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보철창업센터 객원기자][정(情)으로 빚은 ‘맛있는 상상’, 오원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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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에서
연초에 부안의 내소사를 찾았다. 내방객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폭설 때문이다. 차들이 눈을 이고 간다’는 표현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내소사로 이어지는 전나무 숲 속 길은 눈천지였다. 이따금 부는 광풍에 눈들이 휘날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고개를 숙이고 걷는데 얼음장 길 위로 새파란 것이 보였다. 조그만 전나무 잎사귀였다. 추위에 파르르 떨고 있었다.
전나무 향. 처음에는 미약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향내가 진해진다. 전나무 잎사귀를 책에 꽂아놓고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향이라. 향내가 나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만난다고 했다. 비즈니스계 사람에게서 나는 향내는 특히 소중하다.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오원자 사장(47)도 풍기는 향내 또한 남다르다. 어떤 향일까.
오원자는 꿈과 희망의 표상이다. 삯바느질을 하던 가정주부에서 최초로 한정식 프랜차이즈를 매력적으로 풀어가는 이야기 솜씨는 마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빈손에서 출발, 9개의 직영매장을 포함해 30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 CEO. 매장마다 그 지역의 명물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신뢰와 믿음
비즈니스 조직의 평가기준은 직원들 간의, 또한 CEO와 직원들 간의 신뢰 수준이다. 조직의 생동감은 바로 이 같은 신뢰에서 나온다. 신뢰가 높은 조직은 번창한다. 신뢰가 부족한 조직은 영속하기 어렵다. 신뢰는 조직을 하나로 묶어주는 핵심요소다.
신뢰는 없어지지 않는다. 한번 신뢰가 쌓이면 결코 어떤 것도 흔들 수 없다.
반면 신뢰와 달리 믿음은 마음 깊은 곳에서 쌓이는 것이 아니다. 외면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믿음은 가변적이다. 쉽게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강요된 믿음은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비즈니스계 수장들이 ‘나를 따르고 믿어라’ 외치지만 그런 믿음이 오래간 것을 본 적이 있었던가.
신뢰는 내면에서 만들어진다. 자율적이다. 믿음은 외면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타율적이다.
오원자 사장을 가르는 승자와 패자의 언어는 신뢰와 믿음이다. 신뢰는 승자의 언어요, 믿음은 패자의 언어다.
가스중독으로 쓰러지고
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펑펑 소리 내면서 쏟아지고 있었다. 한겨울 한밤중 외딴 이곳을 찾는 손님이 있을 리는 만무한 일. 그러나 식당 문을 닫지 않는다.
홀 안에는 탁자 4개. 화려한 치장과는 거리가 멀다. 나무탁자가 모양 없이 놓여있다, 한가운데 자리한 연탄난로가 없었다면 너무나 단조로운 풍경이었을 것이다.
난로 위의 주전자는 달그락거린 지 오래다. 하얀 김을 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손님이 없어서일까. 아까부터 찌그러진 주전자를 바라보는 눈이 서서히 감긴다. 몽롱한 기분에 빠져든다고 생각하는 순간, 깨어보니 병원으로 실려 가는 차안이었다.
“새벽에 들어온 손님이 가스중독으로 혼미상태에 빠진 저를 발견한 것이지요”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마친 후 곧바로 식당으로 달려왔다. 링거를 맞을 시간이 없었다. 정신이 아직은 어질어질하지만 아이들을 아침에 학교에 보내야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학교가 멀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는 역경에 처했을 때였다. 리더십에서 말하는 단련기였다. 단련기의 경험은 중요하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영웅이 되기도 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머물게 되기도 한다.
역경은 용기를 길러준다. 태평성세(?)를 보내는 사람들은 용기가 없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본 적이 없기에 용기를 내는 방법을 모른다.
중원식당에서 얻은 학습습관
전업주부는 아니었다. 양복바느질로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나은 수익을 올리는 가정주부였다. 가정주부가 처음 사회에 나왔다.
성남 구청 앞쪽에 2층 식당을 차린 것은 1991년 겨울. 한식과 전골 등을 취급하는 ‘중원갈비’를 열었다. 주방을 담당하는 집안사람과 수익을 반반으로 나누기로 하고 덥석 식당을 연 것이다. 지금 아무리 좋게 생각해봐도 식당자리가 아니었다.
“입지, 상권도 안 좋았고, 음식도 모자라고, 경험도 부족했습니다”
일단 저지르고 보니 식당일이라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장사로서는 엉터리였다. 집에 가져갈 수익이 없었다. 그러나 오원자씨는 식당의 불모지인 성남구청 앞 ‘중원갈비’에서 보낸 5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인내의 깊은 의미를 배웠고, 학습습관을 터득한 계기가 됐다.
암울한 식당에서 그녀에게 낙천적인 자세를 유지하게 한 것은 배움이었다. 손님이 끊긴 식당에서 그녀는 혼자 불을 켜고 밤새 책을 읽었다. 교육이란 교육은 모조리 쫓아다녔다. 비즈니스의 핵심은 학습이다. 학습에 대한 습관보다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학습에 뛰어난 사람만이 자신을 개조할 수 있다. 좌절에서 벗어나게 하고 해당분야의 정상으로 이끌어 준다. 정상에 선 지금도 오원자씨는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순간에 결정한 ‘좋구먼’ 1호점
고풍스런 카페가 유독 눈에 띄었다. 아늑했다. 카페를 연지는 한달이 채 안됐다는 종업원의 말을 듣고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아쉬운 발길을 돌리려는데 귀를 솔깃 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날 무작정 주인을 찾았지요. 주면 좋고 안 주면 말고 라는 심정으로 찾았습니다”
경기도 광주시 중대리에 방5개에 홀이 10평 남짓한 ‘좋구먼’ 1호점이 탄생했다. 1996년 12월의 얘기다. 수중에 돈이 없었다. 중원갈비를 처분하고도 상당한 돈이 모자랐다. 전세자금을 빼서 일부 충당하고, 일부는 빌렸다. 방 한 칸을 살림방으로 정했다. 이제 좋고 싫고 간에 낯선 이곳에서 승부를 벌여야만 했다. 인적이 없는 곳에서 말이다.
불확실성에서 투자. 용기가 좋다. 불확실성을 기꺼이 맞이하는 자세를 용기라고 한다.
용기의 어원을 라틴어에서 찾자면 가슴이다. 용기 있다는 것은 가슴으로 산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중시하는 사람만이 가슴으로 살 수 있다. 이들의 가슴은 자신에 대한 신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승자는 가슴으로 산다. 반면 패자는 머리로 산다. 그렇기 때문에 용기가 없다.
