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弱달러 여부 따라 외국자금 활동력 `제한`
- 美 경제 살아나면 美기업들 수성 나설듯
- 엑슨-플리오法등 규제강화前에 노려야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외국인들의 `미국 사들이기` 열기는 언제까지 갈까.

파는 쪽의 다급함이 계속되거나, 사는 쪽이 자본 수익을 최대로 낼 수 있을 때까지는 아마도 계속될 것이다.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 건 매물로서의 미국의 매력, 그리고 매수자들의 자본력 모두가 최선이어야 할 것이다. 어느 한 쪽만 기울어도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는 쉽게 식을 수 있다.

현재 달러화 약세와 경기후퇴(recession) 불안감은 매물 `미국`의 가격을 내려놓고 있고, 월가 투자은행 같은 실한 매물들도 헐값에 널려 있다. 이런 가운데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거나 기름값이 치솟아 외화가 두둑한 국가들의 실탄도 지금은 넉넉한 상태.

◇`양날의 칼` 弱달러

매물로서의 미국의 매력은 우선 달러화 약세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달러화 가치 하락을 불러오고 있고, 이에따라 타국 통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수출 성적이 좋아 외화를 무수히 벌어들이고 있는 중국이 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1980년대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배경으로 일본과 지금의 중국은 거의 유사한 상황.

전세계 기업을 공략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을 산다는 것, 무엇보다 자본주의의 상징 금융사들의 핵심 세력이 된다는 건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다.

중국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는 최근 모간스탠리 지분 9.9%를 사들였다.

아직까지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위안화 절상 덕에 중국의 이런 행보엔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해 전세계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위안화 절상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면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줄게 된다. 이런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크지는 않아 보인다.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유가로 돈주머니 두둑한 중동도 사정은 좋다.

그러나 달러 약세는 투자하는 쪽에서 볼 때 `양날의 칼`과 같다.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인수대금을 덜 지불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달러가 더 떨어지면 그만큼 보유하고 있는 지분 가치도 떨어진다.

일례로 CIC의 사모펀드 블랙스톤 그룹 지분 인수 규모는 30억달러였다. 그러나 그 가치는 지금 20억달러에 불과하다.

달러 가치는 그럼 얼마나 더 떨어질까.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 그리고 달러화의 급격하고도 지속적인 약세를 원치않는 국제 사회의 공조 노력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아직은 추세 전환 시점을 예측하긴 어려워 보인다.

◇美 경제 회복속도 `변수`

달러화 가치 회복과 맞물려 있는 것이지만, 패닉에 빠진 금융가와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것도 변수다.


지금은 서브프라임 손실로 헤매고 있지만, 발빠른 자금 수혈과 구조조정을 통해 월가 투자은행들이 안정을 찾으면 더 이상 투자하려고 해도 거부당할 수 있다.

또한 지금은 바닥으로 향하고 있지만, 곧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회복 곡선을 그리게 된다면 미국은 기존에 그래왔던 것처럼 외국 자본의 공습을 막으려 나설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이 나온 상태고, 이에따라 금융 시장과 미국 경제를 좌우할 소비 등이 개선되면서 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

따라서 그 속도와 시점이 어떻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

◇상황 좋아지면 외국자본 공습 적극 방어 나설 수도

서브프라임에 두들겨 맞은 미국이 지금은 짐짓 잠자코 헐값에 이것저것 팔아치우고 있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자국의 주요 기업들을 내줄 리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부펀드의 투명성 강화에 대해 목소리를 가장 높인 주체가 바로 미국이었다.


미국은 일본의 미국 침공(japanese invasion) 물결과 함께 기업 사냥꾼(corporate raider)들이 득세하며 인수합병(M&A) 물결이 몰아치자 외국인들의 자국 기업 지배를 막기 위한 강력한 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1988년 종합 무역 경쟁법에 `엑슨-플로리오(Exon-Florio) 규정`을 추가하게 된 것. 상원 엑슨 의원과 하원의 플로리오 의원이 공동 발의해 제정된 것이다.

부동산이나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물론,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까지 외국 자본에 넘어가자 다급함에 만든 바리케이드로,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이 카드를 다시 내놓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는 외국인에 의해 미국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당할 경우 이것이 미국의 경제 안보를 포함한 포괄적 개념의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경우 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해 대통령이 투자금지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이 법안은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미 이뤄진 경우에도 철회할 수 있도록 한 매우 강력한 것이다.

`바이 아메리카` 역시 이같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과 미국측 대응에 크게 영향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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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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