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은주]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

폴커 알부스 외 엮음, 조원호·조한혁 옮김

미술문화, 352쪽, 2만2000원

유럽 여행길에 런던에서 지하철을 타본 이들이라면 한 번쯤 보았을 런던 지하철 노선도. 이것이 20세기의 획기적인 디자인의 하나로 꼽힌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지도가 1931년에 그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기회로와 같은 구조로 그려진 이 지도는 지하철 노선의 도식적인 표현을 넘어서 런던의 완벽

한 이미지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선도뿐만 아니다.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런던 지하철의 역 로고와 이름용 글자체는 당시 디자인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초빙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20세기 디자인 아이콘 83』은 이렇듯 우리 일상생활에 친숙한 디자인 이야기를 83개의 대표적 디자인을 통해 보여준다. 세계의 21명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디자인의 역사를 바꾼 ‘선수’들을 골라낸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의 긴 안락의자, 알바 알토의 사보이 꽃병, 필립 스탁의 주시살리프(레몬즙 짜는 기계), 아르네 야콥슨의 개미의자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대표적인 작품이 망라돼 있다. 다리 네 개달린 개미의자는 야콥슨이 완고하게 반대했기 때문에 그가 죽고 난 후에 시장에 소개된 사연, 주시살리프를 둘러싼 실용성대 스타일 논란 등 디자인을 둘러싼 일화들이 간략하고 읽기 쉽게 소개돼 있다.

일상용품이 어떻게 기술과 결합해 당대의 정서와 문화를 대변하는 디자인으로 자리잡는지를 조망하기에 유익하다. 의자와램프, 식탁과 그릇, 자동차 등 생활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독자들이라면 한 번 펼쳐 보시길.  

이은주 기자

▶이은주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ju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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