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한석 씨가 도자기로 된 생활 식기를 만드는 회사 (주)우리요를 설립한 지 1년이 넘었다. 도자기 유통을 하다 보니 도자기에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먹음직한 음식을 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분당 정자동에 차린 레스토랑이 우리 그릇에 좋은 음식을 담겠다는 뜻의 ‘담음’이다.

도자기 사업은 조금 뜻밖이었다. 요식업 혹은 패션 사업, 그도 아니면 웨딩 컨설팅 정도가 연예인 부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실정이다. 그런데 개그맨 김한석(36) 씨는 (주)우리요 대표이사라는 글자를 새긴 명함을 내밀었다. 신선하게 다가오는 한편, 도자기 사업이 과연 시장성이 있는 분야인지 궁금해졌다. 내력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 사람 참 열심히 준비했구나 싶다.

“요리 정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면서 전국의 웬만한 맛있는 집은 다 가봤어요. 그때마다 아쉬운 점이 그릇이더라고요. 맛도 좋고 비법도 있는데, 그릇과 상차림이 격을 떨어뜨린다고나 할까요. 불에 그을린 자국이 까맣게 남아 있는 하얀 플라스틱 접시들을 보면 안타까웠죠. 음식에서 식기가 차지하는 역할이 상당한데 말입니다.”

특히 우리 식기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발로 뛰어다니며 1년 정도 독학했다. 여주와 이천의 도자기 축제를 찾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가를 찾아내고 직접 작업실까지 방문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개그맨이 웬 도자기냐며 은근히 눈치를 주지 않을까 했건만, 도자기를 빚는 장인들은 그를 너무나 반겼다.

도자기에는 안목이 아니라 접목 필요

“도자기를 만드는 선생님들이 그동안 외로우셨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찾아 주는 사람이 없어서 도자기 시장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1년 사이에 문을 닫고 매물로 나와 있는 공방들을 숱하게 봤어요. 공방이 사라지니 일반인들이 좋은 도자기를 만날 기회가 점점 줄게 되는 거지요.”

우리 도자기를 정말 우리 것으로 만들자는 생각에 우리요라는 도자기 유통 회사를 차렸다. 질 좋은 도자기를 최대한 싸게 공급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일반 사람들이 도자기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우리 도자기에서 더 멀어진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일이다.

“왜 김한석이 도자기 사업을 하는 게 어색하다고 생각하세요? 도자기는 어렵고 접근하기 힘든 작품이라는 선입견이 도자기를 생활에서 멀어지게 했습니다. 도자기는 안목을 가지고 구입해서 고이 모셔 놓는 대상이 아니라 생활에 접목해 마음껏 활용해야 하는 도구입니다.”

그는 우리가 교과서에서는 도자기의 우수성을 배우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계기가 전혀 없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전시되는 고급 도자기와 막 쓰는 중국산 도자기 사이에서 우리 도자기는 자리 잡을 틈이 없다고 말을 이어갔다.

“어떤 분들은 싼 고령토로 깨지기 쉽게 만든 독일산 도자기를 보고 디자인이 예쁘다면서 선뜻 비싼 값을 지불합니다. 한국 도자기가 세계에서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이 제일 높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오히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왜 이런 식기를 해외에 유통시키지 않느냐고 물어보지요. 그래서 국내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출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요를 꾸려가고 있지만 아쉬움은 여전했다. 사람들이 도자기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현실 때문이다. 도자기니까 한식만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고, 샐러드와 생선 등 원래 그릇을 제작한 용도와 다르게 사용하는 사람도 많았단다. 깨질까봐 무서워서 전혀 쓰지 않는 고객도 흔했다고 한다.

분당구 정자동의 레스토랑 ‘담음’은 도자기를 어떻게 쓰면 되는지 보여주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설립했다. 도자기의 가마를 상징하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담음은 자그마한 전시장과 레스토랑으로 이뤄진 곳이다.

“오픈한 지 두 달 됐는데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도자기 레스토랑이라고 하니까 당연히 한식집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양식이든 한식이든 잘 만든 요리와 우리 도자기가 잘 어울린다는 증명을 눈앞에서 보여 드릴게요.”

담음에서는 당연히 우리요 식기를 쓴다. 까만 접시 위에 빨갛고 노란 디저트가 담기고 하얀 슈거 파우더가 뿌려지니, 음식에서 어딘가 모를 한국적 서정이 풍겨 나온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담음은 정말로 맛까지 좋은 보기 드문 레스토랑이다. 담음의 맛을 책임지는 사람은 장아영 조리장이다. 장 조리장은 그랜드힐튼 호텔과 미국 하얏트 호텔에서 근무했다. 서울 국제요리 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경력이 있고 현재 요리 국가대표팀 ‘수라’의 일원이기도 하다.

‘사업은 불신을 확신으로 만드는 과정’

“TV에서 맛을 검증하는 사람으로서 제 명예를 걸고 스카우트해 왔지요. 저를 만나기 전부터 도자기에 자신이 만든 음식을 올리는 꿈을 가지고 있던 친구예요. 장아영 조리장의 실력과 열정이 발휘된 결과 담음에는 그 어느 레스토랑에서도 볼 수 없는 메뉴가 많습니다.”

좋은 요리가 도자기에 담겨 나올 때 불편한 점은 식기가 다소 무겁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음식을 잘 나르고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야만 담음에서 기분 좋은 한 끼 식사가 완결된다. 그래서 담음은 규모에 비해 종업원이 많다. 주방 인원만 넷, 홀도 서너 명이 담당하고 있다.

또 다른 담음의 숨은 일등공신은 2월 2일 그와 갓 결혼한 문자 그대로의 신부 박선영 씨다. 요리 연구가이자 푸드컨설턴트인 박 씨는 그와 중학교 동창 사이다. 오랜 세월 동안 연락 없이 지내다가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게 됐다. 이번 레스토랑 개업에도 그녀의 조언이 많이 작용했다.

“이렇게 사귀고 결혼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동안 일하며 서로 호흡이 잘 맞았기 때문에 인생의 동반자로도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신혼의 달콤함보다는 도자기 사업에 더 바쁜 그다. 사람들이 우리 도자기에 대해 마음의 문을 조금만 열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열심히 설명하느라 결혼 준비도 살짝 뒷전이었다.

이번 도자기 사업이 그의 첫 사업은 아니다. 그에게는 예전에 샌드위치 가게를 하다가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 그는 그때를 두고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공부하게 된 시기였다고 말한다.

“제가 성격이 급해 오늘 해야 할 일은 꼭 오늘 해야 하거든요. 주변에서 비즈니스를 그렇게 하다가는 금방 체한다고 천천히 가라고 말릴 정도입니다. 제 뜻대로 안 되는 때가 많죠.”

그는 사업이란 ‘불신(Not Believe)’을 ‘확신(Believe)’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연예인이라서 고객 접근과 마케팅 측면에서 쉬운 면도 있지만 믿음을 쌓는 일은 결국 사업가로서 자신의 몫이라는 뜻이다.

도자기와 음식은 오행을 두루 갖춰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흙과 물로 빚어 나무로 불을 때고 유약을 바르는 도자기에 흑백적청황의 오방색을 갖춘 건강한 요리가 담기면 그 자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그는 이제 사업, 연예, 가정이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시점에 서 있었다.

< 개그맨 김한석 >

약력: 1972년 출생. 서울예술대 졸업.

출연작: 1992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데뷔.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SBS ‘재미있는 TV천국’ 등 출연. MBC ‘찾아라! 맛있는 TV’ 출연 중.

김희연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