어려울 때 일수록 원칙을 고수하라
지금은 제법 사람들이 들락거리지만 1997년 무렵의 광주 중대리에는 인적이 별로 없었다. 12월에 연 식당은 연말분위기를 타기는커녕 하루 종일 문을 열어봐야 사람구경하기도 힘들었다. 간혹 오다가다 들리는 손님들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정성을 다했다. 손님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성의를 다해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토속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식당답게 음식은 한정식을 내놓았다. 단골들이 한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낮 시간에만 해당했다. 땅거미가 몰려들면 사람들의 그림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식당 문을 닫지 않았다. 혹 한밤중에라도 들를 단 한사람의 손님을 위해 문을 열어뒀다.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은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긴긴밤을 그녀는 혼자 홀에서 보냈다. ‘떠나간 님을 기다리며 동지 긴긴밤을 지새우는’ 옛시조 속의 낭자 모습은 아니다. 기약 없는, 얼굴도 모르는 낯선 손님을 위해 그렇게 보낸 것이다.
“새벽 3시에 문을 닫는다는 원칙은 광주점 오픈 시부터 세웠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한다. 원칙하에 목표를 설정하고 끊임없이 집중해야 한다.
다행히도 두어 달이 지나면서 한밤중에도 손님들이 찾아왔다. 주변에 알려진 것이다. 토요일 같은 날에는 새벽3시가 아니라 동이 틀 무렵까지 손님들을 받아야만 했다. 혼자 바쁘게 움직이면 고객들이 음식장만을 거들었다. 돈도 알아서 놓고 갔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 주인과 고객이 신뢰로 묶여주는 감성적 유대관계가 설정된 것이다.
그런데 잠은 언제 잔단 말인가. 혼자서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고, 청소하고, 그리고 아이들을 통학 시키고, 그러기를 1년 했을까. 비로소 점원 한명을 두었다.
“사실 혼자 하는 게 아닌데,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의지가 참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한 의지야말로 모든 위대한 승자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바리바리 싸줘라
고객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만족하게 음식을 즐기는 것을 더 좋아한다. 5년간 중원갈비 운영에서 얻은 결론이다. 그녀는 이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만들어 갔다.
“외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곧바로 저의 식당으로 찾아오는 고객들도 있습니다. 외국에 간다고 포장해달라는 손님들로 상당수고요.”
열광하는 고객을 만드는 코드는 딱 한가지다. 정(情)이다. 정성껏 음식을 만들고, 푸짐하게 퍼주었다.
“손님들이 고기를 조금만 더 달라고 하면 2,3인분 어치도 주고 그랬어요. 조금 주기가 남우세스러워서요. 백김치를 조금만 싸달라고 하면 한 보퉁이를 안겼지요.”
그녀에게 이익이란 목표가 아니라 단지 결과였을 따름이다.
비즈니스 목적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피터 드러커는 ‘고객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윤은 충분한 수의 고객을 창출하고 유지하는데서 나온다.
‘좋구먼’을 개점한 지 1년여가 지난 1998년 3월에 2호점이 탄생했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에 자리 잡은 2호점 역시 외진 곳이었다. 왜 그리 상권을 보는 눈이 없는지. 얘기를 들어보자.
“눈 내리는 날 오후에 차를 타고 이곳을 지나게 됐지요. 언뜻 단풍나무에 걸린 소담스런 눈에 눈길을 주었지요. 고풍스런 옛날 집 또한 저를 차에서 내리게 하더군요,”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문을 기웃거렸다. 마침 안에 사람이 있었다. 순간적인 결정으로 2호점을 오픈 한 것이다. 자금은 있었을까.
“2호점 임대를 위해서는 다시 빚을 졌습니다. 순간적으로 맘에 드는데 어떡합니까.”
비즈니스 원리와는 전혀 맞지 않는 뚱딴지같은 발상이다. 그러나 오 사장은 그런 식으로 9호점까지 직영점을 늘렸다.
4호점인 판교점 또한 즉흥적인 결정에서 얻은 명물이다. 저수지가 있는 풍광이 너무 좋아 순식간에 땅을 구입한 사례다. 2001년11월, 당시에는 인근에 집 한 채 없었다. 도로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직원들이 특히 난리였지요. 실제로 두어 달 공쳤지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었으니까요.”
이곳을 명물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일을 선뜻 저지르는 것은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됐지 않냐 싶다. 현실에 머무르려는 직원들을 다독거리며 그녀는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추진했다. 자신감을 보이자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따라주었다.
다행히도 이듬해 봄이 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다행히’라고 했는가. 아니다. 마법이다. 자신감이 마법을 발휘한 것이다. 매번 번호표를 나눠주는 것이 일일 정도가 됐다. 직원들이 사장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무한한 신뢰를 표시했다.
필자가 물었다. 앞날을 내다보고 선견지명이 있는지. 말이 없다. 그저 빙긋이 웃는다. 굳이 말을 하자면 ‘그저 마음에 들어서’ 였다.
‘좋구먼’을 널리 알린 율동점
2000년 2월에 문을 연 ‘좋구먼’ 3호점인 율동점 역시 처음에는 고전의 연속이었다. 당시 율동공원은 지금처럼 개발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야심 차게 문을 열었지만 손님들이 찾아오지를 않았다. 외진 곳이라 해도 분당 안에 있는 식당이지 않는가. 현수막을 걸고, 분당지역에 서비스되는 잡지 등에 광고를 냈다.
“처음으로 소위 마케팅다운 마케팅을 한 것입니다.”
두어 달이 지났을까. 일요일 등 휴일에 사람들이 찾아왔다. 홍보 광고를 보고 분당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몰려들었다. 입소문이 나는 것은 시간문제. 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좋구먼’ 율동점은 분당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지역에서도 유명한 음식점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때맞춰 율동공원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은 주목을 하는 덕도 톡톡히 보았다.
식사시간이면 밀물처럼 밀려드는 손님들, 식사시간 외에도 끊이지 않는 발길들. 율동점 별관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좋구먼’이 이렇게 계속해서 한정식으로 승부를 벌이고,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그 무엇이 있었다. 무엇보다 전통방식으로 담은 된장과 고추장 항아리 1000개를 말하지 않을 수없다. 항아리 역사는 2호점인 오포점을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사업을 하려고 장을 담군 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 담갔습니다.”
항아리를 생각하면서 필자가 떠올린 것은 엉뚱하게도 나무였다. 나무는 두 방향으로 자란다. 위와 아래 두 방향이다. 위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아래로 깊게 뿌리를 뻗어야 한다. 항아리는 뿌리다. 1000개의 항아리는 깊은 뿌리다.
