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8시50분쯤 국보 제1호인 서울 중구 숭례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긴급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11일 0시 10분 현재 불길은 더욱 확산되고 있어 붕괴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숭례문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숭례문의 누각 아래 부분에서 흰 연기가 마구 피어 오르고 있으며, 소방차 20여대와 소방관 80여명이 현장에 출동, 고가 사다리와 소방 호스 등을 이용해 진화 중이다.

진화작업에 따라 주변 도로 일부의 차량 통행이 차단되면서 일대에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진화작업 과정에서 강한 물줄기와 일부 문화재를 톱으로 잘라내는 바람에 숭례문이 불가피하게 훼손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불이 난 곳은 현재까지 숭례문 2층 누각의 천정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소방 당국은 붕괴 위험 때문에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 진압을 위해서는 물을 위에서 아래쪽으로 뿌려야 하는데 붕괴 위험이 있어 진화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소방 당국은 주로 아래에서 위쪽이나 대각선 방향으로 2층 누각을 향해 물을 뿌리고 있는 상태다.

소방당국은 숭례문 내부에는 전기 시설이 많아 전기 누전에 의한 화재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한 밤에도 관광객들을 위해 조명을 켜 놓는 등 전기 시설이 있을 수 있어 누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소방 관계자는 “숭례문누각은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방화 가능성은 낮다”며 “화재가 완전 진압된 뒤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합뉴스에 따르면 택시 기사 이모(44)씨가 “근처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50대 정도로 보이는 어떤 남성이 쇼핑백을 들고 숭례문 옆 계단으로 올라갔다”며 “잠시 후 남대문에서 불꽃놀이를 하듯이 빨간 불꽃이 퍼져나왔고 신고를 하고 보니 그 남자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초기 진화를 마치고 2층에 접근한 결과 불이 난 2층 누각에는 전선 등 전기시설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소방당국은 목격자의 진술 등을 이유로 방화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장에는 경찰 40여 명도 출동해 목격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발화지점과 원인을 밝혀내고 추가 화재를 막기 위해 문화재청으로부터 문화재 해체 승인을 얻었으며 곧 숭례문 2층 누각의 기와 일부를 해체하는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따라 국보 1호 숭례문의 일부 손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숭례문은 조선시대 서울도성을 둘러싸고 있던 성곽의 정문으로, 남쪽에 있다고 해서 남대문이라고도 부른다.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태조 4년(1395)에 짓기 시작하여 태조 7년(1398)에 완성했다.

박현수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 munhw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