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출범한지 만 1년 8개월이 됐다.

2006년 세종증권을 인수한 후 불과 2년이 채 안돼 NH의 지점수는 18개에서 26개로 늘어났으며 인수당시 1550억원이었던 자기자본도 4066억원으로 불었다.

농협에 인수되기 전인 지난 2006년 2월 기준, 6000억원에 불과하던 수익증권 판매잔고도 올해 10월 5일 기준으로 3조5000억원을 기록해 약 700%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농협의 규모에 비해 NH의 사세가 큰 폭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지난 4월 여의도로 본사 사옥을 옮긴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최근에는 증권사 추가인수설로 증권가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남영우 대표이사를 만났다. 남 대표이사는 집무실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는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귀절만큼 현실감각이 돋보이는 경영철학을 펼쳤다.
 

◆최근 증권가에선 NH투자증권의 증권사 인수설로 설왕설래하는데 실제 진행사항이 있습니까.
 
= 특정 증권사를 대상으로 인수설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기업인 농협의 소관사항이기는 하지만 진지하게 검토된 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NH투자증권을 보유한 입장에서 서두를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더구나 최근 M&A가 진행된 몇몇 증권사의 인수과정을 지켜보면 증권사의 몸값이 과도하게 높아졌다고 봅니다.

주가가 오르고 증시도 호황인 것은 반영돼야 하겠지만 지금은 결코 적정한 가격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인수하려는 입장에서 보면 투자유인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죠. 농협의 자금여력도 감안돼야 하는데 현재로는 투자여력을 아낄 때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인 견해이기는 하지만 농협 입장으로 볼 때는 증권사보다는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게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봅니다.
 

◆농협이라는 후광에 비해 NH투자증권의 성장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착시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흔히 결혼하면 바로 아이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10개월 혹은 2년, 3년이라는 시일이 걸리지 않습니까. 원래 능력(capacity)이 있는 만큼 머지많아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입니다.

자본규모는 늘릴 계획입니다. 처음엔 M&A와 증자 두 가지를 생각했지만 현재는 M&A는 급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고 또 쉬운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세종증권만 하더라도 인수하는 데만 2년이 걸렸습니다. 말처럼 금방 이뤄질 일이 아닙니다.

현재 15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계획중인데 이를 위한 정관개정 등 관련 작업은 마친 상태입니다.

자본금 규모를 5000억원 선 정도로 키운다면 그 다음부터는 덩치를 키우는 건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 어떤 부문을 중점적으로 키울 계획입니까.

= 역시 IB의 역량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그와 관련된 투자도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진행해 왔다고 평가합니다.

앞으로 법인영업이나 브로커리지, 수수료 인하로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습니다. 무한경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퇴출되는 증권사가 나올 것으로 봅니다.

NH투자증권은 수수료수입 비중이 30%를 밑돌 정도로 비교적 수익구조의 포트폴리오가 잘 돼 있어 IB와 법인부문만 잘 키우면 향후 성장가능성은 높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기업인 농협의 영향력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브로커리지는 증권의 기본인 만큼 완전히 도외시할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영업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위치가 좋은 곳을 택해 35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또 저축기능이 은행의 전유물인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에 CMA 분야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자통법 통과를 계기로 증권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증권산업의 성장성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수익성이나 효율성으로 볼 때 증권사는 이미 은행보다 나은 구조를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증권사가 차지하는 위상은 지금보다는 훨씬 높아질 것이고 높아져야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열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력문제만 하더라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와 있습니다. 웬만한 애널리스트 하나 구하려면 억단위를 줘야 구할 수 있는 형편입니다.

물론 성과가 뛰어난 직원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겠지만 너나할 것없이 몸값이 치솟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증권사간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한데요. 어떤 대응전략이 있습니까.
 
= 우리는 수수료를 오히려 올렸습니다. 사실 수수료에 민감한 고객은 많지 않습니다.

몇 천원의 수수료할인보다 자신에게 맞는 시스템과 적절한 시기에 좋은 종목을 찾아주는 증권사를 선호합니다. 수수료 인하는 증권사의 제살깎기 밖에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담=오성철 증권금융부장
정리=유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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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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