“고생만 해서인지 고생을 모르겠습니다.”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행동으로 설명한다. 오원자는 프로다. 노련한 프로다. 해가 바뀔 때마다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003년은 ‘좋구먼’에게는 도약의 해이다. 율동점을 인근으로 이전, 200평대의 대형 식당으로 키웠다. 특히 율동점을 이전하면서 율동점 본가로 이름을 바꿨다.
“2년 동안 비어있던 텅 빈 식당을 하루아침에 줄서는 식당으로 만들었습니다. 직원들이 자기 집처럼 갈고 닦더군요. 하루의 공백 없이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장과 직원들 간에 무한한 신뢰를 확인한 사례다. 신뢰는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다. CEO의 도덕적 행위와 약속 이행, 직원들의 복리가 어울러져야 신뢰가 이뤄지는 법이다. 훌륭한 결과치가 있다면 더욱 굳은 신뢰가 형성 될 것이다. 오 사장은 물론 이 세 가지 요소를 갖춘 신뢰받는 식당주인이었다.
별관점과, 능원점이 오픈을 했고, 직영점 관리와 프랜차이즈 사업의 무대가 되는 식품관을 광주시 오포에 문을 열었다. 식품관은 700평대지에 270평의 공장 건물로 돼 있다. 이제는 한시름 놓을 때가 된 것이다.
“이전에는 틈만 나면 잠을 잤습니다. 일종의 강박관념이죠. 이런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게 아마 본가를 이전할 무렵이었을 것입니다. 어느 날 왜 잠을 틈틈이 자야하지 하는 생각이 퍼뜩 들더군요. 당시 밤에 실컷 잘 수 있었거든요.”
그 다음 말이 걸작이다.
“고생만 해서 인지 고생을 모르겠습니다.”
필자는 아직도 이 말을 화두로 삼고 있다.
가맹본부 '맛있는 상상'의 탄생
프랜차이즈는 낯선 분야였다. 남의 돈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식이 새로웠다. 사람들을 만나고, 교육을 받으면서 외식분야에서 프랜차이즈는 한번 도전해 볼 분야라는 생각을 굳혔다.
조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움직였다. 여러 직영점을 전개하느라 숨 가쁜 와중에서도 경기도 광주 오포에 식품관을 건립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승자의 비결은 바로 행동이다. 행동의 제일 원칙은 말을 멈추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녀가 바로 그랬다. 주변에게 아무런 포석도 알리지 않고 바로 자신의 결정을 실행에 옮겼다. 최고의 경지는 말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2005년5월 ‘맛있는 상상’이라는 가맹본부가 조용히 탄생했다.
그해 7월 서울 우이동에 ‘좋구먼’ 덕성여대점을 오픈 했다. 가맹사업의 스타트다. 9월에는 서울 삼성동에 2호점인 ‘좋구먼’ 삼성점을 오픈 했다. 안양점, 수원 광교점, 원주점, 부산 해운대점 강릉점 등이 연이어 오픈 했다.
‘좋구먼’ 가맹점은 대부분 대형 식당이다. 메뉴의 특성상 100평 이상의 대형매장 위주로 가맹점을 내주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에 오픈 한 강릉점의 경우 대지 면적만도 무려 6000평에 달하는 정원을 갖고 있는 명소매장이다.
원주점은 특이하게 70평 정도로 작은(?) 편인데 매출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점주가 1년 넘게 각 가맹점을 찾아다니면서 꼼꼼하게 체크한 후 가맹사업에 뛰어든 경우다.
경영에 문제를 일으키는 가맹점도 물론 있다. 오 사장의 성격상 그런 곳을 내칠 수는 없었다. 본사직원을 반년 넘게 파견해 가맹점 경영정상화를 꾀한 곳도 있다. 본사에서 비용을 댄 것은 물론이다. 가맹점을 끝까지 책임지는 이런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2005년 10월에 제2브랜드인 ‘찌개애감동’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했다. 된장 청국장 고추장을 중심으로 한 찌개류가 주 메뉴다. 메뉴의 특성상 점심 매출이 저녁매출을 앞지르는 식당이다. 서울 압구정점, 역삼점, 무교동점 등이 한달 사이로 문을 열었다.
‘찌개애감동’은 인테리어 컨셉트가 색다르다. 토속 음식점의 전형적인 인테리어가 아니다. 깔끔하고 캐주얼한 인테리어를 지향한다.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각점포마다 인테리어 기본 컨셉트는 공유하되 각기 차별성을 차린 점도 특이하다.
2008년 1월 현재 ‘좋구먼’ 직영점 9개를 포함, ‘좋구먼’ 가맹점과 ‘찌개애감동’ 가맹점은 약 30개 정도다. 확산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가맹점마다 매출은 만만치 않게 올리는 효자 매장들이다.
특별한 점포 용인 포곡점
용인 에버랜드 가는 길에 자리 잡은 포곡점. 지난 2007년 5월에 문을 열었다. 식당은 그리 크지 않지만 식당 뒤로 2500평대지에 1000개의 항아리를 갖다놓을 생각이다. 지금은 오포와 판교에 장을 담은 항아리가 분산 배치돼 있다. 그녀는 이곳에 공장도 짓고, 갤러리도 만들 생각이다. 갤러리에는 그녀가 외식사업에 뛰어들면서 모은 수천 가지의 민속품들이 자리할 것이다.
포곡의 대지는 또한 오 사장이 즉흥적으로 매입했다.
“지난 해 봄에 이곳을 찾았는데 한눈에 반했어요. 산으로 둘러싸이고 앞으로는 도로가 나있었지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얼마나 맑은지…”
좀더 나아가보자. 그녀는 시적인 감성을 갖춘 비즈니스우먼이다. 논리가 아닌 시적인 인간을 만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논리는 재미없다. 무미건조하다. 정이니 사랑이니 보이지 않는 세계의 얘기를 모른다. 하지만 시는 생동감 있게 살아 있다. 그녀는 파릇파릇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더군요. 얼마나 눈이 부시던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 열심히 설명하는 오 사장의 말이 아득하게 들렸다. 인터뷰 도중 갑자기 까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햇볕 때문에 살인죄를 지은 이방인의 주인공 얘기가 아니라 지중해의 태양이 키운 대지의 인간, 카뮈. 카뮈는 도덕적으로 열정적으로 기질적으로나 완벽한 인간이었다. 그녀에게서 카뮈의 감성적 아우라가 물씬 풍겨 나왔다.
