의 유럽테마거리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태원 걷기는 ‘작은 세계여행’이다.
글=객원기자 설은영·장치선 skrn77@joins.com, 사진=프리랜서 장정순
익숙함과 낯섦 사이, 녹사평역~이화시장
이태원으로 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서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태원 구석구석을 둘러보려면 한 정거장 전인 녹사평역에서 내리는 편이 낫다. 3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구름다리 모양의 아치가 눈에 들어온다. 이태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이다. 이 인근에는 이태원의 역사를 증언하는 오래된 상점이 많다.
입구에 자리 잡은 한스양복점이 대표적인 사례. 외교관들과 주한 외국 상사 직원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20년 넘게 이태원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한스양복점과 대비되는 분위기의 또 다른 패션 명소는 이태원시장. 인근 맥도날드 매장 옆 건물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들어서 있다. 할리우드 패션이 가장 먼저 상륙하는 곳, 직수입 브랜드 상품을 반값에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태원시장 거리 사이사이로 난 골목길도 무심코 지나쳐서는 안 된다. 물건값을 놓고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치열한 ‘내공’ 싸움이 벌어지는 작은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태원로 대로변엔 아웃백스테이크·나이키·스타벅스·커피빈 등 유명 다국적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서울 시내 번화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소방서를 끼고 뒤편으로 들어 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바로 이화시장이다.
변함없이 옛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순댓국집, 숯불구이 식당, 주점들 사이로 낯선 아프리카 식당과 레게머리 전문 미용실, 케밥 전문점 ‘술탄’이 눈에 띈다. 시장통을 걷는 내내 익숙함과 생경함이 절반씩 엇갈린다. 만약 생경함 쪽으로 한걸음 더 내딛고 싶다면, 시장에서 이태원로를 등지고 유흥업소가 밀집한 거리를 지나쳐 조금 더 걸어가 보자. 이슬람 음식점, 이슬람 서점, 이슬람 여행사 등 온통 ‘이슬람’으로 가득한 거리가 나온다.
녹사평역~이화시장 산책은 1시간가량 걸린다.
작은 지구촌, 해밀톤호텔 뒤편
이화시장 길 건너 해밀톤호텔 쪽은 이화시장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세련되고 트렌디하다. 젊은이와 외국인이 가장 많이 들고 나는 곳도 이쪽이다.
호텔을 가운데 두고 녹사평역 쪽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 바인 ‘올댓재즈’, 그 반대편엔 최근에 오픈한 ‘하드록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이국적 분위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먹거리. 해밀톤호텔 뒤편 언덕배기 길로 곧장 올라가 보자. 이름하여 ‘이태원 세계 요리 자유구역’, 앞으로 음식거리 특구로 개발될 예정이다.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 들어선 음식점들의 국적은 다채롭기 그지없다.
입구 좌우에 파키스탄 음식점 ‘모굴’과 ‘우스매니아’가 얼굴을 맞대고 있고, 인도·멕시코·지중해·벨기에·프랑스·이탈리아…. 세계 각국 음식점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유러피언 스타일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프렌치 비스트로 ‘르쌩떽스’나 그 맞은편 벨기에 레스토랑 ‘미뇽테라스’, 낯선 음식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중동요리 전문점 ‘페트라’, 멕시코 음식점 ‘판초스’ 등을 추천한다.
산책만 한다면 역시 1시간 코스.
![](http://photo-media.hanmail.net/200802/15/joins/20080215072413.245.0.jpg)
스타일 산책, 해밀톤호텔~고가구 거리
다시 해밀톤호텔 맞은편으로 건너가면 고가구 거리로 나온다. 고가구점들은 커피빈을 기점으로 한남동 제일기획 방면과 커피빈~청화아파트, 청화아파트~반포로 방면으로 넓게 퍼져 있다. 산책 삼아 걷기에는 아무래도 대로변보다는 청화아파트에서 반포로까지 ‘ㄱ자’ 모양 거리가 낫다.
옛날 이곳은 한남동·이태원에 사는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에서 들여온 가구를 팔거나 교환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수많은 전문점이 모여들어 거리 자체가 ‘이색 박물관’이 됐다. 그 덕에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색다른 산책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사랑받는 명소가 됐다. 거리의 풍경이 산책의 기분을 좌우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곳 거리를 걷다 보면 소박하면서도 화려하고,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된 고가구의 모습을 닮아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고가구 거리를 가장 오래 서성이는 이들 중 하나는 리폼(Reform) 솜씨가 뛰어난 사람들. 운만 좋으면 상점에서 리폼하려고 길가에 늘어놓은 가구들을 원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낡은 가구나 의자받침 등이 반값에 나오기도 한다. 반포로 쪽의 ‘스칼렛’ ‘바바리아’엔 고풍스러운 유러피언 스타일의 소품과 가구가 많고, ‘기흥쥬리아’는 도·소매업을 겸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특징.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은 ‘알렉산드라리빙’, 화려한 스타일의 가구가 많은 맞은편 골목의 ‘메종’도 유명하다.
고가구 거리를 천천히 둘러보는 데는 약 1시간30분쯤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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