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뭉친 가족들과 따뜻한 설 보냈죠"
이혼, 사업 실패 딛고 '항아리갈비' 재기
지난해 재혼…친누나 가족 한국행'기쁨'

▶ 北출신 개그맨 CEO 전철우씨 ◇ 인생역경을 헤치고 푸드업체 CEO로 다시 일어선 전철우씨.
<송정헌 기자 scblog.chosun.com/songs>  북한 출신의 전 개그맨 CEO 전철우씨(39)에게 이번 설은 특별했다. 동독유학 시절이던 89년 망명, 파란만장한 인생 굴곡을 거쳤으나 이제야 고향 얘기를 함께 할 든든한 가정을 이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우여곡절끝에 친 누나 가족도 한국으로 모셔와 더욱더 뜻깊었다.

 "그동안 힘든 일 많이 겪었지만 이젠 눈뜨고 당하지 않고 제대로 잘 할 자신 있어요."

 전씨가 이렇게 자신있어 하는 이유는 무조건 사람 믿고 '전철우 고향랭면' 사업을 하다 사기맞은 아픔도, 또 첫결혼의 실패도 싹 녹일만한 훈훈한 재기를 했기 때문이다.

 손맛이 좋기로 유명했던 고향집 어머니의 요리비법을 살린 '전철우 항아리 갈비'로 지난달 중순 농수산홈쇼핑에서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초엔 표진영씨(33)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학수고대하던 2세도 아내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비록 부모님과 함께 할 순 없지만 손주가 태어나면 얼마나 기뻐하실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는 금세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린다. "부산 사창가 총무가 집을 점거한 적도 있고, 건달들이 죽치고 있었던 적도 있었어요."

 전씨는 '격동의 시기'를 담담하게 전했다. 세번이나 '사기맞은' 악몽을 되새길 때도 눈가 웃음주름은 여전했다.

 "한국사람들 무섭다고 하지만, 눈뜨고 당한 사람이 잘못이죠. 학습효과가 있으니, 다신 사기 안당할 거예요."

 비록 '전철우 항아리 갈비'로 재기했지만 글자그대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북한서 잘나가던 엘리트였던 전씨는 동독 드레스덴 대학으로 국비유학을 갔다가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던 89년 한국으로 망명했다.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다니다 94년 MBC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평양 놀새'(오렌지족)란 유행어가 그의 작품.

 97년부터 '전철우의 고향랭면'이란 상표를 내면서 뛰어든 사업은 큰 성공을 거두는 듯 했다. 그러나 무조건 사람을 믿고 보는 성품 때문에 사업은 남김없이 탈탈 털렸다. 피붙이 하나 없이 혼자 살다보니 가족처럼 지내자고 찾아오는 생면부지 사람들이 늘었다. 이들을 믿고 집에 들였다가 정신차리고 보니, 빈털터리가 돼 있었단 얘기.

 가슴아픈 이혼도 겪었다. 전씨는 사업실패보다 이혼이 더욱 힘들었다면서 살짝 표정이 굳었다. 집도 절도 없이 지인들 집을 전전하면서 '이러다 노숙자가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2005년 심기일전해 '전철우의 고향마을'을 창업하고 현재 '꼬레푸드' 대표로 직접 여러 아이템을 개발, 판매중이다. 전철우씨는 "일본 유통업체와 손잡고 '전철우표' 음식을 일본에 수출할 계획"이라면서 "요즘은 스케줄표를 분 단위로 쪼개 산다"고 활짝 웃었다.

 < 김소라 기자 scblog.chosun.com/sodav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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