말은 그 사람의 특징이자 운명을 결정짓는다.
맛있는 상상, 찌개애감동, 좋구먼 등 사명과 브랜드명은 남다르다, 행복한 정식, 괜찮은 정식 좋구먼 정식, 감동애정식 등 메뉴명도 색다르다. 정(情)으로 먹는 식사라는 타이틀도 범상치 않다.
통념과는 다른 이름 때문에 특히 전문가들로부터 촌스럽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유치하다는 이런 말도 자꾸 써보니 정감이 가더란다.
계속 사용하는 말이 운명을 결정짓게 마련이다. 그 사람이 주로 쓰는 말이 그 사람의 특징이자, 종래에는 운명을 가름한다는 얘기다. 사람의 마음은 이상한 실체다. 자신의 입이 하는 말을 들으면 그것을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믿음이 삶을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오 사장은 정감 있는 사람이고, 정직한 사람이고, 신뢰의 사람이고, 나눠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말에서 확신할 수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리더
맛있는 상상에는 매년 이색적인 행사가 열린다. 분기별로, 또는 반기별로 열리는 행사는 이름 하여 음식경연대회다. 직영점 가맹점을 가리지 않고 각 점포를 대표하는 주방장이 나와 주제에 따른 음식을 만드는 경연대회다. 음식주제는 매번 달라지는데 이를테면 한우, 생태 등의 주제를 주어진다. 이를 주 아이템으로 하여 각기 자신만의 음식을 만들어 경쟁하는 대회다. 최근에 개봉, 외식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영화 ‘식객’에 나오는 경연대회를 연상하면 된다.
프랜차이즈는 표준화가 목표지만 표준화를 넘어서는 맛을 내야한다는 게 오 사장의 음식철학이다. 음식경연대회는 이러한 오 사장의 뜻을 정확히 반영한 이벤트이다. 이벤트를 통해 맛의 향상, 새로운 메뉴의 발굴을 기대하는 것이다.
오사장은 1년에 네 차례 정도 대외적인 이벤트로 고객을 만난다. 지난 2007년에는 어버이날, 가정의 날에 양말을 나눠 주었다. 또한 된장 주는 달, 청국장 주는 달, 김치 주는 달을 설정했다.
철마다 매장을 꽃으로 장식하는 것도 남다르다. 이를테면 가을에는 소국으로 직영점 매장 아홉 군데를 치장한다. 한 달 동안 국화향이 진동한 것은 물론이다. 그에 들어가는 돈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소인(小人)인 필자가 비용을 물어봤다.
“돈을 따지지 않습니다. 돈을 먼저 얘기하면 상대방이 그에 맞춰 꽃을 내놓을까봐서요.”
“조금 속으면 어때요. 속아도 할 수 없지요.”
“너무 믿는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지요. 그러나 나쁜 사람은 없어요.”
필자의 질문이 유치해진다. 말을 거두고 물끄러미 오 사장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그녀가 말꼬리를 돌렸다.
“과일을 살 때도 직접 고르는 법이 없습니다. 한번도요. 제가 좋은 것을 고르면 과일장사가 어떻게 팝니까.”
필자는 이 대목에서 말을 잃었다. 오 사장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리더다. 감동으로 무장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만만치 않다. 21세기에 가장 훌륭한 리더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리더다. 이야기를 만드는 리더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 태도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국내 최초의 한정식 프랜차이즈
최초의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마력을 지닌다. 콜라의 코가, 복사기의 제록스처럼 말이다. ‘좋구먼’은 국내 최초의 전통 한정식 프랜차이즈라는 포지셔닝에 성공했다. 이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장을 담굴 때는 꼭 광주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오 사장. 이제 장 담그는 일은 직원들에게 맡겨도 될 터인데, 다른 CEO들 같으면 궂은일에서 손을 뗄 때도 됐을 터인데, 이런 의문을 갖고 물어보았다.
“장을 담굴 때 제가 없으면 꼭 문제가 생기거든요.”
승자들은 중요한 일에 자신의 정력을 쏟게 마련이다. 장 담구는 일이 오 사장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오 사장은 그 어렵다는 한정식으로 승자의 얘기를 써가고 있다. 더욱이 개인 업소가 아닌 프랜차이즈로 한정식을 풀어나가고 있다. 어렵기 때문에 남들이 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혼자 독주하는 태세다. 업계의 대부분이 한 방향으로 치달을 때, 진정한 기회는 그 반대편에 있다는 역설의 진리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정식으로 해외에도 나갈 모양이다.
오원자의 키워드-자신감 행동 신뢰
그녀의 비즈니스를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대담한 행동이다. 행동을 계획하되, 일을 지연시키지 않는 대담성이 필요하다.
‘대담성은 천재성, 마법, 힘을 내포하고 있다.’
니체의 말이다.
그녀가 대담하게 결정짓고 일을 저지르는 것은 바로 낙천적인 성격 때문이다. 낙천성은 자신에게 닫친 시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원하는 결과나 해결책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것을 말한다. 낙천성은 사업에 몰두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낙천적인 성격은 자신감의 발로다. 어떤 어려운 일이 닫치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게 한다. 자신감은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은 성공으로 이끈다. 이러한 순환 고리가 그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오 사장의 키워드는 앞서 말한 승자의 언어인 신뢰와 대담한 행동, 자신감이다.
전나무 향을 맡으며
그녀의 사업역정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은 저 건너편의 이야기다. 비즈니스계의 세계가 효율, 비판, 냉정, 원가절감, 냉혹, 계산, 사치, 과시 권력이라면, 저 강 건너편의 세계는 원초적 그리움으로 채워진 세계다. 잡을 수 있는 것은 그리워하지 않는다. 잡을 수 없기에 더욱 애타게 찾는 것인지 모르겠다. 필자는 이를 희망의 여정이라 부른다. 평생 그리워야할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결코 불행하지 않다.
강 건너편 그리움의 마을에서 바람이 분다. 오늘도 냉정한 비즈니스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하는 필자에게 바람은 신선하다.
책갈피로 넣어둔 전나무가지를 꺼내본다. 내소사에서 건너온 전나무가지다. 바람이 분다. 바람을 따라 전나무향이 은은하게 전해온다. 향기에는 정(情)이 담뿍 담겨 있다.
<정 보 철>
-매일경제신문 기자
-파이낸셜 중소기업부장
-'외식경영' 편집주간
-저서: '외식산업의 리더 9인의 성공법칙' '송추가마골 김오겸 회장의 성공신화' '이기는 사람은 생각부터 다르다' 등
정보철창업센터 객원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http://photo-media.hanmail.net/200802/10/moneytoday/20080210112004.186.0.jpg)
내소사에서
연초에 부안의 내소사를 찾았다. 내방객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폭설 때문이다. 차들이 눈을 이고 간다’는 표현이 저절로 나올 정도였다.
내소사로 이어지는 전나무 숲 속 길은 눈천지였다. 이따금 부는 광풍에 눈들이 휘날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고개를 숙이고 걷는데 얼음장 길 위로 새파란 것이 보였다. 조그만 전나무 잎사귀였다. 추위에 파르르 떨고 있었다.
전나무 향. 처음에는 미약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향내가 진해진다. 전나무 잎사귀를 책에 꽂아놓고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향이라. 향내가 나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만난다고 했다. 비즈니스계 사람에게서 나는 향내는 특히 소중하다.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오원자 사장(47)도 풍기는 향내 또한 남다르다. 어떤 향일까.
오원자는 꿈과 희망의 표상이다. 삯바느질을 하던 가정주부에서 최초로 한정식 프랜차이즈를 매력적으로 풀어가는 이야기 솜씨는 마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빈손에서 출발, 9개의 직영매장을 포함해 30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 CEO. 매장마다 그 지역의 명물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신뢰와 믿음
비즈니스 조직의 평가기준은 직원들 간의, 또한 CEO와 직원들 간의 신뢰 수준이다. 조직의 생동감은 바로 이 같은 신뢰에서 나온다. 신뢰가 높은 조직은 번창한다. 신뢰가 부족한 조직은 영속하기 어렵다. 신뢰는 조직을 하나로 묶어주는 핵심요소다.
신뢰는 없어지지 않는다. 한번 신뢰가 쌓이면 결코 어떤 것도 흔들 수 없다.
반면 신뢰와 달리 믿음은 마음 깊은 곳에서 쌓이는 것이 아니다. 외면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믿음은 가변적이다. 쉽게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강요된 믿음은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비즈니스계 수장들이 ‘나를 따르고 믿어라’ 외치지만 그런 믿음이 오래간 것을 본 적이 있었던가.
신뢰는 내면에서 만들어진다. 자율적이다. 믿음은 외면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타율적이다.
오원자 사장을 가르는 승자와 패자의 언어는 신뢰와 믿음이다. 신뢰는 승자의 언어요, 믿음은 패자의 언어다.
가스중독으로 쓰러지고
밖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펑펑 소리 내면서 쏟아지고 있었다. 한겨울 한밤중 외딴 이곳을 찾는 손님이 있을 리는 만무한 일. 그러나 식당 문을 닫지 않는다.
홀 안에는 탁자 4개. 화려한 치장과는 거리가 멀다. 나무탁자가 모양 없이 놓여있다, 한가운데 자리한 연탄난로가 없었다면 너무나 단조로운 풍경이었을 것이다.
난로 위의 주전자는 달그락거린 지 오래다. 하얀 김을 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손님이 없어서일까. 아까부터 찌그러진 주전자를 바라보는 눈이 서서히 감긴다. 몽롱한 기분에 빠져든다고 생각하는 순간, 깨어보니 병원으로 실려 가는 차안이었다.
“새벽에 들어온 손님이 가스중독으로 혼미상태에 빠진 저를 발견한 것이지요”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마친 후 곧바로 식당으로 달려왔다. 링거를 맞을 시간이 없었다. 정신이 아직은 어질어질하지만 아이들을 아침에 학교에 보내야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학교가 멀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는 역경에 처했을 때였다. 리더십에서 말하는 단련기였다. 단련기의 경험은 중요하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영웅이 되기도 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머물게 되기도 한다.
역경은 용기를 길러준다. 태평성세(?)를 보내는 사람들은 용기가 없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본 적이 없기에 용기를 내는 방법을 모른다.
중원식당에서 얻은 학습습관
전업주부는 아니었다. 양복바느질로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나은 수익을 올리는 가정주부였다. 가정주부가 처음 사회에 나왔다.
성남 구청 앞쪽에 2층 식당을 차린 것은 1991년 겨울. 한식과 전골 등을 취급하는 ‘중원갈비’를 열었다. 주방을 담당하는 집안사람과 수익을 반반으로 나누기로 하고 덥석 식당을 연 것이다. 지금 아무리 좋게 생각해봐도 식당자리가 아니었다.
“입지, 상권도 안 좋았고, 음식도 모자라고, 경험도 부족했습니다”
일단 저지르고 보니 식당일이라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장사로서는 엉터리였다. 집에 가져갈 수익이 없었다. 그러나 오원자씨는 식당의 불모지인 성남구청 앞 ‘중원갈비’에서 보낸 5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인내의 깊은 의미를 배웠고, 학습습관을 터득한 계기가 됐다.
암울한 식당에서 그녀에게 낙천적인 자세를 유지하게 한 것은 배움이었다. 손님이 끊긴 식당에서 그녀는 혼자 불을 켜고 밤새 책을 읽었다. 교육이란 교육은 모조리 쫓아다녔다. 비즈니스의 핵심은 학습이다. 학습에 대한 습관보다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학습에 뛰어난 사람만이 자신을 개조할 수 있다. 좌절에서 벗어나게 하고 해당분야의 정상으로 이끌어 준다. 정상에 선 지금도 오원자씨는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순간에 결정한 ‘좋구먼’ 1호점
고풍스런 카페가 유독 눈에 띄었다. 아늑했다. 카페를 연지는 한달이 채 안됐다는 종업원의 말을 듣고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아쉬운 발길을 돌리려는데 귀를 솔깃 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날 무작정 주인을 찾았지요. 주면 좋고 안 주면 말고 라는 심정으로 찾았습니다”
경기도 광주시 중대리에 방5개에 홀이 10평 남짓한 ‘좋구먼’ 1호점이 탄생했다. 1996년 12월의 얘기다. 수중에 돈이 없었다. 중원갈비를 처분하고도 상당한 돈이 모자랐다. 전세자금을 빼서 일부 충당하고, 일부는 빌렸다. 방 한 칸을 살림방으로 정했다. 이제 좋고 싫고 간에 낯선 이곳에서 승부를 벌여야만 했다. 인적이 없는 곳에서 말이다.
불확실성에서 투자. 용기가 좋다. 불확실성을 기꺼이 맞이하는 자세를 용기라고 한다.
용기의 어원을 라틴어에서 찾자면 가슴이다. 용기 있다는 것은 가슴으로 산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중시하는 사람만이 가슴으로 살 수 있다. 이들의 가슴은 자신에 대한 신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승자는 가슴으로 산다. 반면 패자는 머리로 산다. 그렇기 때문에 용기가 없다.
어려울 때 일수록 원칙을 고수하라
지금은 제법 사람들이 들락거리지만 1997년 무렵의 광주 중대리에는 인적이 별로 없었다. 12월에 연 식당은 연말분위기를 타기는커녕 하루 종일 문을 열어봐야 사람구경하기도 힘들었다. 간혹 오다가다 들리는 손님들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정성을 다했다. 손님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성의를 다해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토속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식당답게 음식은 한정식을 내놓았다. 단골들이 한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낮 시간에만 해당했다. 땅거미가 몰려들면 사람들의 그림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식당 문을 닫지 않았다. 혹 한밤중에라도 들를 단 한사람의 손님을 위해 문을 열어뒀다.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은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긴긴밤을 그녀는 혼자 홀에서 보냈다. ‘떠나간 님을 기다리며 동지 긴긴밤을 지새우는’ 옛시조 속의 낭자 모습은 아니다. 기약 없는, 얼굴도 모르는 낯선 손님을 위해 그렇게 보낸 것이다.
“새벽 3시에 문을 닫는다는 원칙은 광주점 오픈 시부터 세웠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한다. 원칙하에 목표를 설정하고 끊임없이 집중해야 한다.
다행히도 두어 달이 지나면서 한밤중에도 손님들이 찾아왔다. 주변에 알려진 것이다. 토요일 같은 날에는 새벽3시가 아니라 동이 틀 무렵까지 손님들을 받아야만 했다. 혼자 바쁘게 움직이면 고객들이 음식장만을 거들었다. 돈도 알아서 놓고 갔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 주인과 고객이 신뢰로 묶여주는 감성적 유대관계가 설정된 것이다.
그런데 잠은 언제 잔단 말인가. 혼자서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고, 청소하고, 그리고 아이들을 통학 시키고, 그러기를 1년 했을까. 비로소 점원 한명을 두었다.
“사실 혼자 하는 게 아닌데,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의지가 참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한 의지야말로 모든 위대한 승자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바리바리 싸줘라
고객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만족하게 음식을 즐기는 것을 더 좋아한다. 5년간 중원갈비 운영에서 얻은 결론이다. 그녀는 이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만들어 갔다.
“외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곧바로 저의 식당으로 찾아오는 고객들도 있습니다. 외국에 간다고 포장해달라는 손님들로 상당수고요.”
열광하는 고객을 만드는 코드는 딱 한가지다. 정(情)이다. 정성껏 음식을 만들고, 푸짐하게 퍼주었다.
“손님들이 고기를 조금만 더 달라고 하면 2,3인분 어치도 주고 그랬어요. 조금 주기가 남우세스러워서요. 백김치를 조금만 싸달라고 하면 한 보퉁이를 안겼지요.”
그녀에게 이익이란 목표가 아니라 단지 결과였을 따름이다.
비즈니스 목적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피터 드러커는 ‘고객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윤은 충분한 수의 고객을 창출하고 유지하는데서 나온다.
‘좋구먼’을 개점한 지 1년여가 지난 1998년 3월에 2호점이 탄생했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에 자리 잡은 2호점 역시 외진 곳이었다. 왜 그리 상권을 보는 눈이 없는지. 얘기를 들어보자.
“눈 내리는 날 오후에 차를 타고 이곳을 지나게 됐지요. 언뜻 단풍나무에 걸린 소담스런 눈에 눈길을 주었지요. 고풍스런 옛날 집 또한 저를 차에서 내리게 하더군요,”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문을 기웃거렸다. 마침 안에 사람이 있었다. 순간적인 결정으로 2호점을 오픈 한 것이다. 자금은 있었을까.
“2호점 임대를 위해서는 다시 빚을 졌습니다. 순간적으로 맘에 드는데 어떡합니까.”
비즈니스 원리와는 전혀 맞지 않는 뚱딴지같은 발상이다. 그러나 오 사장은 그런 식으로 9호점까지 직영점을 늘렸다.
4호점인 판교점 또한 즉흥적인 결정에서 얻은 명물이다. 저수지가 있는 풍광이 너무 좋아 순식간에 땅을 구입한 사례다. 2001년11월, 당시에는 인근에 집 한 채 없었다. 도로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직원들이 특히 난리였지요. 실제로 두어 달 공쳤지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없었으니까요.”
이곳을 명물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일을 선뜻 저지르는 것은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됐지 않냐 싶다. 현실에 머무르려는 직원들을 다독거리며 그녀는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추진했다. 자신감을 보이자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따라주었다.
다행히도 이듬해 봄이 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다행히’라고 했는가. 아니다. 마법이다. 자신감이 마법을 발휘한 것이다. 매번 번호표를 나눠주는 것이 일일 정도가 됐다. 직원들이 사장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무한한 신뢰를 표시했다.
필자가 물었다. 앞날을 내다보고 선견지명이 있는지. 말이 없다. 그저 빙긋이 웃는다. 굳이 말을 하자면 ‘그저 마음에 들어서’ 였다.
‘좋구먼’을 널리 알린 율동점
2000년 2월에 문을 연 ‘좋구먼’ 3호점인 율동점 역시 처음에는 고전의 연속이었다. 당시 율동공원은 지금처럼 개발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야심 차게 문을 열었지만 손님들이 찾아오지를 않았다. 외진 곳이라 해도 분당 안에 있는 식당이지 않는가. 현수막을 걸고, 분당지역에 서비스되는 잡지 등에 광고를 냈다.
“처음으로 소위 마케팅다운 마케팅을 한 것입니다.”
두어 달이 지났을까. 일요일 등 휴일에 사람들이 찾아왔다. 홍보 광고를 보고 분당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몰려들었다. 입소문이 나는 것은 시간문제. 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좋구먼’ 율동점은 분당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지역에서도 유명한 음식점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때맞춰 율동공원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은 주목을 하는 덕도 톡톡히 보았다.
식사시간이면 밀물처럼 밀려드는 손님들, 식사시간 외에도 끊이지 않는 발길들. 율동점 별관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좋구먼’이 이렇게 계속해서 한정식으로 승부를 벌이고,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그 무엇이 있었다. 무엇보다 전통방식으로 담은 된장과 고추장 항아리 1000개를 말하지 않을 수없다. 항아리 역사는 2호점인 오포점을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사업을 하려고 장을 담군 게 아니라 그냥 좋아서 담갔습니다.”
항아리를 생각하면서 필자가 떠올린 것은 엉뚱하게도 나무였다. 나무는 두 방향으로 자란다. 위와 아래 두 방향이다. 위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아래로 깊게 뿌리를 뻗어야 한다. 항아리는 뿌리다. 1000개의 항아리는 깊은 뿌리다.
“고생만 해서인지 고생을 모르겠습니다.”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행동으로 설명한다. 오원자는 프로다. 노련한 프로다. 해가 바뀔 때마다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003년은 ‘좋구먼’에게는 도약의 해이다. 율동점을 인근으로 이전, 200평대의 대형 식당으로 키웠다. 특히 율동점을 이전하면서 율동점 본가로 이름을 바꿨다.
“2년 동안 비어있던 텅 빈 식당을 하루아침에 줄서는 식당으로 만들었습니다. 직원들이 자기 집처럼 갈고 닦더군요. 하루의 공백 없이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장과 직원들 간에 무한한 신뢰를 확인한 사례다. 신뢰는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다. CEO의 도덕적 행위와 약속 이행, 직원들의 복리가 어울러져야 신뢰가 이뤄지는 법이다. 훌륭한 결과치가 있다면 더욱 굳은 신뢰가 형성 될 것이다. 오 사장은 물론 이 세 가지 요소를 갖춘 신뢰받는 식당주인이었다.
별관점과, 능원점이 오픈을 했고, 직영점 관리와 프랜차이즈 사업의 무대가 되는 식품관을 광주시 오포에 문을 열었다. 식품관은 700평대지에 270평의 공장 건물로 돼 있다. 이제는 한시름 놓을 때가 된 것이다.
“이전에는 틈만 나면 잠을 잤습니다. 일종의 강박관념이죠. 이런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게 아마 본가를 이전할 무렵이었을 것입니다. 어느 날 왜 잠을 틈틈이 자야하지 하는 생각이 퍼뜩 들더군요. 당시 밤에 실컷 잘 수 있었거든요.”
그 다음 말이 걸작이다.
“고생만 해서 인지 고생을 모르겠습니다.”
필자는 아직도 이 말을 화두로 삼고 있다.
가맹본부 '맛있는 상상'의 탄생
프랜차이즈는 낯선 분야였다. 남의 돈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식이 새로웠다. 사람들을 만나고, 교육을 받으면서 외식분야에서 프랜차이즈는 한번 도전해 볼 분야라는 생각을 굳혔다.
조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움직였다. 여러 직영점을 전개하느라 숨 가쁜 와중에서도 경기도 광주 오포에 식품관을 건립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승자의 비결은 바로 행동이다. 행동의 제일 원칙은 말을 멈추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녀가 바로 그랬다. 주변에게 아무런 포석도 알리지 않고 바로 자신의 결정을 실행에 옮겼다. 최고의 경지는 말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2005년5월 ‘맛있는 상상’이라는 가맹본부가 조용히 탄생했다.
그해 7월 서울 우이동에 ‘좋구먼’ 덕성여대점을 오픈 했다. 가맹사업의 스타트다. 9월에는 서울 삼성동에 2호점인 ‘좋구먼’ 삼성점을 오픈 했다. 안양점, 수원 광교점, 원주점, 부산 해운대점 강릉점 등이 연이어 오픈 했다.
‘좋구먼’ 가맹점은 대부분 대형 식당이다. 메뉴의 특성상 100평 이상의 대형매장 위주로 가맹점을 내주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에 오픈 한 강릉점의 경우 대지 면적만도 무려 6000평에 달하는 정원을 갖고 있는 명소매장이다.
원주점은 특이하게 70평 정도로 작은(?) 편인데 매출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점주가 1년 넘게 각 가맹점을 찾아다니면서 꼼꼼하게 체크한 후 가맹사업에 뛰어든 경우다.
경영에 문제를 일으키는 가맹점도 물론 있다. 오 사장의 성격상 그런 곳을 내칠 수는 없었다. 본사직원을 반년 넘게 파견해 가맹점 경영정상화를 꾀한 곳도 있다. 본사에서 비용을 댄 것은 물론이다. 가맹점을 끝까지 책임지는 이런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2005년 10월에 제2브랜드인 ‘찌개애감동’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했다. 된장 청국장 고추장을 중심으로 한 찌개류가 주 메뉴다. 메뉴의 특성상 점심 매출이 저녁매출을 앞지르는 식당이다. 서울 압구정점, 역삼점, 무교동점 등이 한달 사이로 문을 열었다.
‘찌개애감동’은 인테리어 컨셉트가 색다르다. 토속 음식점의 전형적인 인테리어가 아니다. 깔끔하고 캐주얼한 인테리어를 지향한다.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각점포마다 인테리어 기본 컨셉트는 공유하되 각기 차별성을 차린 점도 특이하다.
2008년 1월 현재 ‘좋구먼’ 직영점 9개를 포함, ‘좋구먼’ 가맹점과 ‘찌개애감동’ 가맹점은 약 30개 정도다. 확산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가맹점마다 매출은 만만치 않게 올리는 효자 매장들이다.
특별한 점포 용인 포곡점
용인 에버랜드 가는 길에 자리 잡은 포곡점. 지난 2007년 5월에 문을 열었다. 식당은 그리 크지 않지만 식당 뒤로 2500평대지에 1000개의 항아리를 갖다놓을 생각이다. 지금은 오포와 판교에 장을 담은 항아리가 분산 배치돼 있다. 그녀는 이곳에 공장도 짓고, 갤러리도 만들 생각이다. 갤러리에는 그녀가 외식사업에 뛰어들면서 모은 수천 가지의 민속품들이 자리할 것이다.
포곡의 대지는 또한 오 사장이 즉흥적으로 매입했다.
“지난 해 봄에 이곳을 찾았는데 한눈에 반했어요. 산으로 둘러싸이고 앞으로는 도로가 나있었지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얼마나 맑은지…”
좀더 나아가보자. 그녀는 시적인 감성을 갖춘 비즈니스우먼이다. 논리가 아닌 시적인 인간을 만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논리는 재미없다. 무미건조하다. 정이니 사랑이니 보이지 않는 세계의 얘기를 모른다. 하지만 시는 생동감 있게 살아 있다. 그녀는 파릇파릇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더군요. 얼마나 눈이 부시던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 열심히 설명하는 오 사장의 말이 아득하게 들렸다. 인터뷰 도중 갑자기 까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햇볕 때문에 살인죄를 지은 이방인의 주인공 얘기가 아니라 지중해의 태양이 키운 대지의 인간, 카뮈. 카뮈는 도덕적으로 열정적으로 기질적으로나 완벽한 인간이었다. 그녀에게서 카뮈의 감성적 아우라가 물씬 풍겨 나왔다.
말은 그 사람의 특징이자 운명을 결정짓는다.
맛있는 상상, 찌개애감동, 좋구먼 등 사명과 브랜드명은 남다르다, 행복한 정식, 괜찮은 정식 좋구먼 정식, 감동애정식 등 메뉴명도 색다르다. 정(情)으로 먹는 식사라는 타이틀도 범상치 않다.
통념과는 다른 이름 때문에 특히 전문가들로부터 촌스럽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유치하다는 이런 말도 자꾸 써보니 정감이 가더란다.
계속 사용하는 말이 운명을 결정짓게 마련이다. 그 사람이 주로 쓰는 말이 그 사람의 특징이자, 종래에는 운명을 가름한다는 얘기다. 사람의 마음은 이상한 실체다. 자신의 입이 하는 말을 들으면 그것을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믿음이 삶을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오 사장은 정감 있는 사람이고, 정직한 사람이고, 신뢰의 사람이고, 나눠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은 바로 이 같은 말에서 확신할 수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리더
맛있는 상상에는 매년 이색적인 행사가 열린다. 분기별로, 또는 반기별로 열리는 행사는 이름 하여 음식경연대회다. 직영점 가맹점을 가리지 않고 각 점포를 대표하는 주방장이 나와 주제에 따른 음식을 만드는 경연대회다. 음식주제는 매번 달라지는데 이를테면 한우, 생태 등의 주제를 주어진다. 이를 주 아이템으로 하여 각기 자신만의 음식을 만들어 경쟁하는 대회다. 최근에 개봉, 외식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영화 ‘식객’에 나오는 경연대회를 연상하면 된다.
프랜차이즈는 표준화가 목표지만 표준화를 넘어서는 맛을 내야한다는 게 오 사장의 음식철학이다. 음식경연대회는 이러한 오 사장의 뜻을 정확히 반영한 이벤트이다. 이벤트를 통해 맛의 향상, 새로운 메뉴의 발굴을 기대하는 것이다.
오사장은 1년에 네 차례 정도 대외적인 이벤트로 고객을 만난다. 지난 2007년에는 어버이날, 가정의 날에 양말을 나눠 주었다. 또한 된장 주는 달, 청국장 주는 달, 김치 주는 달을 설정했다.
철마다 매장을 꽃으로 장식하는 것도 남다르다. 이를테면 가을에는 소국으로 직영점 매장 아홉 군데를 치장한다. 한 달 동안 국화향이 진동한 것은 물론이다. 그에 들어가는 돈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소인(小人)인 필자가 비용을 물어봤다.
“돈을 따지지 않습니다. 돈을 먼저 얘기하면 상대방이 그에 맞춰 꽃을 내놓을까봐서요.”
“조금 속으면 어때요. 속아도 할 수 없지요.”
“너무 믿는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지요. 그러나 나쁜 사람은 없어요.”
필자의 질문이 유치해진다. 말을 거두고 물끄러미 오 사장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그녀가 말꼬리를 돌렸다.
“과일을 살 때도 직접 고르는 법이 없습니다. 한번도요. 제가 좋은 것을 고르면 과일장사가 어떻게 팝니까.”
필자는 이 대목에서 말을 잃었다. 오 사장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리더다. 감동으로 무장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만만치 않다. 21세기에 가장 훌륭한 리더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리더다. 이야기를 만드는 리더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 태도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국내 최초의 한정식 프랜차이즈
최초의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마력을 지닌다. 콜라의 코가, 복사기의 제록스처럼 말이다. ‘좋구먼’은 국내 최초의 전통 한정식 프랜차이즈라는 포지셔닝에 성공했다. 이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장을 담굴 때는 꼭 광주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오 사장. 이제 장 담그는 일은 직원들에게 맡겨도 될 터인데, 다른 CEO들 같으면 궂은일에서 손을 뗄 때도 됐을 터인데, 이런 의문을 갖고 물어보았다.
“장을 담굴 때 제가 없으면 꼭 문제가 생기거든요.”
승자들은 중요한 일에 자신의 정력을 쏟게 마련이다. 장 담구는 일이 오 사장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오 사장은 그 어렵다는 한정식으로 승자의 얘기를 써가고 있다. 더욱이 개인 업소가 아닌 프랜차이즈로 한정식을 풀어나가고 있다. 어렵기 때문에 남들이 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혼자 독주하는 태세다. 업계의 대부분이 한 방향으로 치달을 때, 진정한 기회는 그 반대편에 있다는 역설의 진리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정식으로 해외에도 나갈 모양이다.
오원자의 키워드-자신감 행동 신뢰
그녀의 비즈니스를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대담한 행동이다. 행동을 계획하되, 일을 지연시키지 않는 대담성이 필요하다.
‘대담성은 천재성, 마법, 힘을 내포하고 있다.’
니체의 말이다.
그녀가 대담하게 결정짓고 일을 저지르는 것은 바로 낙천적인 성격 때문이다. 낙천성은 자신에게 닫친 시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원하는 결과나 해결책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것을 말한다. 낙천성은 사업에 몰두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낙천적인 성격은 자신감의 발로다. 어떤 어려운 일이 닫치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게 한다. 자신감은 즉각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은 성공으로 이끈다. 이러한 순환 고리가 그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오 사장의 키워드는 앞서 말한 승자의 언어인 신뢰와 대담한 행동, 자신감이다.
전나무 향을 맡으며
그녀의 사업역정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은 저 건너편의 이야기다. 비즈니스계의 세계가 효율, 비판, 냉정, 원가절감, 냉혹, 계산, 사치, 과시 권력이라면, 저 강 건너편의 세계는 원초적 그리움으로 채워진 세계다. 잡을 수 있는 것은 그리워하지 않는다. 잡을 수 없기에 더욱 애타게 찾는 것인지 모르겠다. 필자는 이를 희망의 여정이라 부른다. 평생 그리워야할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결코 불행하지 않다.
강 건너편 그리움의 마을에서 바람이 분다. 오늘도 냉정한 비즈니스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하는 필자에게 바람은 신선하다.
책갈피로 넣어둔 전나무가지를 꺼내본다. 내소사에서 건너온 전나무가지다. 바람이 분다. 바람을 따라 전나무향이 은은하게 전해온다. 향기에는 정(情)이 담뿍 담겨 있다.
<정 보 철>
-매일경제신문 기자
-파이낸셜 중소기업부장
-'외식경영' 편집주간
-저서: '외식산업의 리더 9인의 성공법칙' '송추가마골 김오겸 회장의 성공신화' '이기는 사람은 생각부터 다르다' 등
정보철창업센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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